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제 타목시펜: 내 몸의 득과 실을 찾아서

by 김인경

44살의 유방암 진단은 내 삶의 근본을 흔들어 놓았다. 첫 수술 후, 힘들었던 몸과 마음은 전쟁터처럼 피폐해졌다. 한방병원의 문을 두드리며, 3~4개월 동안의 끊임없는 방문과 치료는 나를 서서히 옛 보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의문의 어지러움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고, 신체와 정신 건강도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걸 느꼈다.


특히, 내 몸의 모든 통증을 지배했던, 뼛속 깊은 곳까지 시리고 저린 아픔과, 저혈압과 저혈당으로 주체할 수 없었던 고통이 점점 사라졌다. 안정을 찾아가는 내 모습을 보며 만족해하시는 교수님께 무엇이 문제였는지 물었다. 유방암 수술 후유증이 남들과 너무 달랐기에 의문이 생겼다.


교수님은 아이 낳고 산후조리를 충분하게 하지 못 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게 유방암 수술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의문에, 전신 마취는 우리가 아이를 낳을 때처럼, 우리 몸의 호르몬이나 순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단다. 그때 약한 부분이 수술하고 표면으로 올라올 수 있다고 보셨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신비한 우리 몸의 신체적 반응으로 보셨다. 나는 이해가 되었다. 아이 둘을 낳고 두 번 다 제대로 된 산후조리를 하지 못했다. 거기다 자궁이 약해 멈추지 않는 하혈을 막기 위해 두 번 다 소파 수술을 했었다. 표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때 벌써 나의 몸은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 남편과의 갈등 속에서 두 아이를 출산했지만, 어디에도 돌봐줄 사람이나 기댈 곳이 없었다. 거기다 학원 운영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결혼하고 유방암이 오기 전까지 10년이란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이었다. 오죽하면 뱃속에 살아있는 3번째 아이를 포기했을까? 지금의 유방암은 ‘생명을 죽인 벌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한약과 침, 뜸 등으로 어느 정도 수술 후유증이 사라지자, 교수님은 나의 유방암이 호르몬과 관련된 암이니 “타목시펜” 복용을 권유하셨다. 나는 치료의 교차로에서 또 다른 선택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타목시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약에 민감한 나에게 어떤 반응이 올지 알 수 없었다. 내 몸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았다. 또 다른 ‘추가적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게 옳은 선택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네이버 위키백과 사전에는 타목시펜이 유방암을 예방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자궁암, 뇌졸중, 시력 문제, 폐색전증 위험과 불규칙적인 월경이라고 적혀있었다.


이외에도 온몸의 뼈가 약해지고, 식욕부진, 헛구역질, 기력 쇠퇴, 무기력, 수면장애 등의 생활상 크고 작은 문제점들로 사람마다 다르게 고통받고 있는 분들을 여럿 보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고민이 되는 건 자궁암과 불규칙한 월경이었다. 세 번째 아이를 지우고부터 월경 양이 급격하게 많아졌다. 양이 적었던 처녀 때도 월경이나 피검사만 하면 회복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오래 걸렸다.

만약 유방암을 예방하겠다고 “타목시펜”을 복용하다 자궁암이라도 오면 심각성이 유방암과는 비교할 봐 가 아니다. 수술부터 무게감이 다르다. 유방암은 신체 외부에 있지만, 자궁은 신체 안에 다른 장기와 연결되어 있어 수술 시간도 길고 경과 관찰도 어렵다.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다. 여기저기 찾아본 결과 “타목시펜”이 유방암 예방률이 40~60%로 나왔다. 대신 자궁암 걸릴 확률도 비슷하게 40~60% 정도란다.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은 나의 고민을 가중시켰다.


“선생님! 타목시펜의 부작용이 자궁암 걸릴 확률이 높은데 저처럼 자궁이 안 좋은 사람이 먹는 게 맞는 건가요?”


“당연히 드셔야지요. 유방암은 벌써 환자에게 노출이 되었지만, 자궁암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주기적인 검사로 사후 관찰이 가능하잖아요?”


“그래도 확률이 반반인데? 판단이 안 서네요.”


자궁암이 온 다음에 걱정하시고 지금은 드세요.”라며 절대적으로 권유하셨다. 고민이 많았지만, 그래도 의료진의 의견을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하여 약을 먹기로 했다.


이 약은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하루에 한 번 먹는 게 중요했다. 대부분 유방암 환자는 핸드폰에 알람을 맞추어 놓고 그 알람과 동시에 약을 먹었다. 나도 그들과 똑같이 약물 치료를 시작했지만, 불과 이틀 만에 2알 먹고 그 부작용을 직접 경험했다.


몇 달간 고생해서 나은 통증이 더 심해졌고, 숨을 쉴 수가 없어 걸을 수도 없었다. 병원 안에서 쓰러지려는 걸 간호사가 부축해서 병실까지 왔다. 나는 나머지 약을 미련 없이 버렸다. 더 이상의 약물치료는 없을 것이라고 결심하면서.


남들보다 약한 뼈대에 자궁도 부실하고, 약 부작용도 심한 내가 유방암 항암제를 먹고 고통받느니 유방암에 한 번 더 걸리더라도 사는 동안 편히 살다 죽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만 해도 아이들도 너무 어렸다. 내가 아프다고 돌봐줄 사람도 없었다. 남편도 친정 식구도 시댁 식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내가 나를 지켜야만 했다. 남에게 아픈 모습이나 추한 모습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다. 죽을 사람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고 생각한 나는 사는 동안 남에게 폐 끼치지 않겠다는 쪽을 선택했다.


약물에 대한 반응만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건 아니었다. 나의 삶과 건강, 그리고 현재 내가 직면한 어려움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과였다.


이러한 선택이 내 몸에 유방암이란 손님을 4번이나 부른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궁암이 오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유방암이 온 후로 자궁의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도 자궁 때문이다. 유방암 수술을 할 때마다, 생리의 주기는 점점 빨라졌고, 양은 더더욱 많아졌다. 이제는 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지금 내 선택에 후회가 있다면, 처음 유방암 수술 후, 자궁이 아프고 생리가 불규칙했을 때, 자궁 적출을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유방암이 4번이나 올 줄을.’ 생리 또한 수술할 때마다 점점 양이 많아지고 횟수도 불규칙해질지.


다시 한번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타목시펜’을 먹었을까?”라는 질문에 나는 자신 있게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다. 타목시펜을 먹었다면, 생리는 멈추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궁암이 오지 않았을 거라고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나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부실해지는 뼈가 약으로 더 부실해진다면 일상생활이 지금보다 훨씬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어떠한 약 부작용이 왔을지 모른다. 그런 걸 고려 한다면 나는 “타목시펜”을 복용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




내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다. 내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도 나이다. 나는 내 삶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의 삶의 질을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나의 이야기는 유방암과의 싸움뿐만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맞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를 갖기 바란다.


건강 문제와 직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몸과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의학적 조언과 전문가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최종 결정은 항상 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질을 고려하여 내려져야 한다.


나의 선택이 모든 이에게 최선의 선택은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각자의 여정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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