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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Mar 04. 2024

손가락이 왠수 : 주식과 코인 투자로 겪는 우여곡절

  

자본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 살면서 투자는 필수이다. 부동산, 주식, 코인, 금, 은 등 자신에게 맞는 부분을 찾아 여윳돈으로 투자해 봄으로써 손실도 보고 이익도 보면서 성장하는 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대치를 매일 갈아치우고 있다달러로는 아직 최고점을 돌파하지 못했지만, 환율이 비싼 우리나라에서는 최고가를 경신했다. 비트코인 하나에 9천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곧 1억이 눈에 보인다.     


내 삶도 주식과 코인 시장의 경험만큼이나 다채롭고 예측 불가능하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불확실한 바람에 몸을 싣고, 나는 가족과의 관계, 개인적 성장 그리고 경제적 독립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처음 주식을 시작한 건 학원에서 돈을 몇억 벌었지만딱히 쓸 곳이 없었다. 15년 전이라 꽤 큰 돈이었다.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지금 우리 형편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내가 사려고 할 때마다 남편은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가능한 남편 말을 들어주었다나보다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존경심도 많았다남편이 싫어하는 건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어떻게든 남편과 잘살고 싶었다. 그게 얼마나 헛된 노력이었는지 살면서 절실히 깨달았지만, 그땐 너무 늦었다.   

  



부모님이 살던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오빠의 권유로 부모님은 인천으로 이사 가셨다. 부모님이 새로 사신 집은 월세가 300만 원 이상씩 나왔다부모님 노후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아버지께 그 집을 사는 데 실제로 들어간 금액을 여쭈어보자 2억이면 산다고 하셨다. 나는 바로


나 2억 있는데 우리도 이런 거 하나 사자!”라고 말하자, 


남편은 옆에서 “2억을 왜 이런 곳에 투자해!”라며 바로 얼굴빛이 달라졌다. 


아버지께서도 “나도 늙어서 관리 해주기 힘들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사위의 어리석음에 속상해하셨다.      


아직도 그 집을 못 산 게 후회된다. 지금은 거기서 500만 원 이상 나온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자기는 그런 말 한 적 없단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 거였으면 그때 샀겠지내 복이 여기까진거지내가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많은 생각을 하지만 후회는 소용없는 짓이다.  

    



그 돈으로 남편이 사라는 주식을 사서 그해에 몽땅 날렸다. 그해 나는 장난으로 조금씩 수익 내며 즐겁게 하고 있었다. 남편이 나를 따라 주식을 시작하면서 한 방을 노렸다. 와우 티브이 전문가 말 듣고 내 주식 전부를 팔게 하고 자기가 주는 종목에 있는 돈 모두를 투자하라고 했다.     


지금 같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텐데. 남자 복 없는 년이 남편 말 들어 한 방 노렸다가 몽땅 망한 거다. 나는 그 이후로 주식을 그만두었지만, 남편은 주식을 그만두지 못하고, 나 몰래 공부하면서 계속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이 주식을 그만두지 않으면 집을 떠나려 했었다. 남편이 눈치챘는지, 이젠 안 하겠다며 있는 것도 정리해 2,000만 원은 주겠다며 키즈카페를 하자고 했다.     


남편은 줄 생각이 없다는 거 알고 있었기에 차를 한 대 더 사자고 했다남편은 지금 차를 나에게 타라며 중고차만 알아보면서 사지 않았다. 짜증이 난 나는 내가 그냥 내 이름으로 새 차를 샀다. 돈을 달라고 하자 알았다고만 하고 주지 않았다.     




그러다 암이 왔다. 암이 오자 진단금과 입원비 등 1억 5천 정도가 들어왔다. 남편에게 


“돈 좀 줄까?”라고 말하자, 


“됐어. 그 돈은 너를 위해 써.”라며 사양했다. 


나는 고마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큰형이 1억만 빌려달라고 했단다.     


나는 기가 막혔다. 이유를 물어보자, 서점 하면서 문화상품권을 한꺼번에 사서 돌리면 한 달에 300만 원 이상씩 벌 수 있단다. 나는 남편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아픈 내가 싸운다는 게 싫었다. 나는 웃으면서 “그럼 내가 300만 원을 줄게!”라고 말하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목숨값으로 받은 돈을 달라고내가 암이라고 말하자, 연락 한번 없었다. 혹시나 자기네한테 불똥이라도 튈까봐. 면회도 예의상 한번 두 부부가 빈손으로 와서는 20만 원 주고 간 게 전부였다. 3번째 4번째 수술에는 오지도 않았다.

      

남편도 내가 보험에 얼마나 가입했는지 몰랐을 때, 병원비라도 누가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기가 막혀서, “지금 병원비가 걱정돼?”라고 묻자,


암으로 집안 망한 경우 많아병원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잖아.”라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은 느꼈지만, 기분은 별로였다.   

  



1차 수술 끝나고 나는 우리에게 가장 잘해주는 큰언니네 아파트 옆 동으로 이사 가고 싶었다. 아이들도 걱정이었고, 내 병이 어떻게 될지 몰랐기에 믿을 만한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했다. 다행히 옆 동에 나온 집이 있었다.     


나는 집에 와서 내일 계약하러 가자고 하자, 남편은 친정 옆으로 왜 이사를 가?”라며 바로 거절했다. 그때 이사를 못 간 우리는 아직도 내가 전셋집에서 벗어날 때 산 빌라에서 살고 있다. 몇 번 더 나는 이사를 권했지만, 남편과 딸이 거절했다.     


딸은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며 자기 졸업하면 가라고 부탁했다그러는 동안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나는 융자 끼고 이사 할 마음은 없었다. 내가 몸도 아프고 병원에 있는 시간도 많은데 굳이 은행 빚까지 지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여윳돈도 있었고 시간도 많았다또한 계속 경제적 활동을 했었던 나는 수입이 없자불안하기도 했다다시 주식을 시작했다. 처음 5천 투자해서 2억 가까이 투자했던 것 같은 데 그 해에 2억을 벌어 수익은 다 찾아 생활비로 썼다. 예전에 손해 본 것도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코인도 하게 되었다. 코인은 수익을 빼지 못해 처음엔 손해가 엄청났었다. 몇 년 전 갑자기 비트코인이 올라 모든 손해를 메꾸고 그만두려고 할 때남편은 지금이 코인할 때라며 부추겨 계속하게 되었다  

   

그때 수익이 5배 이상 불었다나는 반 정도 빼려고 하자남편이 연말에 2배는 더 갈 거라며 빼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진짜 믿었다. 하지만 예상은 항상 빗나가기 마련이다. 쫙 빠진 코인은 반토막이 났다. 그러다 다시 갔지만, 예전의 5배 수익을 못 잊어 구경만 하다 원금까지 손실이 나버렸다. 

    

그런 코인이 올해 들어 계속 올라 지금은 2배 이상 되었다. 어제오늘 열심히 팔아서 수익은 바로바로 챙겼다. 하지만, 주식 코인을 하시는 분들은 알 거다.      


이놈의 코인이나 주식은 내가 사면 떨어지고내가 팔면 오른다. CCTV 가 나만 보고 있나 보다. 팔고 나서 오르면 정말 약 오른다. 사고 나서 떨어져도 마찬가지다.      


그제 팔고 나니 다음날 그 종목이 40% 이상을 달리고 있었다. 어제는 그게 “아이고야!” 하게 만들더니, 오늘은 아침에 움직이지 않는 몇 종목을 팔고 비트가 곧 1억을 넘길 것 같아 갈아탔다.


역시나 비트는 멈추고 판 모든 종목은 10% 이상씩 상승했다. 손가락이 왠수다아침에 일어나서 치료나 받을 것이지. 점심 먹으면서 괜히 하나를 건드렸다. 팔자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20% 이상 갔다. 웃음만 나왔다.      

그때 친구가 전화가 왔다. 우리는 웃기만 했다. 그 친구는 내 권유에 코인과 주식을 한 친구다. 둘이 씩씩대며얼마나 웃었는지스트레스가 쌓이는 건지 풀리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내가 팔고 나서 오르면 마음이 몹시 아프다. 처음 할 때는 아깝다는 생각에 손해 봤다며 짜증 냈다. 몇 년 전에 이런 내 모습을 본 딸이      


엄마 손해 보고 팔았어?


아니그냥 두었으면 몇백은 더 벌었을 텐데이놈의 손가락이 문제야내 성격이 문제지마음만 급해서리아까워라.”     


엄마 손해 본 게 아닌데 왜 손해 봤다고 해그러다 내려가면 아이고아까 못 판 게 아깝다며 더 짜증 내잖아그건 손해 본 게 아니야기회를 놓친 거지그리고 손절하면 무조건 잘한 거야.”라며 나에게 필요한 위로를 해주었다.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개미라항상 CCTV가 나만 바로 보고 있다내가 살려고 주문을 넣으면 일시적으로 갑자기 오른다. 신기하다. 그래서 꼭 비싸게 산다. 팔 때는 반대이다. 일시적으로 숫자가 내려간다. 그럼 더 떨어질까봐 조바심 내며 시장가에 판다. 팔고 나서 오르면 약도 오르고 아깝고 뭔가 손해 본 더러운 기분이 든다.      


이제는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수익 난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아쉽기는 하지만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나진 않는다. 돈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내 돈이면 어떻게 해서든 들어온다. 하지만 내 돈이 아니면 많은 돈이 들어와도 이상하게 돈 나갈 일이 생긴다. 그래서 이젠 현재에 만족하며 살려고 한다.     




결혼하고 남편과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돈에서는 그래도 자유로웠다하지만, 어렸을 때 가난한 기억이 무서워 함부로 쓰지는 못한다. 그냥 통장에 있는 잔액을 보며 만족해한다. 많은 돈은 없어도 돈이 마르지는 않았다딸은 나에게 ATM 기계라고 말한다이점에 대해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동안 주식도 코인도 물려서 재미가 없었는데 코인이 가주니 조금씩 재미가 느껴진다주식도 얼렁 올라왔으면 좋겠다. 돈을 벌려면 공부해야 한다는데 나는 무슨 배짱인지 공부도 안 하면서 올라오기만 기다린다.     


오늘도 하루 종일 코인거래로 수익을 챙기며 만족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하루 종일 꺼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나는 주식과 코인 투자를 통해 나의 경제적 독립을 꿈꾸기도 한다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측불허인 금융시장은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경우도 많았다이 불가사의한 순환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거하지만 자기 조절만 잘하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거다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투자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라 삶의 교훈을 배우고자신의 강인함을 시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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