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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Dec 11. 2024

고통 속에서 살기 위한 선택 : 아미그달린 치료


평범했던 삶에 갑자기 큰 병이 찾아오면, 평온했던 일상은 긴급하게 돌아간다. 우리는 우선 그 병에 가장 유명한 의사가 있는 대학병원을 찾는다. 대학병원의 의사 선생님 한 마다는 우리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그 위력이 엄청나다.    

 



11년 전, 처음 유방암이 찾아왔을 때, 남편과 나는 큰 혼란에 빠졌다. 동네 병원의 추천으로 강북 S 대 병원에서 암 검사를 마친 뒤, 수술할 병원을 신중히 물색했다. 처음엔 모든 걸 의사의 판단에 맡겨야 했기에 더욱 신중해야만 했다.     


결국 우리는 아는 분의 도움으로 E 대 병원의 유명한 의사 선생님께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 자체는 간단했다. 이후의 치료가 문제였다. 의사 선생님은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권유했지만, 나는 큰 혼란에 빠졌다.     

병원에서 항암치료 도중 사망하는 환자, 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보면서 저 무서운 치료를 꼭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나름대로 많은 자료를 찾아본 끝에, 고통 속에서 오래 사느니 조금 덜 사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9년 동안 4번의 유방암 수술을 받으면서도 어려운 고비를 그때마다 잘 넘겼다. 그러나 작년에 찾아온 “뼈 전이”는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작년 하반기부터 찾아온 통증과 기력상실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이었다.  

   

“뼈 전이”라는 병명을 몰랐을 땐, 단순한 근육통으로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가는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정밀 검사 끝에 “뼈 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빠르면 2달 안에 죽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의사 선생님은 항암치료만이 답이라며 정중히 권유 하셨다. 나 또한 2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다녀오자, 무서웠지만 항암치료를 받고라도 살고 싶은 마음이 밀려왔다. 항암치료를 위한 검사를 받고 약을 받았지만, “졸라덱스” 주사 앞에서 또다시 포기했다.     




몸의 고통은 점점 심해졌다. 팔다리가 불편한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좀 더 심해지면 대소변도 받아내야 하는 날이 올 것만 같았다. 멀쩡한 정신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삶이다. 극단적인 결단이 필요했다.     


10월 말, 죽음의 통증이 몰려올 때, 새로 시작한 치료가 있었다. 다른 병원에서 온 환자가 권유한 것으로 “비타민 B17 아미그달린” 주사약을 혈관에 맞는 거였다.      


이 치료법은 한때 미국에서 천연 항암제로 사용했었다. 많은 암 환자에게 임상 실험은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원재료가 살구씨와 복숭아씨로써, 한약으로는 행인과 도인이라고 칭했다.      


살구씨에는 청산가리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FDA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때 당시 이 약을 사용한 몇 명의 의사는 감옥까지 갔다고 한다.     


감옥에 간 의사들이 직접 쓴 책을 보진 못했지만, 암을 제거하는 성분이 청산가리로 효과는 확실하단다. 일반인이 맞으면 청산가리 독성이 작용하지 않지만, 암과 만나면 싸우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지금은 멕시코에서만 시판되고 판매되며 이 약을 쓰는 병원도 있단다. 많은 미국의 말기 암 환자들이 아미그달린 치료를 위해 멕시코로 향한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말기 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사례들이 꽤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암 말기 환자들이 10년 넘게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나는 딸에게 사이트를 알려주며 주문해 달라고 했다. 고통에 시달려서 그런지 새로운 직구 사이트에 회원 가입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비용도 만만치는 않았다. 한 상자에 10개가 들어있다. 매뉴얼엔 하루에 2개씩 21일을 매일 주사로 맞으라고 되어있다. 그 이후엔 양을 줄이던지 먹는 약으로 대처하라고 쓰여있었다.     


상태가 심각한 나는 하루에 3개씩 정맥 주사로 맞았다. 통증이 심한 날은 아침저녁으로 맞았다. 주사를 맞는 동안은 통증도 감소시켜 주지만, 주사가 끝나면 통증은 다시 살아났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참을만했다. 

    

아미그달린과 비싼 물을 먹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비싼 물은 성분은 알 순 없지만, 염증을 줄여주는 건 확실했다. 지난 7년간 많은 사람이 효과를 보았고, 나 또한 보았기에 이번에도 시너지 효과를 내줄 거라 믿었다.      


정맥 주사를 한 달간 맞고 피검사를 했다. 생각보다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통증이 오기 전, 종양 표지자 수치가 81이었다. 심한 염증이 암을 자극시켰기에 당연히 수치가 좋지 않을 거로 생각했었다.     


수치는 89로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검사기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10월 말 죽음을 알리는 통증을 겪고 난 후의 결과로는 괜찮았다. 하지만, 나의 삶은 여전히 힘들었다.     


바뀐 비싼 물을 먹고 극심한 통증은 잡았지만. 걸을 때는 물론 앉고 일어설 때, 화장실 변기에 앉거나 일어날 때, 몸을 구부릴 때, 팔을 들 때, 고개를 돌릴 때 등 모든 생활이 통증과 연결되어 있었다.     


식사할 때조차도 수저나 젓가락질 또한 부자연스러워 음식을 바닥에 흘리기 일쑤였다. 이런 내 모습에 눈물만 나왔다. 얼마 전, 아미그달린을 처음 말한 친구가 환부에 주사를 맞았다는 말을 들은 게 생각났다.      


많은 고민이 오갔다. ‘분명 메뉴얼엔 정맥 주사로 사용하라고 했는데 암 부위에 직접 투여해도 될까? 암과 싸우는 원료가 청산가리인데 괜찮을까? 그렇다고 계속 이런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면 이건 죽는 이만 못하다. 그렇다면 뭐든 해봐야 한다.’ 등 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뒤엉켜 매일 나를 괴롭혔다.     




결국 나는 암에 직접 주사를 맞겠다는 최후의 선택을 했다. 큰 위험이 따라지만, 나에겐 마지막 희망이었다. 죽기 전 마지막 발악이랄까?      


처음엔, 소량만 다리에 투여했다. 다음날은 팔에. 한 병으로 3번을 나누어 놓아도 남았다.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원했다. 한 병으로 다리 전부를, 또 한 병으로는 어깨와 날개에 있는 암에 놓았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다음날부터 장침으로 주사를 암까지 찔렀다. 암에 바늘이 닿자, 통증이 왔다. 거기다 “아미그달린”를 투여하면 통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온다. 속은 메스껍고 모든 정신이 나간 듯했다. 이렇게 어깨 날개에 4번, 골반에 4번씩 투입했다. 다음은 작은 주사로 튀어나온 암과 통증이 있는 곳에 여러 번 놓는다. 주사 맞는 동안 통증과 두려움, 공포 등 모든 것이 머리카락까지 삐죽삐죽 서게 만든다.     


주사를 맞고 나면 온몸의 힘이 빠진다. 주사약의 통증은 5분 이상 계속된다. 꼼짝없이 누워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오늘도 이 약이 효과를 발휘하길 기도한다. 이 모든 과정이 내가 살기 위한 싸움이라 믿었다.      


3주가 지난 지금, 나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이전보다 통증은 많이 줄었다. 밤에 잠도 잘 수 있게 되었다. 걸음걸이와 신체의 움직임은 여전히 불편하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좋아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희망을 준다.     


통증이 어느 정도 잡히면 다시 정맥 주사와 환부 주사를 번갈아 맞을 생각이다. 온몸 여기저기 퍼져있는 암은 정맥 주사로 잡을 수밖에 없다. 주사를 맞고, 염증 유발을 막기 위해 비싼 물도 충분히 마신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하나님께서 이 고통을 통해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셨다. 분명 여기서 내가 끝나지 않을 거란 믿음으로 오늘도 나는 치료를 위해 행복한 하루를 맞이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지금의 나에게 고통은 삶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기 위한 과정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다는 믿음으로 매일 새로운 시작을 감사하며 살아간다. 나에겐 끝은 없다. 나는 여전히 희망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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