학교 교육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 아들의 미래를 위해 담임 선생님과 긴 상담을 하고 있다. 대회처럼 선생님이란 위치에 있는 지식인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농담”이나 “아이의 성격” 탓으로 치부해 버리는 인격이라면 엄마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계속되는 상담에서 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웃지 않아서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엄마인 나도 그걸 원해서 많이 웃으라고 한다고 하자.
“많이 웃을 거면요 어머니. 학교 선생님 농담이나 학교에서 아이들하고 치고받고 놀고 저랑 잘 지내야 해요. 어머니.”라며 아이가 문제라고만 몰고 가고 있었다.
아니다. 이 부분은 나에게 협박도 섞여 있었다. ‘아이가 나랑 잘 지내야 하는데, 지금 엄마가 선생님에게 감히 이런 걸로 항의 전화를 해?’라는 뼈있는 말이었다.
“그건 당연한 건데요 선생님. 아무리 농담이고 치고받고를 잘해도 사용할 언어가 있고 사용하지 말아야 할 언어가 있거든요? 이게 예민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세요? 선생님”이라고 답하자, 내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선생님 말씀만 계속하고 있었다.
“네. 지금 원론적으로 말하는 것도, 지금 학교 나와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하는 것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잘못 말했다고 하시면, 저는 애한테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어머니. 진짜로?”라며, 이제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협박하고 있었다.
어디서 감히 선생님한테 원론적인 당연한 걸 가지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가르치냐는 듯이 “진짜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기가 죽을 내가 아니였다.
“선생님 ‘아’ 다르고 ‘어’ 다르고.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할 말이 없어요. 선생님! 생각해 보세요? 소극적인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게 있어요. 성격에 따라 선생님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선생님? 그것도 인정하실 거예요.
아이들 많이 가르쳐 보셨으니까. 저도 교육계 있어 봤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 만나봤지만, 아이들은 성격마다 개성이 다 틀린 거 아시잖아요.”라고 따지듯이 꼬박꼬박 말대꾸하자,
정말 짜증 난다는 듯이 목소리를 깔고 조용하게
“네.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흥분할 만큼 흥분한 나는 최대한 화를 죽이며,
“제가 제 아들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사용할 언어와 사용하지 말아야 할 언어가 있는데, 공부하러 온 아이들에게 공부하기 싫으면 목매달아 죽어도 된다고, 내가 줄도 갖다 줄 수 있다고. 웃으면서 하신 소리라고는 하지만,”이라고 말하자,
“지금 뭐라고요?”라며 처음 듣는 소리처럼 말도 안 되는 말을 한다는 식으로 반문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도 황당했다. 좀 전에 말할 때는 “그런 말은 안 했고요. 제가 한 말은 “과중 왔는데 열심히 공부해야지. 공부하기 싫고 대학 가기 싫으면 여기 있지 말고 옆의 다른 학교로 가는 게 낫다.”라고 한 거죠.”라고 말하고선 지금은 처음 듣는 소리인 양 황당한 듯이 ‘허’라는 소리를 내더니만,
“누가 목매달아 죽어요. 공부하기 싫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말을 얼버무리고 있었다.
‘정말 웃기는 선생이구먼.’이란 생각이 들면서, 황당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랐다. 정곡을 찌르니깐 아니라고 똑바로 말도 못 하고 변명만 하고 있었다. ‘정말 선생님이 말하지 않은 말을 우리 아들이 했으면, 저 성격에 가만있었을까? 삼자대면하자고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우리 아들을 더 못된 놈으로 몰고 가지 않았을까? 학기 초에 반에서 종례 조례 때 말했다고 했는데, 확인하자고 했겠지?’
이게 내 일이었으면, 벌써 욕부터 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갈 거니깐 너 거기 가만히 있어. 오늘 너 죽고 나 죽고 한번 끝까지 가보자.’라고 말했을 것이다.
엄마들이 왜 학교에 가면 선생님에게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쩔쩔매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선생님과 붙은 나도 대단 하지만, 보통 엄마들은 선생님이 한마디 하면 자식에서 피해 갈까 두려워 무조건 참는다.
나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아니 물러나고 싶지도 않다. 이젠 아들 문제에서 나와의 말싸움으로 옮겨졌다. 내가 잘못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늘 끝장을 봐야 한다. 지금 퇴원하고 바로 학교로 가는 한이 있어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 아들은 앞으로 이 학교에 다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