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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Aug 08. 2023

글쓰기와 가족 : 글로 표현하는 남편에 대한 감정

한 달 반 정도 지난 글쓰기의 여정은 어느덧 50편의 글을 썼다. 이번 주는 그동안의 작품들을 수정해서 전자책으로 출간할 준비를 하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글쓰기도 잠시 미루려고 했다. 하지만 글쓰기의 매력에 이끌려 하루에 한 편은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탭에서 컴퓨터로 옮겨서 글씨체랑 크기는 물론 사진까지도 넣는다. 가볍게 쓴 엉성한 내용도 심혈을 기울여 수정하고 있다. 수정한 몇몇은 브런치 스토리에 올려보기도 한다. 반응은 그렇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다시 편집한 것을 올려보면서 나의 발전된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던 중, 문득 남편에 관한 생각이 났다. 어제 남편은 우리가 입원 중인 병원을 아침저녁으로 찾아왔다. 

언제나 아이들만 생각하는 남편이 얼마나 아이들이 보고 싶었을까? 평일에는 일이 바빠서 올 수가 없다. 


며칠 전부터 일요일에 수박 사서 온다며 가족에게 톡을 보냈다. 우리는 괜찮다고 했다. 병원에서 먹기도 힘들고, 에어컨을 24시간 가동하는 병원에 있는 우리 몸은 수분을 요하지도 않았다.     

그때 딸이 “수박 말고 수박 주스를 먹고 싶어!”라고 톡을 보냈다. 남편은,

“지하에 가면 팔잖아! 내가 18,000원 보내줄게.”라며

 18,000원을 딸에게 카카오 페이로 보내주었다. 나는,

“나에게 보내주어야지! 아들도 사주지‘”라고 말했다.

역시나 남편은 말이 없었다.    

 

남편은 내가 아프고 아이들이 어려서 5~6년간 경제활동을 못 했다. 그때 나는 아이들만 봐 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주식과 코인으로 많은 돈을 날렸다. 나도 모르게 카드빚까지 지고 한 것이다.   

  

나의 철학은 절대로 빚을 지고 살지 않는 것이다.집을 살 때도, 차를 살 때도 빚을 지고 사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작은 집에서 살면 된다. 살면서 내가 진 빚이라고는 다음 달 카드 값 이외는 없다. 아이들에게도 절대 빚을 지지 말라고 가르친다. 없으면 쓰지 말고, 엄마에게 말하라고 했다.   

  

남들은 은행 빚을 얻어서 집을 사고 재테크를 해서 돈을 번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못 산다. 은행 빚이든 남에게 빌리든 빛이 있으면 하루 종일 그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모든 생활에서 나는 최대한 아껴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괴롭힐 것이다.


한바탕 싸우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빚을 갚으라고 돈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거절했다.


작년부터 남편은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오랜 경력 단절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친구의 권유로 1.2톤 트럭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용납이 되지 않았다. 위험하기도 했지만, ’스카이까지 나온 남편이 트럭이라고?‘   

몸이 약한 남편은 얼마 못 가서 포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너무 열심히 일했다. 벌써 1년이 넘었다. 남편은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어 괜찮다고 했다. 


요즘은 힘들어하는 것 같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차도 친구가 1년 사용한 중고차로 3년 되니 고장이 자주 난다고 한다.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잔잔한 사고가 난다며, 그때그때 물어주는 돈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남편은 돈을 벌어서 딸에게 100만 원씩, 아들에게 30만 원씩 준다. 모아서 대학 등록금과 용돈에 쓰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받으면 나에게 준다. 반년 동안 모은 돈은 딸 등록금과 용돈으로 주었다. 하지만 지금 딸이 반수를 한다고 휴학해서 한동안 여유가 있다. 지금은 그 돈으로 순금을 사서 아이들에게 매달 주고 있다.  

   

돈을 버는 남편은 나에게 절대로 돈을 주지 않는다.내 생일날조차도 십 원도 주지 않아서 내가 엄청 기분 나빠했다.작년 내 생일에 딸은 케이크를 사주고, 아들은 저녁을 사주었다. 딸이,

“아빠! 엄마 선물로 현금 줘. 현금이 최고야!”라고 말했더니만, 

“나 현금 없어. 내가 저녁 사려고 했는데 아들이 사고 난 없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너무 기가 막혀서,

“나 돈 받고 싶어. 보내죠.”라고 했더니,

“돈 없어. 현금이 없어. 당신이 나에게 돈 받고 싶은 건 아니잖아.”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는 다시,

“아니. 나 받고 싶어. 보내죠.”라고 말했다.

남편은 무시해버렸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더 이상 언쟁하고 싶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하지만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나는 병원으로 돌아갔다. 병원 입원 중에 생일이라 잠깐 외출한 거였다. 통화를 하면 싸울 거 같아서 톡으로 남편에게 화를 내며 나의 마음을 보냈다. 남편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당신이 나보다 돈이 많은데, 돈이 없어서 나에게 받고 싶은 건 아닐테고... 왜 화가 난거지?”라며 답이 온 것이다.      


남편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퇴원해서 집에 가면 어떻게든 일주일에 한 번은 같이 식사하고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어 한다. 만약 일 때문에 오지 못할 때는 우리끼리라도 먹으라며 돈을 보내준다. 그때도 딸이나 아들에게 보낸다. 나는 계속해서 말한다. 나에게 보내달라고...     


나는 이런 남편을 이해하지 못한다. 답답하다. 우리의 벽이 점점 두꺼워지는 느낌이다. 남편이 가지고 있는 벽을 깨고 나에게 왔으면 좋겠다.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늙으면 자식보다 부부가 최고”라는 속담처럼, 우리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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