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유방암 수술을 마치고 입원한 강동 K 한방병원은 남편이 선택해 주었다. 수술 후, 옆에 입원하신 할머니께서 엄마 집에 가지 말고 한방병원이나 요양병원을 가보라고 권해주었다.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이 여러 병원을 알아보고 K 한방병원 ‘암 사상체질과’에 예약해 놓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보니 병원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곳이었다. ‘암 내과’, ‘암 부인과’와 같이 세부 분야로 나누어져 있었다.
나는 유방암을 수술했기에 ‘암 부인과’가 적합한 거 같았는데 ‘암 사상체질’로 왔다. 남편에게 물어보자, 사상체질이 나에게 맞고 가장 유명해서 선택했다고 했다.
있어 보니 교수님 차이였지 과는 의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남편이 왜 이 과가 유명하다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 유명한 “넥시아” 때문이었다.
“넥시아”를 떠올리면 아버지가 생각난다.마지막까지 한 가닥의 희망인 “넥시아”를 드시겠다고 강남의 이상한 한의원에서 한약과 사이비 치료를 받으셨다. 이 병원에 와서 진짜 “넥시아”를 보기까지 아버지가 드신 한약이 “넥시아”인 줄 알았다.
그 당시 ‘암 사상체질과’의 이 교수는 “넥시아”를 개발할 때 참여한 교수였다. 넥시아는 “최원철 박사” 외 여러 한방 교수님이 개발한 약이다. 기본 상식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한방약이라 물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 아버지도 의심의 여지 없이 그들이 준 한약을 드셨다. 가짜 물약으로 신비의 약처럼 판매한 한의원을 고발하고 싶다. 하지만 나밖에 모른 나는 아버지가 강남에 있는 한의원에 다니신다는 거밖에는 몰랐다. 무관심했다.
내가 암 투병을 하면서 아버지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신비의 한약 항암제로 통한 “넥시아”.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판매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10년 전 처음 유방암 수술 후, 강동 K 한방병원에서 만난 미숙 언니가 “넥시아”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었다. 초창기 회원이라고 했다.
처음 “넥시아”를 판매했을 당시 그 병원엔 입원실이 없어 항상 대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양방의사들과의 다툼으로 최원철 박사가 사직했다. 사직한 최 박사님은 건국대 치대에서 모셔갔다. 나는 가보진 않았지만, 언니들 말에 의하면 건국대 치대에서 사무실 하나 주고 “넥시아”를 판다고 했다.
강동 K 병원에서 판매할 때, 입원한 환자에게는 실비 보험이 적용되었다. 실비 보험이 있는 암 환우들로 병원은 항상 만원이었다고 했다. 건국대 치대로 간 후, 암 입원환자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그 당시 “넥시아”는 한 알이 30,000원이었다. 하루 3번 먹으면 90,000원이다. 한 달 약값이 3백만 원 가까이 되었다. 비싼 금액에도 “넥시아”를 먹고자 하는 환자들은 예약하고 가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미숙 언니는 초창기에 임상실험 대상자로 먹기 시작했다. 넥시아의 효능이 알려지자 새로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은 비싼 값을 치러야 했지만, 언니는 한 달에 10만 원만 내면 원할 때까지 약을 공급해 주겠다고 했단다.
효능이 궁금했다. 미숙 언니의 말에 의하면, 첫 수술 후, 항암치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아이들 돌보며 살림하던 중 다리에 심한 통증으로 다시 입원했다. 검사 결과 빠른 수술이 필요했다. 수술까지 며칠의 시간이 남아 양방의사 선생님께는 말하지 않고 한 번에 3알씩 하루에 9알을 먹었다.
3일 뒤에 수술실이 비었다며 수술하러 들어갔다. 수술 후, 의사 선생님께서 수술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암(혹) 주위에 이상한 막이 쌓여 수술 메스로 제거하는 데 애 먹었다고 했단다.
“넥시아”의 효능은 바로 이거였다. 약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나쁜 혹이 있는 부분에 막을 쌓아 안에서 혹을 말려 죽이는 원리였다. 막이 쌓이면 암 덩어리인 혹은 더 이상 커질 수도 없다.
미숙 언니의 말에 의하면, 좋다는 어떠한 약이나 효소 등 비싼 거 무엇을 먹어도 “넥시아”가 제일 효과가 좋았다고 했다. 언니는 좋다는 비둘기 즙까지 먹었다. 살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언니다. 메르스가 유행할 때,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다른 병실 언니가 “넥시아”를 몇 년 복용했다며, 효능을 말씀해 주셨다. 그 언니는 뇌암으로 수술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말기 암으로 6개월에서 1년 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를 만났을 때, 벌써 7년이 넘었다고 했다. 비용이 문제지 효과는 확실하다며 일반인이 먹어도 좋다고 했다.
“옻나무”로 만든 “넥시아”는 먹어 본 사람들은 거의 광적으로 추종했다. 그 당시 암 환자들은 돈만 있으면 먹으려 했다. 넥시아의 모양은 자주색 캡슐로 만들어졌다. 한약이 아니다.
언니의 “넥시아” 캡슐을 보면서 마음이 아렸다. 이게 진짜인데 가짜에 끝까지 희망을 거신 아버지. 똑똑한 아버지는 당신의 죽음이 임박하심을 아셨다. 마지막 추석 때, 막냇동생에게 1년만 더 살고 싶다고 하셨단다. 이 말이 나는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마지막에 나를 살리려고 가신 아버지.
2번째 유방암이 3년 만에 왔다. 수술하고 강동 K 한병병원에 입원했을 때, “넥시아”를 먹으려고 알아보았다. 건국대와 계약한 5년이 지나, 최 박사는 판권을 외국으로 넘겼다며 한의사 선생님이 말해주었다. 조건은 기존에 먹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계속 제공되지만, 신규 환자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옻나무로 만들었다고 다 넥시아가 아니다. 하지만, 옻나무의 효능이 소문나자, 고통이 심한 마지막 말기 암 환자분들은 꾸준히 가짜 넥시아를 사드시는 것 같다.
“넥시아” 대신 나온 옻나무로 만든 캡슐 한약이 “건칠단”이다. 나도 이 약은 꾸준히 먹고는 있지만, “넥시아”하고는 다르다. 처음 강동병원에 입원했을 때, 함께 “넥시아”를 만드신 교수님께 효능의 차이를 여쭤보았다. 이 교수님은 “넥시아”와 “건칠단”의 효능은 전혀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원재료만 옻나무일 뿐.
인터넷에 찾으면 옻나무가 암 환자에게 좋다고 나온다. 그건 암 환자들의 몸이 차기 때문이다. 옻나무는 예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분이 있다. 암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이러한 이유로 “건칠단”을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 믿을 수 있는 “건칠단”을 먹고 싶다면 가격도 합리적이고 믿을 수 있는 대학 병원에서 사시길 권유한다.
죽음을 앞둔 암 환자는 어디 가나 봉이다. 환자로서 진정한 치료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병원이든 한의원이든, 기치료나 다단계 식물 등 모두가 돈으로 본다.
암 환자의 투병 생활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죽음을 앞두는 상황이 올 때마다 진실과 희망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암의 진정한 치료제는 소화제밖에 없다. 그 외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신을 행복하게 가꾸어야 한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깨닫고 항상 즐거운 생각만 하길 바란다. 몸에 좋은 음식 중에서도 맛있고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이쁜 최고의 음식만을 먹기 바란다. 행복은 생각의 차이다. 이것은 나의 새로운 삶의 철학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