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들어온 지 벌써 10일이 지나가고 있다. 병원의 하얀 벽 사이에서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창밖으로 보이는 빌딩들과 하늘만이 외로움을 달래는 위안이 되고 있었다. 수많은 생각과 무거운 침묵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다음 주 퇴원을 앞두고 있다.
퇴원하기 전에 몸을 충분히 충전시켜 놓아야 밖에 나가서 1~2주를 견딜 수 있다. 기력을 올리고 통증을 줄이기 위해 어제부터 나는 링거를 또 맞기 시작했다. 보통 링거를 맞으면 2~3일 동안 연달아 맞는다.
짧게 자주 맞으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혈관주사 놓는 게 만만치 않다. 왼쪽 팔은 유방암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주사를 맞지 말라고 한다. 오른쪽 팔에만 링거를 맞다 보니 주사 맞는 팔뚝 피부가 두꺼워져 주삿바늘이 들어갈 때 통증도 크고 실패율도 높다.
지금은 1주일에 한 번 정도씩 포도당 수액에 비타민과 근육이완제를 썩어서 맞는다. 다음 주 퇴원 전에 한 번 더 맞고 나갈 예정이다. 링거를 맞으면 몸속에 생기가 불어넣어지면서 기력이 조금씩 올라왔다.
몸과 마음은 충전기에 꽂힌 배터리처럼 조끔씩 채워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링거주사는 득을 주는 것과 반대로 대가를 요구했다. 낮에는 괜찮은데, 잠을 자면 이상하게 화장실을 거의 1시간에 한 번씩 간다. 깊은 숙면에 취할 수가 없다.
링거와 맞이하는 아침은 눈을 뜰 때 다른 날보다 몸이 무겁다. 오늘 아침도 청소 아주머니의 친절한 인사와 간호사 선생님의 따듯한 목소리 덕에 무거운 눈꺼풀을 열었다. 일어나면 의례적으로 손이 가는 폰을 켜는 순간 코인 거래소부터 보인다. 나는 가장 많이 오른 코인을 한번 본 후 다른 걸 보는 습관이 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내가 가진 코인 종목 하나가 40% 이상 오르고 있었다. 오늘의 무거운 잠을 확실하게 깨워준 건 스마트 폰 화면에 떠오른 숫자였다. 내 계좌 수익이 100%를 왔다 갔다하고 있었다. 잠에서 깬 개운하지 못한 몸에 예상치 못한 활력이 불어넣어지고 있었다.
9시가 되자 그 코인이 조금 떨어지기 시작했다. 300원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 느낌상 400원은 넘길 거 같았다. 나는 일어나서 화장실 같다 코인 때문에 걱정하는 언니의 톡을 보고 전화했다.
언니는 코인이 요즘 재미가 없다며 투덜대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비트코인이 1억을 넘긴 후, 당연히 거쳐야 할 아름다운 조정이었지만, 언니는 힘들어하고 있었다.
“언니 ‘시빅’이 지금 가고 있네요. 아침에 내가 팔아야 할 듯해요.”
“너 있니?”
“넵. 난 이런 잡코인이 한 20개 이상 있어요. 대신 여기엔 200만 원 안쪽만 투자해요. 이것도 170만 원 정도라 수익이 나도 크지 않아요. 지금 수익이 200 정도네요. 좀 더 보다가 팔아야지요. 시빅은 확 올라갔다 훅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다 팔아? 반만 팔아?”
“난 성질이 급해서 반만 팔면 좋은데 그게 안 돼요. 그래서 매번 팔고 후회해요. 내가 팔면 올라가거든요. 하지만, 우린 개미니깐 적당히 먹고 나와야지요. 그리고 내가 안 팔면 꼭 떨어져요. CCTV가 나만 본다니깐요. 그래서 이젠 팔고 나면 미련 갖지 않으려고 해요.”
“나는 큰 코인만 있어서 그런지 계좌에 변화가 없어.”
“언니! 방송 듣고 사기꾼들 말 믿지 말아요. 그들이 코인을 어떻게 알아요? 주식처럼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방송 많이 들으면 돈 못 벌어요. 시간만 날리지요. 우리 남편이 대표적이잖아요. 이상한 전문가 말 듣고 자기 돈과 아이들 돈 내 돈 몽땅 이상한 코인에 사서 그 코인들은 회복도 안 돼요.
그 코인들 다 손절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업비트에 있는 코인들만 하고 있어요. 코인의 원리를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언니가 느끼거나 언니만의 노하우가 있으면 그 원리대로 하세요. 언니 소신껏 하세요.
그들이 그렇게 전문가면 지들이나 투자해서 돈 벌지. 왜 지금 그런 방송 하면서 사람들 끌어모으겠어요? 특히 신규 코인은 더 조심 해야 해요.
신규 코인은 순간적으로 몇백 프로에서 몇천 프로 가지만 우리 같은 개미나 손이 느린 나는 무조건 물리게 되어있어요. 그리고 수익을 본다고 해도 위험하고요. 괜히 욕심부리다 아까운 돈 날려요.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비트코인이 30%, 이더리움과 솔라나 같은 메이져 코인 여러 개를 30% 계좌에 가지고 계시고요. 나머지 30~40%로 잡코인을 조금씩 분할 매수하세요. 잡코인은 수익이 큰 만큼 손해가 커요. 장이 좋지 않을 때는 무조건 비트코인만 사야 하고요.
지금처럼 장이 좋을 때는 비트코인은 가만히 있어 줘야 해요. 잡코인들이 돌아가면서 순환매를 타니깐 여러 종목에 나누어서 조금씩 사두셨다가 오늘 시빅처럼 미친 듯이 뜨면 팔고 나오세요. 시빅은 한두 달 지나면 다시 살 기회를 줘요. 그때 돈이 있으면 사고 없으면 버리세요.
코인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항상 오를 때 돈을 챙겨 놔야 해요. 안 그럼 저번처럼 숫자놀이만 하게 돼요.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엔 다시 대폭락이 올 수 있어요. 그때 지금 빼놓은 돈으로 물타기 하는 거예요.
주식은 그렇게 하면 성공 확률이 종목마다 다르지만, 코인은 순환매로 상장 패지만 당하지 않으면 무조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예요. 제발 전문가라는 유튜브 보지 마세요. 거기서는 현재 코인이 코인 지갑으로 들어갔는지, 거래소로 유입되었는지만 확인하세요. 그리고 세계 돈 흐름만 들으세요.
저는 요즘 글 쓴다고 바빠서 아예 주식 코인 방송은 듣지 않아요. 언니 나 시빅 팔고 다시 톡해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시빅’이 고점을 찍어 떨어지기에 428원 시장가에 180% 수익을 챙기고 팔았다. 수익금은 300만 원 정도였다. 나는 260만 원은 현금으로 인출하고 나머지 200만 원은 ‘칠리즈’ 코인으로 갈아탔다. 이유는 칠리즈와 시빅은 항상 금액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코인이다.
칠리즈가 먼저 200원에 도달한 후에 시빅이 움직였다. 오늘 시빅이 440원까지 찍고 내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젠 칠리즈 차례이다. 칠리즈도 100% 정도 먹고 나오면 될 거 같다. 나는 이런 식으로 잡코인은 물려도 부담 가지 않을 정도만 산다.
언니는 나에게 연락이 왔다. 판 돈을 어떻게 했냐고? 나는 칠리즈 200사고 현금으로 챙겨 내일 금을 살 예정이라고 하자, 언니도 칠리즈를 산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신규 코인이나 전문가의 말에 혹하지 말고 업비트에 있는 코인들 중에 오르지 않는 코인을 사라고 했다.
코인의 원리는 단순하다. 욕심 덜 부리고 떨어졌을 때 기다릴 수 있고, 여윳돈이 있어 떨어졌을 때 물타기라도 해놓는다면 이보다 안전한 투자는 없다. 하지만, 비트코인 외에 알트코인은 주식처럼 상장 폐지라는 위험이 따른다. 여기에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조금씩 투자해야 한다.
병원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 1시간 동안 코인을 보며 작은 나만의 우주를 만들었다. 고점에서 팔아 260만 원이라는 현금을 챙기면서 잠시나마 병실의 벽을 넘어서는 기쁨을 맛보았다. 오늘은 판 지점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돈이 통장에 꽂히면서 외로운 병원 생활에 오랜만의 활력소가 되었다.
수많은 숫자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처럼, 나 역시 고요하고 평범한 병실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핸드폰의 작은 스크린을 통해 연결된 세계는 나에게 신중함과 인내의 가치를 가르쳐주었다. 코인 시장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면서, 어떻게 하면 작은 것에서 큰 기쁨을 찾을 수 있는지 배우게 된다.
202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