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경 Sep 24. 2023

가족 간의 갈등 : 남편에 대한 기대와 실망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매미 울음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비 온 뒤, 서늘한 공기는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일까? 청명한 하늘은 마음속까지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     

 

다가오는 추석을 대비해서 ’벌초하러 가시는 분들로 고속도로가 분비는 주말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수요일, 나의 생일은 병원에서 혼자 보냈다. 목요일 저녁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로 했다. 한번 외출하고 오면 그날 밤부터 며칠 동안은 숨이 차서 잠들기가 힘들다. 그래서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목요일 3시 반쯤 딸의 메시지가 왔다. “엄마! 배고파!” 항상 먹어도 배가 고프다는 딸은 오늘도 어김없이 톡이 온 것이다. 위가 작아 한꺼번에 많이 못 먹어 그런지 공부하느라 에너지를 쏟아서 그건지 한두 시간만 지나면 배가 고프다고 한다.     

 

“엄마 지금 가는 중이야. 4시 반이면 도착할 거야. 근데 그때 밥을 먹어?”라고 물어보았다. “어. 나 배고파! 뭐 먹을 건데?”라며 메뉴를 물어보았다. “먹고 싶은 거 먹자. 맛있는 거 생각해 봐. 근데 아빠도 올 텐데.”라고 말하자, “잠깐만!” 하면서 딸은 동생 핸드폰으로 아빠에게 전화해서 “저녁에 올 거야?”라고 물어보았다. 남편은 못 온다고 한 것이다. “엄마! 아빠 안 온대. 어디로 가지?”라며 당연하게 말했다.   



  

평상시의 아빠라면 당연히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나만 생일날은 올 거라는 기대를 한 것이다. 나의 너무 큰 기대였다. 기분이 상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몇만 원 벌겠다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생일날 같이 저녁 먹는데 안 온다는 남편이 미웠다.      


거기다 오늘은 결혼기념일이다. 결혼 후에 잦은 다툼으로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사라졌다. 무심한 남편이 결혼기념일까지 챙길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한 나도 기대하지는 않았다. 생일도 딸이 말해주지 않으면 먼저 기억한 적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내가 먼저 설쳤다. 언제가 내 생일인데 뭐할까?”라면서 나를 위한 생일을 내가 챙긴 것이다. 그것도 크게 부부 싸움을 한 뒤부터는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작년부터 일하는 남편을 보면서 가슴이 아플 때가 많았다. 힘들게 일하는 남편에게 맞추려고 노력했다. 늦게 오면 기다려주고, 메시지로 항상 건강 챙기면서 무리하지 말고 식사 잘 챙기라며 좋은 말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했다.      

https://naver.me/5ewlUMNX




얼마를 버는지는 모르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남편이 걱정되었다. 벌어서 나를 주는 건 아니었지만, 평생 안 해 본 고된 일을 하는 남편이 짠했다.     

 

남편은 한 달 동안 번 수입으로 아이들과 약속한 용돈을 주고 나에겐 자신의 보험료만 준다. 그 외에 일할 때 나가는 보험이나 기름값, 번호판 비용, 차량 감가 삼각비 등등 사업비용과 나 몰래 쓴 카드빚을 조금씩 갚는 것 같다. 그리고 병원에 많이 있는 나로 인해 아이들 먹을 밀키트 음식과 과일 등을 사 온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져 일은 줄고 물가는 계속 올라 힘들다는 말을 종종 했다. 벌기도 힘들고 쓸 돈도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새벽 배송이나 쿠팡이 예전만큼 날라오지 않는다.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은 마음에 전날 온다고는 했지만, 일이 잡히자 약속은 잊어버렸을 것이다. 알고 있다. 처음 결혼해서는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려고 매번 약속을 어기거나 모르는 척하는 줄 알았다. 그로 인한 싸움도 적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식한테도 그러는 것을 보면서 ! 남편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성격이구나! 아무 생각이 없구나! 기대를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같이 살아서 그런 건지 포기가 안 된다.


이혼했다면 없으니깐 기대 자체를 안 하겠지만, 같이 사는 부부이고 남편이라는 생각에 매번 기대하고 실망하는 것 같다. 이런 나 자신이 비참하고 싫다.    

 



식사 당일에도 아이들은 벌써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만 포기 못 하는 건 무슨 기대심리일까? ‘내 마음속에서는 이건 기본 중에서 기본인데 지키지 못하는 남편이 용서가 안 된다.      


가정에 충실한 최고의 아빠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르는 건지 혼자의 생각에 빠진 건지 우리와 융합이 잘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아빠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인지 실망도 없다. 아빠의 부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문제가 생기거나 상의할 일이 있으면 나하고만 의논한다. 결국은 모든 결정을 내가 하게 된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나는 아이들에게 절대로 아빠 닮지 말라며 아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토했다. 남편에게는 쌓은 불만을 톡으로 막 말을 하면서 보냈다. 그렇다고 풀리는 것도 아니다. 모르겠다.      


포기하면 간단한 것을 내가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나도 이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반복되는 실망감이 갈수록 더 참을 수 없게 만든다. 내가 아프고 마음이 외로워서 더 화가 나는 걸까?     

 



사람이 살면서 기본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만 하면 아무 문제가 안 생기는데 왜 그 기본이 사람마다 이렇게 다른 건지 모르겠다.


분명히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화가 났을 것이다. ’힘들게 일하는데 생일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우리가 언제 결혼기념일을 챙겼다고….‘등등을 생각하며 화가 나 있을 것이다. 답이 며칠째 없다. 남편에겐 생일은 날짜에 불과한 것이다.     




나는 왜 남편에게 화가 나면 그날 화난 것만 간단히 좋게 말하지 못할까? 과거까지 들먹이면서 마음속에 있는 많은 불만을 한꺼번에 토하는지 되돌아보았다. 결혼생활에서 힘들었던 거, 둘째를 가졌을 때 한 행동들, 시댁과의 문제에서 남편의 처신들, 남편이 나 몰래 날린 돈, 남편의 꽁한 성격, 나와 다른 가치관, 아픈 나를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는 거 등을 이야기해도 제대로 된 답변이나 해명이 없었다. 4번이나 반복되는 유방암에도 남편은 자신밖에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빵점이 남편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아빠이다. 아이들이 느끼는 최고의 아빠라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이혼하자고 매번 외치면서도 남편이 외면하면 그냥 넘어갔다. 아이들에게 이혼한 가정으로 아빠 없다는 소리를 듣게 할 수는 없었다.  



        

매번 반복되는 실망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기본적인 행동을 기대하는 것이 바보짓이라는 걸 안다. 남편이 바뀌기를 바라는 있을 수 없는 기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의 일을 찾아야 한다.     

 

우선, 몸이 좋아져 병원에서 탈출해야 한다. 지금은 2-3년 후에 아이들과 사업을 하려고 구상 중이다. 아이들도 좋다고 했다. 그때까지 나와 아이들은 다독과 다작은 물론 인터넷 SNS 활용법 등을 익혀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목표한 대학에 간다면 지금 구상한 사업은 한층 더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다. 하루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2023092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