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택 : 항암&방사선 치료 거부 후의 생생한 경험

by 김인경

첫 수술을 마친 후, 나는 일반적인 암 치료 경로를 따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항암과 방사선 치료의 표준 알고리즘 대신, 나만의 길을 찾기로 했다. 그 선택은 쉽지 않았지만, 나는 내 몸을 알기에 내가 내린 결정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K 한방병원에 입원한 나는 앞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했다. 지금 병원이 2차 병원이라고 해도 종합 병원처럼 양방에도 모든 과가 있었다. 나는 “유방외과”에 협진을 의뢰했다.


오후에 유방외과 교수님과 교수님을 따르는 레지와 인턴 등 여러 명의 의사 선생님이 내 병실을 방문했다. 교수님은 한방에서 왜 자신에게 의뢰했는지를 물었다.


보통 암과 같은 큰 병을 치료하기 위해 처음 병원을 선택할 때, 매우 신중하게 고른다. 선택한 병원에서 수술하면 사후 관리 또한 당연히 수술한 병원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다. 나처럼 수술 후, 바로 병원을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교수님도 이런 경우가 처음일 테니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생님! 저는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원하지 않는데, 수술한 병원에서 집요하게 요구하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모든 진료 자료를 가지고 이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다 재발하시면 어쩌려고 그러세요?”라고 물어보시는 교수님은 차분하면서도 근심스러운 표정이었다.


할 수 없지요.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한다고 해서 재발이 안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제 상태가 항암치료를 받아들이기에는 체력이 딸려요. 지금도 힘든데 항암치료는 못 할 거 같아요.”라며 내 의견을 솔직히 말하자,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드리길 원하시는지요?”




선생님이 제가 가져온 수술 기록이나 진료기록 보시고 판단해 주세요. 제가 이 방면에 아는 게 없어서요. 그리고 수술한 가슴 부위는 다시 한번 초음파를 찍어보고 싶어요.


첫 수술 후, 2주도 안 지나 아물지도 않은 가슴을 방사선 과에서 의사라는 명목하에 마구 짓누른 게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수술 상태도 다시 한번 듣고 싶었다. 수술한 병원은 무조건 잘되었다고만 하지만, 의심 많은 나는 재확인을 하고 싶었다.


내 의도를 알겠다는 듯이 교수님은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병실을 나가셨다. 교수님의 반응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그분의 질문들도 내 결정을 이해하려는 진심 어린 노력이 엿보였다. 교수님의 첫인상도 좋았고 조용하시면서도 신중함이 느껴졌다.




병실에서의 나날들은 동료 환자들과 친밀한 교류가 계속되었다. 그들은 각자의 치료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같은 병실에 있는 암 환자 언니들은 나에게 용기가 대단하다며 칭찬 반 놀람 반을 표했다.


한 분은 이제 막 큰 항암이 끝나고 허셉틴이란 기나긴 항암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한 분은 항암을 100번도 더했다며 거의 누워만 있었다. 마지막 한 분도 항암은 이제 그만하고 방사선만 한다는데 눈에 초점이 없으셨다.


아직 항암이 끝나지 않는 언니는 무조건 의사 말씀을 따라야 한다며, 열심히 몸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나머지 두 분은 나에게 절대 항암 하지 말라고 했다. 한번 하면 마약처럼 끊을 수 없는 게 항암치료라며 자신들은 죽을 때까지, 항암 독에 빠져 죽을 거라며 희망을 잃고 있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그만하면 되지 않냐?”라는 내 말에 두 언니는 웃으면서, 그게 사람인지라 마음대로 되지 않는단다. 아파서 병원에 올 때는, 진통제만 받아서 가려고 온단다. 희망이 없으니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고통을 덜 받으려고.


하지만 의사를 만나는 순간, 의사에게 설득당하기도 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단다. 그때 “항암치료 하시고 가세요!”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네! 네!”라고 대답하면서 벌써 항암치료 하러 가고 있단다.


이처럼 일부 암 환자는 의료진의 권고를 따르며 회복을 위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항암치료의 끝없는 순환 속에서 절망을 토로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 결정의 무게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나는 생각이 많았다. 며칠 지나자, 유방외과에서 검사 스케쥴을 잡았다며 연락이 왔다. 갑상선암에 대한 조직 검사도 한다고 했다. 나는 놀라서 갑상선은 왜 하냐고 물었다. ‘분명 처음 수술한 병원에서는 상관없다고 했는데 갑자기 왜 이러지? 여기도 과잉 진료인가? 도대체 믿을 사람이 없네?’라는 생각에 의사의 믿음에 혼돈이 생겼다.


우선 수술한 유방부터 초음파 검사를 받기로 했다. 나는 내 몸의 상태와 수술 결과에 대한 재확인을 요청할 때, 마치 의학적 진단을 넘어, 나 자신과 대화를 시도하는 느낌이었다. 그 과정에서 검사하는 방사선과 의사 선생님은 자신도 모르게,


아니 왜 이렇게 수술한 부분이 깨끗하지? 항암 방사선 치료를 안 해서 그런가? 신기하네?”라며 혼잣말로 하고 있었다.


항암 방사선 하면 어떤데요?”라고 묻자, 당황하며 어찌할 줄 몰라 했다. 절대 방사선 의사가 할 말이 아니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항암 방사선 치료를 왜 해야 하는가? 안 하니깐 깔끔한데?’라는 생각이 들자, ‘정말 내가 결정을 잘했구나!’라는 마음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 나름대로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항암 방사선 치료를 거부하긴 했지만, 불안감은 항상 남아 있었다. 한심해하는 의사들의 표정이 제일 마음에 걸렸었다. 방사선 과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담당 한의사 교수님께 웃으면서 말씀드리자, “검사 하시는 분이 그랬어요?”라며 큰 실수 했다는 듯이 되물었다.



갑상선암 조직 검사가 남아 있었다. 나는 또다시 의료적 판단의 기로에 섰다. 조직 검사는 신중해야 한다. 괜히 건드려 놓으면 좋을 게 없다. 하지만, 수술한 병원에서도 목에 있는 혹의 크기가 크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불필요한 과잉 진료에 대한 의구심과, 한편으로는 더 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신중함 사이에서 결국 검사를 선택했다. 계속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보단 한 번 검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과, 의사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이 병원에서 의사와 문제가 생기면 갈 곳이 없었다.


의사들은 의사들만의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듯하다. 나의 수술 결과지를 보고 어떤지 물어보았을 때, 교수님은 어떠한 말씀도 해주지 않았다. 다시 검사한 걸로 말해주겠다고만 했다.


생각해 보니 같은 의사로서, 다른 의사가 결정해서 치료한 사항에 왈가불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 치료 방법도 다를 수 있다. 잘못 말하면 의료분쟁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산성 검사 결과는 다행히 깨끗하다며 목을 따뜻하게 하고 조심하라고만 했다. 이제 중요한 건 몸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했다. 수술 후, 원인 모를 어지러움과 기력 회복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정기 검사도 항암 방사선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에 1~2번만 하면 된단다. 아이러니한 말이었다. 나는 항암 방사선 치료를 안 하면 재발이 더 잘 될 거로 생각하고 매달 초음파 검사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항암 방사선 치료를 안 하면 자주 검사할 필요가 없단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항암 하는 사람들은 항암 치료할 때마다 검사한다. 방사선도 하기 전과 후에 검사한다.


결론은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는 게 앞으로의 치료 과정이나 관리도 간단하다는 거다. 나는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의 경험과 결정은 표준 치료 프로토콜을 넘어,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 의료 접근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내 이야기는 의료 결정 과정에서 환자 개인의 목소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단지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만이 아닌, 자기 삶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여정에서 나는 의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때로는 그들의 권고에 도전하면서도 상호 존중의 기반 위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나의 결정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어떤 이들은 내 용기를 칭찬했고, 다른 이들은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확신이었다. 나는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바를 듣고, 그것에 따라 행동했다.


결국, 이 경험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우리 각자는 자신만의 치유 여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다.


의료 시스템 내에서조차,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야 하며, 우리의 의료 결정에 대해 교육받고, 정보를 얻으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나의 이야기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시작된 여정이었지만, 그것은 더 깊은 자기 인식과 내 삶을 내 방식대로 살 권리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과 통찰력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한다.


우리 모두의 여정은 서로 다르지만, 우리 각자가 직면하는 결정과 도전 앞에서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은 내가 걸어온 투병 생활의 일부에 불과하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자기 몸을 신뢰하고, 의료 전문가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며, 개인적인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우리 각자의 건강과 삶은 우리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지키고 옹호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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