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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May 04. 2024

오진의 공포 : 골수암이래요!

   

아침부터 검사한 병원에서 큰 소리를 낸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원장님을 먼저 만나고 싶었던 나의 작은 요청은 병원 시스템 앞에서 무참히 무너졌다. 근전도 검사부터 받으라는 병원 측의 지속적인 유도에 마지못해 순응했다.     




검사를 마친 후, 업무과장 덕에 빨리 원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콩팥염증 검사까지 혈액검사는 모두 정상입니다고관절 쪽도 이상이 없습니다만 척추는 허리 왼쪽에 디스크가 있어요. 4번 5번 척추가 신경을 건드리긴 하지만 수술할 정도로 심하진 않아요. 왼쪽 다리가 아프고 서혜부 쪽이 아프다고 하셨는데 전반적으론 다 괜찮아 보여요. 치료계획을 잡아야 하는데?”     


“그럼, 왜 이렇게 아픈 거예요?”라고 묻자, 

4번 5번 쪽을 가리키며 여기 이상이 있으니까요!”     


“그것 때문에 왼쪽 다리 한쪽이 다 아픈 거예요?”

“네. 이상이 있으니깐 아플 수 있어요.”     


“선생님! 좀 전에 근전도 검사에서 두꺼운 바늘로 찌르는데 두세 군데는 감각이 없었어요다리도 올려지지도 않고요힘이 들어가지지 않으니 다리는 쩔뚝거리고요. 원인이 뭔가요?”라고 심각하게 다시 질문했다.      


“말씀드렸잖아요. 허리에 디스크가 있다고?”     


“그것 때문이라고요?”라며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반문하자, 다시 MRI 사진들을 살펴보셨다. 갑자기      


'골반 뼈가 이상하다? 고관절은 괜찮은데?' 하시더니 전화를 다른 원장님께 거셨다. 내가 촬영한 MRI의 사진 중 대퇴골 골절 위를 보라며 이상 소견을 주고받았다

    

“환자가 유방암 히스토리가 있고 일반적이지 않아 튜머스터디가 들어가야 할 거 같지? 전원을 해야 할 거 같지?”라는 통화를 들은 나는,     


“거기가 어떻다는 건가요?”     


고관절 대퇴골은 괜찮은데 고관절을 쌓고 있는 뼈가 있어요거기에 문제가 있어요. 보세요? 색깔이 다르잖아요? 골반에 문제가 보여요.”     


“그게 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 그럼, 뼈암인가요?”

     

골수암이라고 할 수 있지요골반 뼈는 골수 뼈예요골수는 피를 만들어 내는 게 활발하거든요혈액순환이 많은 곳이에요그래서 여기에 뭔가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큰 병원에 가셔야 할 거예요. 저건 분명 문제가 있어요.”      




정신이 없었다. 골수암이라고?’ 골수암이면 인생 끝이다그것도 사타구니 위라면 다리를 쓸 수 없다는 말이다. 병원 문을 나오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입원한 병원으로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대로 한복판에서 나는 미친 듯이 울었다. 울면서 큰언니에게 전화해 “골수암이래난 다리 없이는 못 살아세상이 나에게 너무하지 않아?”라며 미친 듯이 울었다. 병원 문 앞에 다 달아 남편에게 전화했다.      


“나 어떻게 해? 내가. 내가. 숨이 막혀 죽을 거 같아.” 문 앞에 주저앉아 정신이 나간 여자처럼 울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는 나를 더욱 미치게 했다.     


“내가. 내가. 골수암이래!”라는 말에 남편의 숨소리가 급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골수암이 아무나 걸리니그건 일반 암하고는 달라당신이 왜 그런 걸 걸려?”라며 숨차 했다.


나는 그냥 전화를 끊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이 나를 길거리에 혼자 버린 것만 같았다.




나는 어떻게 병실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몇 년 전 일이 생각났다. 첫 유방암 수술 후, 운동과 사우나를 하기 위해서 스포츠 센터에 다녔다.

     

어린 아들이 골프를 하고 싶다고 했다. 딸과 같이 시키고 싶었지만, 딸은 재미없다며 포기했다. 아들 혼자 가르칠 수는 없었다. 어린이 골프채를 사주면서 같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아들도 몇 달 배우다 재미없다며 그만두었다    

 

나는 그때부터 계속 배우며 연습했다. 언제부터인가 가슴이 아팠다. 찌릿찌릿한 통증이 계속되었다. 동네 정형외과에 가서 X-Ray와 MRI 촬영 후의사가 심각하게 뼈암이 의심된다고 했다. 그때도 울고불고 난리 친 적이 있었다. 본 병원 가서 본 스캔을 한 결과 골프 치다 가슴뼈에 실금이 생긴 거였다. 그 뒤로 골프를 그만두었다. 

    



이번에는 어떤 것도 한 게 없었다. 혹이 엄청 크게 보였다. 검사한 병원에 전화해 USB에 다운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사회는 어디 가나 큰소리를 쳐야 하나?’ 전화를 받은 직원은 안 된다며 거절했지만업무과장님은 바로 해주었다     


영상을 입원한 병원 의사에게 보여주며 다시 한번 물었다.     


골수암이라는데 치료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요의사로 책임지라고 하지 않을 테니깐 선생님이 아시는 선택지를 말씀해 주시겠어요?”라며 물었다.      




나는 항상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방법을 다 열어 두고 최선과 최악을 준비한다본병원에 가기 전에 이론적인 면과 일반 의사 의견을 듣고 싶었다. 내가 어느 정도 공부하고 가야 대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의사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검사를 해보지 않고는 몰라요저렇게 큰 게 물혹인지정말 악성 종양인지는?”이라는 말에 나와 딸 형부는 그때부터 희망 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형부는 아닐 거라며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딸과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골수암의 증상을 살펴보았다. 피로는 암에 걸린 이후 나타나는 증상으로 처음이 아니다. 그 외에 식욕 상실체중감소만성기침 등은 나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엄마! 나는 엄마랑 있으면서 엄마가 식욕이 없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리고 엄마가 체중이 감소해? 매일 살찌는 거 걱정하지 않았어? 기침은 한 적이 없고, 식은땀은 나?”     


“하하하! 엄마는 매끼 맛난 거 먹는 희망에 살아! 식은땀은 잘 나지! 살은 너무 쪄서 걱정이지! 살만 안 찌면 먹고 싶은 거 더 많이 먹을 수 있는데. 부종도 없고, 다리는 아파도 뼈 통증도 없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만약 암이라면 염증 수치가 높아야 하는데검사할 때 피 검사도 했잖아의사가 분명 그랬어모든 피 검사는 너무 깨끗하다고.”라며 딸과 대화하면서 우리는 오진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딸과 나는 골수암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정형외과 의사 말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본 병원에서의 재검사를 통해 최종 진단을 받기로 했다.     


원장님도 처음에는 디스크 4번 5번 때문이라고 했다가 내가 그것 때문에 통증이 이렇게 심하냐고 묻자그때 서야 다시 한번 MRI 사진을 보고 문제를 발견하고는 말을 바꾼 거다.     


게다가 MRI 판독사는 뭘 판독했는지, 처음에는 이 부분 혹도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허리 디스크가 얼마나 심해졌나 확인하려고 촬영한 MRI에서는 No Disc 라고 판독했다.     

 

다시 업무부장에게 연락해 원장님께서는 4번 5번이 디스크라는데 왜 여기에는 없냐며 수정을 요청했다병원은 크고 새로 모든 걸 갖추었지만직원부터 원장까지 믿음을 주지 못한 병원이었다     


본 병원으로 가기 위해 본병원과 연락을 취하면서도 마음이 심란했다. 정말 이게 오진이라면 이 병원을 용서할 수 없을 듯했다불친절은 기본이고 근거 없이 함부로 말하는 의사를 이해할 수가 없다.

      



병원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근거 없는 진단과 불친절한 대우에 대한 실망감도 컸지만,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내 몸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단호하게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삶과 건강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도나는 끊임없이 배우고성장하며필요할 때는 당당하게 나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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