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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May 02. 2024

병원 직원의 무례한 대응에 분노 폭발! 2


병원이란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아픔을 나누고 때로는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기도 한다. 화창한 봄날의 아침, 나는 오늘 그 무게를 더욱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제 검사한 결과를 듣기 위해 가고 싶지 않았지만, MRI 찍은 병원에 가야 했다   

 

예약은 10시 30분이었다. 항상 먼저 가서 기다리는 나는 10시부터 준비를 끝내고 현재 입원한 병원의 업무과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0시 10분쯤 울린 전화를 놓쳤다. 5분도 걸리지 않는 병원이라 여유롭게 걸어가는 도중 전화벨이 또 울렸다빨리 오라는 전화였다 

    



10시 15분쯤 병원에 도착했다. 전화한 분을 찾자, 업무과에서 근전도 검사를 해야 한다며 검사실로 가라고 했다. 나는 원장 선생님을 먼저 만나고 싶다고 했다. MRI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어떤 검사도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병원의 대답은 차가웠다무조건 안 된다며 검사부터 하라고 명령했다. 내가 느끼는 불안과 아픔은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어제부터 화가 난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원장님부터 만난다는데 안되는 이유가 뭐예요그러면 검사받지 않겠어요.”라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하자 어제 예약해도 1~2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했던 사람이 “그러라고 해!”라며 무시하듯 말했다.      


한 번 더 참고 원장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자, 


“1시간 기다리세요!”라며 좀 전에 그러라고 한 남성이 말했다.      


예약을 10시 반에 했고지금이 10반 20분인데 왜 1시간을 기다려요?”라고 말하자, 귀찮다는 듯이      


“원장님을 만나려면 기다려야 합니다.”라며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급기야 병원의 복도는 내 감정의 메아리로 가득 찼다분노를 토해내며 소리치고 말았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어제부터 있었던 일을 내가 네이버 리뷰에 정나라 하게 올리겠어요.”라고 말하자, 그 남성은      


“그러세요.”라며 ‘당신 맘대로 해봐라!’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개 무시했다. 더 이상 이성적일 수 없었다.      


여기 지금 뭐 하는 병원인가요어제 X-Ray 실에서부터 MRI 촬영실까지내가 공짜로 치료받나요예약하고 와서 1~2시간 기다려야 한다는데 예약은 왜 받는데이런 병원 처음 보네정말!”이라고 큰 소리로 말하자, 방에 있던 한 남자가 나와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 병원의 총책임자인 업무과장이라는 분이었다. 처음 그분은 나를 미친년으로 본듯했다.     


타 병원 의뢰라 시간이 안 되는데도 억지로 해드렸는데.”라며 나의 행동에 대한 불만을 얼굴과 말투에서 표현했다. 나는 어제 X-Ray, MRI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그분은 내가 하는 말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예약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만약 내가 기다리는 걸 부담스러워하면 대응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대기시간이 이렇게 길다면 예약을 받지 말고 오는 순서대로 한다고 하던가?      


아니면 아침 일찍 첫 타임이나 점심 식사 직후 바로 예약을 해준다던가? 등 여러 가지 대안을 주어 해결해 줄 생각은 안 하고 ‘원장님 원래 그래요?’라는 말이 어디 있어요? 제가 여기 공짜로 진료 보러 왔습니까?      


내가 당신 직원들 자식입니까? 아니면 부하 직원입니까? 요즘 자식이나 부하 직원에게도 이렇게 안 합니다. 업무과장님이시라면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닐 텐데요제가 지금 불평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실 텐데요저 직원들이 저한테만 이러지 않았을 텐데요?”     


맞습니다알고 있었습니다죄송합니다이제 이해가 됩니다제가 지금부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한번 보시고 다시 생각해 주세요.”라며 정중히 사과했다.     


제가 어디 가서 리뷰를 쓸 때 좋은 리뷰는 써도 웬만하면 나쁜 리뷰는 쓰지 않습니다. 우리 딸이 리뷰 쓰는 거 좋아해서 그 리뷰 보고 연극 티켓도 보내주고 음식도 공짜로 주는 걸 보고 한 말이 있습니다.      


리뷰 적을 때, 기분이 안 좋아도 나쁜 말은 쓰지 말라고나쁜 말을 쓰면 알지도 못하는 상대방이 너를 욕할 수 있다고. 부모가 함부로 쓰고 다니면 나중에 그 죄가 자식에게 올 수 있기에 부모는 항상 좋은 행동을 하고 다녀야 한다고 교육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아무리 무식해도 X-Ray 촬영하는 도중에 목구멍까지 ‘이 새끼가?’라는 말이 올라올 정도면 심한 거 아닙니까?”라며 어제의 불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분에 못이겨 반복해서 말하자,     


정말 죄송합니다솔직히 저도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젊은 직원들이 조금만 서운하게 하면 그만두겠다는 둥, 직원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저도 그냥 넘어가려고 했던 거 인정합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모든 걸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검사부터 원장 선생님 만나는 일까지 도와주었다.     


그 덕에 12시 전에 모든 일이 끝났다. 어제오늘 너무 힘들었다. 거기다 골수암이라는 검사 결과까지 너무 충격적이었다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의사의 말 한마디에 환자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는 걸 모르는 병원이었다.  

   



격렬했던 감정의 폭풍 속에서 내 이야기는 그저 환자 중 한 명의 작은 목소리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목소리가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와 존중은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 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며환자로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 누구도 나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병원에서의 하루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의료진도 인간이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환자도 그들의 진료에 있어서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병원을 떠나면서나는 무엇보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우리는 때때로 삶의 험난한 길을 걸을 때 우리 목소리가 조력자임을 알아야 한다의료 서비스를 넘어모든 인간관계에서 존중과 이해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반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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