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는 동생을 만났다. 그녀와의 대화는 시대의 변화를 가늠케 했다. 그녀처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부부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우리 때처럼 ‘시집살이’라는 단어는 그들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오직 두 사람과의 문제와 결정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부부가 맞벌이하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세상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양가 어른 중에 도와주시는 분이 계시면 좋겠지만, 봐주지 않는 대신 간섭하지 않는 걸 원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직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요즘 남자들은 가사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맞벌이가 당연한 것처럼, 가사노동 또한 부부가 공평하게 나누어야 할 책임이다. 부부의 사랑과 책임, 자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자 방법이다. 나와 동생은 변화된 새로운 삶의 형태가 가져온 도전과 변화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내가 만난 동생네는 다른 집과는 사뭇 달랐지만, 나빠 보이지 않았다. 동생 부부는 결혼하기 전 성에 대한 욕구가 서로 달랐다. 남자는 괴롭힘을 당하면서 사랑받고 구속받는 걸 원했다. 반면에 여자는 구속하면서 괴롭히는 걸 원해서 결혼했다.
처음에는 금상첨화처럼 맞았지만, 부부관계에 있어 사랑과 성은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라 계속 유지가 힘들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표현과 해석은 더욱 다양해졌다. 동생 부부는 그것이 어떻게 사랑을 넘어서, 개인의 성장과 자유를 탐색하는지 보여주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남자는 가정에 대한 책임도 강해졌고, 아빠라는 타이틀도 가지게 되었다.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보호 본능이 나타났다. 여자 또한 모성애와 책임감이 부여되었고, 남편의 사랑을 받고 싶어졌다.
여성은 빨리 경제적 자유를 원했다. 욕심을 부려 부업을 시작했지만, 현재 어떤 자영업도 투잡으로 쉽지 않았다. 유튜브나 대중매체에서 말하는 건 그들이 우리를 끌기 위한 속임수가 많다.
사업이나 투자로 성공하는 확률은 5% 미만이다. 이것도 경기가 좋을 때 나온 말이고 지금은 3% 도 안된다. 이 부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든 은행 빚으로 벌인 사업을 직장 다니면서 관리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남편은 투잡을 하면서 빚을 갚았고, 여자는 육아와 직업에서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개인적 성적 욕구가 다른 둘은 어느새 서로의 위치가 바뀌었다. 남성은 점점 강해지고 여성은 약해지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관계에서 멀어져 갔다.
그들은 서로의 자유와 욕구를 존중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때 그들의 해결책은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대담함에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밖에서 각자 풀기로 했다.
현대 사회는 여성이 남성보다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다. 운동하는 커뮤니티부터 남녀가 함께 모인 장소에서 여성이 남성을 만날 기회가 훨씬 넓어졌다.
동생은 여러 남자를 만나면서 관계도 밖에서 가졌다. 반면 남성은 기회가 적었지만, 와이프를 이해했다. 서로 비밀 없이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했다.
와이프가 새로운 남성을 만나러 갈 때, 남편은 만나는 텔까지 차로 태워다주었다. 다 놀고 데리러 오라면 다시 모시러 갔다. 남편은 좋은 시간 보냈는지, 즐거웠는지 물어보며, 있었던 이야기를 공유하며 즐겼다.
가끔 여성은 자신이 만나는 남자와 남편과 함께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며 놀았다. 남자는 몇 명이나 만나는지 물어보자 여러 명이라고 했다. 돌아가면서 즐긴단다. 나에게는 쇼킹했다.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게.
여성에게 물었다. “그러다 임신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언닌! 내가 바보예요. 콘돔 있잖아요. 그래서 피임약을 먹을까 생각도 있어요.”라며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동생이 기가 차면서도 밉지는 않았다.
이처럼 서로를 존중하며 지지하는 모습에서 나는 새로운 시대의 사랑과 결혼의 모습을 보았다. 쉬운 일은 결과 아니였지만, 그들은 서로를 위해 그 길을 선택했다.
헤어지고 나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 나의 가치관과는 다른, 그러나 서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젊은 부부의 삶.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나는 이해의 폭을 넓히려 노력했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정의는 시대와 함께 변화하며, 우리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아들딸 두 자녀를 둔 엄마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내 자식이 행복하다면 모든 받아들여야 하는 게 부모이다. 하지만, ‘우리와 완전히 다른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결혼은 아이가 생기면 하고 웬만하면 즐기면서 놀라고 했다. 결혼이란 법적 구속에 얽매여 살 시대는 아니라고 보았다. 하지만, 자녀가 있으면 말이 달라진다. 동생네는 3살짜리 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욕구를 인정하며 살고 있었다.
주말엔 서로 돌아가면서 놀러 나간다. 같이 가면 아이를 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가정에 충실한 그들을 보면서 나쁘다고 잘못되었다고만 할 수 없었다.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고 그들을 욕할 수는 없었다.
결혼의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이 많아졌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내 자식들에게 일어났을 때 나는 어디까지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을까?
대학 친구를 만났다. 변화된 결혼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위의 가정에 대해 친구의 의견을 물었다. 친구는
“바로 이혼이야. 왜 같이 살아? 남자라면 성에 대한 소유욕이 있을 텐데?”
“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는데 결국은 돈인 것 같아? 우리 때는 맞벌이가 선택이었잖니! 여자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그만두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잖아. 남자가 여자 먹여 살릴 자신 없었으면 결혼 안 했다는 거지.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남자 혼자 벌어서 살기 힘들잖아. 맞벌이가 기본이 되었잖아. 요즘 결혼한다고 일 그만두는 여자 거의 없더라고. 그래서 가사일도 반 반하는 게 당연하고.
요즘 젊은 부부들 결혼할 때도 남자가 집 장만하고, 여자가 살림 장만하지 않더라고. 둘이 똑같은 금액을 가져와서 집과 살림, 자동차 등 필요한 물건을 함께 사더라고. 돈을 벌어도 공유하지 않고 공동 생활비 내고 각자 관리하면서 자유롭게 쓰고.
그러면서 육아도 함께하잖아. 여기까진 나도 이해가 되는데 성 문제는 나와 가치관이 달라 많은 생각이 오가더라고. 내가 인정 못 한다고 난리 칠 문제가 아니더라고. 같이 사는 부부가 괜찮다고 하면 더 이상 부모인 우리는 관여할 수가 없다는 거지.
이렇게 변화하는 젊은 세대를 내가 얼마나 따라가고 이해할 수 있는가가? 문제지. 내 자식 때는 더 심할 수 있다는 건데. 남의 집안일이라 뭐라 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씁쓸했어.”
우리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변화하는 가치관을 인식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급변화하는 세대 간의 다리를 놓는 건 쉽지 않지만, 자녀들이 행복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부모로서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우리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사랑과 결혼, 가정에 대한 내 가치관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았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의 생각도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사색의 시간은 나에게 결혼과 가정,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주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가정의 행복과 사랑의 실현이다.
202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