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병에 걸리면 실비보험을 잘 활용해야 해요!

by 김인경


지루한 두 주간의 병원 생활은 창밖으로 스쳐 가는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덧없이 지나갔다. 내일, 나는 퇴원한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법의 테두리 안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 입원이 허용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며, 현재 나의 경우 그 어떤 조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암 진단을 받은 환자라면, 재정적 여유가 허락하는 한 끝없이 병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암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코로나 같은 유행병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마다, 나라는 더 많은 의료비 지원을 약속했다. 그 비용은 어디서 충당했을까? 바로 우리가 납부하는 의료 보험공단에서 나온 거다.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의료비 지출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의료 보험공단의 적자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내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거기다 산정특례제도의 혜택을 받는 희귀질환이나 암 환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의료비 감당이 힘든 나라는 환자들의 입원을 조금씩 제한하며 줄이고 있다. 또한 의료 보험 혜택도 검사별로 하나씩 비보험으로 돌리고 있다. 게다가 실비보험 역시 정권이 바뀌면서 지급 거절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의 실비보험은 2007년에 가입한 1세대 보험이다. 입원 한도는 각 질병당 일 년에 3,000만 원 한도로 제한된 금액으로 다른 실비보험에 비해 약한 보험이다. 2009년에 1억짜리 보험이 나왔을 때, 갈아타려고 했지만, 둘째 아들을 낳고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나는 30대 후반에 “퇴행성 디스크”라는 고질병명을 얻게 되었다.

실비회사는 1억으로 갈아타는 걸 거절했다. 어쩔 수 없이 이거라도 유지해야 했기에 현재 나온 보험 중에 가장 입원비가 적은 보험이다. 다행히 아들딸과 남편은 1억으로 갈아탈 수 있었다. 좀 억울하긴 했다. 내 거는 못해도 식구들 건 해준 게.

지금 돌이켜보면, 가족들을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여러 건강보험에 가족과 나를 위해 가입해 놓은 보험들이 건물 한 채 산 거보다 잘한 재테크라고 생각한다.


아파보니 돈이나 건물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직 보험만이 살길이었다. 끊임없이 들어가는 치료비는 건물 한 채로 감당하기는 만만치 않다. 그리고 주위에서 보면 재산인 건물을 팔아 병원비로 쓴다는 게 쉽지 않았다.



현재 내 보험의 금액이 3,000만 원으로 적지만, 보험 약관만 잘 이용하면 1년에 5천만 원 이상 이용할 수 있다. 우선 각 병당 일 년에 3,000만 원이라는 걸 이용해야 한다.


암 치료비용이 물가처럼 많이 올랐다. 나는 암으로 입원하면 한 달에 보통 6-7백만 원씩 쓴다. 최대한 절약해도 줄이기 힘들다. 면역주사 한 대가 30만 원, 고주파나 통증 치료도 한 번에 30만 원씩이다.


이 치료들도 일주일에 2번씩 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 이 3가지 치료만 해도 180만 원이다. 거기다 나는 기력저하로 한약을 먹어야 한다. 그것도 일주일에 15만 원 정도 나온다. 그 외 입원비나 식대가 10만 원 정도다.

벌써 일주일에 200만 원이 넘어간다. 그래서 나는 고주파와 통증 치료는 일주일에 3번만 한다. 몸이 약한 나는 면역주사는 횟수를 늘리면 몰라도 줄일 순 없었다. 그렇게 5달 정도 입원하면 3,000만 원을 다 쓰게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6개월간 면책기간이라 암으로는 입원할 수 없다. 암이란 질병으론 입원하면 치료비를 내가 부담해야 한다. 또한 난 입원비 일당 보험이 많아서 그것도 120일 받고 나면 6개월간 면책기간이 된다.

비용을 다 소진한 나는 퇴원해서 집으로 오지만, 집에서 오래 견디지 못한다. 생리 때 입원해서 링거를 맞아야 하는 나는 면책기간에는 생리 과다와 둘째 낳고 얻은 퇴행성 디스크라는 변명으로 2주씩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치료받는다.


이렇게 사용되는 금액이 1년에 적어도 5천만 원 이상 쓰는 걸로 나왔다. 1억이었으면 더 많은 치료를 받았겠지만, 3천도 보험 약관만 잘 이용하면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건 2009년 10월 이전에 가입한 1세대 보험 기준이다.


2세대부터는 약관이 다르다. 거기에 대한 사항은 가입 보험 약관을 찾아보시고 고객센터에 문의하면서 잘 이용하시면 된다. 1세대가 다른 2-4세대 실비보험과 다른 큰 차이점을 몇 가지만 살펴보면,


선 1세대만 비보험 한약도 실비 처리가 된다. 그리고 면책기간이 1세대는 같은 질병으로 안 가는 날부터 6개월이다. 2세대부터는 입원한 지 1년이 지난 시점부터 3개월이다. 통원 또한 1세대는 같은 질병으로 1년에 30번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그 외 세대는 180일로 일 년의 반이 가능하다. 즉 제한이 없다고 봐도 된다.

그 외에 큰 병으로 사용하실 때는 보험 약관과 회사 고객센터를 통해 자신의 보험 혜택을 정확히 알아본 후에 사용하길 권한다. 자기부담금도 금액과 기준이 다르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내용들이 꽤 있다.



지금 내 몸 상태는 집에 있는 게 위험할 수 있다. 집으로의 귀환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다행히 집안일은 아이들이 해주긴 하지만, 학기 중이라 집에 가면 아들 저녁과 내 식사는 내가 챙겨야 한다.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면책기간이라 암으로 입원할 수 없는 나는 2주 있었기에 무조건 퇴원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나는 나만의 소중한 자유의 순간들을 꿈꾼다. 놀고 싶다. 사람들도 만나고 맛난 음식도 먹으러 다니고 싶다. 돈이 있으면 뭐 하나? 병원이란 감옥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걸.


꼬까옷을 사 놓고 입어보지 못한 옷도 수두룩이다. 비싼 건 아니지만, 병원 침대에 누워 딴생각을 멀리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을 하게 된다. 그러면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언제 쓸지도 모를 물건들을 구매한다. 아마도 욕구 불만이겠지?


병원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내가 갈망하는 자유와 소망의 전부이다. 온라인 쇼핑의 허무함 속에서 쌓인 물건들은 내 방을 채우지만, 정작 나의 마음을 채우지는 못하고 있다.


생리가 시작되면 어떤 병원이든 다시 달려가야 한다. 이런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은, 어쩌면 그 자체가 나의 끝없는 치료 과정일지도 모른다. 제발 생리가 하루라도 늦게 나왔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병원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건강한 자유의 몸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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