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한다. 실수를 인정하기보다는 남에게 미루거나 어떻게든 그 순간만을 모면하려는 경향이 많다.
특히 법조계, 의료계와 같은 전문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신의 실수를 발견했을 때,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빠른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요하다.
코로나 백신을 처음으로 맞기 시작한 때인 2021년 가을쯤인 듯싶다.
암 환자들은 면역주사를 맞기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다. 면역주사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주로 자닥신, 싸이원주, 압노바, 이스카도 등을 많이 맞는다. 나 또한 싸이원주 주사를 일주일에 2번씩 맞았다.
싸이원주와 자닥신은 비싼 면역주사로 한 세트에 앰플이 2개 들어있다. 한 앰플에는 포도당같이 아무 효과가 없는 투명한 액체가 있고 다른 앰풀에는 하얀색의 가루가 들어있다. 주사를 놓을 때는 투명한 액체를 주사기로 뽑아서 하얀색 앰플 병에 넣어 잘 섞은 후, 환자에게 배나 엉덩이에 투여한다.
간호사들은 여러 주사약을 함께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주사 약물을 혼동할 수 있다.
그 당시 싸이원주 투명 앰플과 이스카도 앰플의 모양과 색이 똑같았다.
약 이름을 확인하지 않으면 싸이원주 투명 앰플과 이스카도 앰플이 헷갈릴 수 있었다.
자닥신과 싸이원주가 비싼 이유는 세계적으로 부작용이 1%도 안 된다는 연구 결과와 면역주사로써의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그날, 김 간호사가 우리 병실로 들어왔다. 우선 싸이원주를 맞는다며 나의 사인을 요구했다. 사인을 받은 후 간호사는 두 앰플을 혼합해서 주사를 놔 주었다.
그때만 해도 간호사가 병실 밖에서 두 엠플을 섞어서 가지고 왔을 때였다. 어느 누구도 이스카도의 앰플과 싸이원주의 하얀색 앰플을 썩었을 거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다.
주사를 맞고 통증 치료를 받으러 갔다. 치료가 끝나고 옷을 입는데 엉덩이에 혹이 만져졌다. 나는 바로,
"선생님 이게 뭐예요?"라고 물어보았다.
"그거 원래 있었어요. 혹시 몰라서 그 부위는 피해서 치료했어요."라며 선생님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하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뾰루지라고만 생각했다.
오후에 다른 치료를 받으러 갔을 때, 선생님께서,
"벌에 쏘였어요? 엉덩이가 왜 이래요?"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벌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엉덩이에 어떻게 쏘여요?" 나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면 뭐예요? 주사를 잘못 맞았어요? 뾰루지가 커져 있어요." 선생님이 다시 물어보았다.
"갑자기 신경이 쓰이네요."라며 내가 대답했다.
"약 발라야 해요. 골몰 수 있어요." 선생님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해주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때, 동갑인 친구에게 말을 했더니 그 친구 말이, "주사 잘못 맞은 거야. 알아봐봐. 이스카도 맞은 거 같아?"라고 말했다.
"정말? 그게 가능해?" 나는 믿기지 않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내가 알기론 여러 명 그랬던데, 의사들이 인정 안 해주는 것 같아."
그 순간 나는 간호사실로 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간호사는 절대 아니라고만 했다. 나는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앞으로 나의 모든 주사는 여기서 멈추어 주세요."라고 말하며 병실로 갔다.
잠시 후 간호사가 병실로 와서는 내 엉덩이를 보고 기록해 갔다.
시간이 조금 지나 나의 주치의 선생님과 간호사가 다시 왔다. 간호사는 말했다.
"엉덩이를 다시 한번만 보여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엉덩이 아까 보셨잖아요. 선생님께서…. 제가 동물원의 원숭이도 아니고 싫어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보셔야 해서요." 간호사는 애원하듯 말했다.
"싫습니다. 아까 보신 대로 말씀해주시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보상해주실지 생각해 주세요."라고 웃으면서 내가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뾰루지가 딱딱하고 염증이 생겨야 합니다. 아니면 주사 때문이 아닙니다. 정확한 건 엉덩이를 봐야겠지만…."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간호사가 옆에서 "맞아요. 부작용이에요."라고 귓속말로 의사선생님께 말했다.
의료진들은 병실을 나갔다. 잠시 후에 의사 선생님이 다시 오셨다.
"그거 감염인듯해요. 인젝션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도중에 나는 말을 끊으면서,
"무슨 감염이요? 주삿바늘 감염이요? 인젝션이 주사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그게 아니고요" 그러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의학적 용어를 말하는 것이다.
"잠깐만요 선생님! 제가 무식해서 못 알아들어요. 자꾸 알아듣지도 못하는 의학적 용어로 이야기하시지 마시고 정확하게 설명을 좀 해주세요. 그리고 싸이원주와 자닥신이 어떤 효능과 부작용이 있는지 아세요?"라며 내가 짜증 섞인 말투로 반문했다.
갑자기 의사의 얼굴색이 바뀌면서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말했다.
"자닥신은 세계적으로 증명된 1%의 부작용도 없는 면역주사인데 어떻게 저런 뾰루지가 나나요?"
더 이상 말씀이 없으신 의사 선생님은 기분이 언짢아서 가버렸다.
나는 연고나 다른 처방을 해줄 줄 알았다.
주사 놓은 간호사와 함께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만 하면 될 텐데 그냥 퇴근한 것이다.
다음날 상담 선생님이 할 이야기가 있다며 부르셨다.
"왜 주사를 잘못 맞았다고 생각해요? 근거가 있나요?" 상담 선생님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싸이원주와 이스카도 앰플 병이 똑같아요. 그걸 같이 가지고 다니면서 실수한 거지요? 이스카도를 맞아 보지는 않았지만, 그 뾰루지는 이스카도 맞았을 때 나올 수 있는 반응이잖아요. 이런 실수가 제가 처음이 아니던데 모르셨어요?"라고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솔직히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몰랐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상담 선생님은 깜짝 놀라서 확인하러 가셨다.
다음날 원장 선생님이 상담을 요청하셨다.
"죄송합니다. 생각도 못 했습니다." 정중하게 사과하셨다.
나는 "선생님! 이게 저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여태껏 비일비재했다고 들었습니다. 옆방에서도 6층에서도…. 정말 모르셨어요?"라며 따지듯 물었다.
"전 몰랐습니다. 보고가 처음 들어왔습니다." 원장 선생님은 난처한 듯 대답했다.
"이런 의료사고가 비일비재해도 환자들한테는 저한테처럼 했겠지요? 어려운 의학용어 써가며 환자를 바보 취급하면서 환자의 손에 의해 감염이 되었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말입니다. 아시겠지만 소독솜으로 소독하고 주사 놓고 소독솜으로 다시 소독하고 옷을 입는데 어떻게 환자의 손에 의해서 감염이 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지요?"라며 흥분된 어조로 내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원장님은 사과를 다시 한번 했지만,
"저는 저의 주치의와 간호사한테 직접 사과받고 싶습니다. 그날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정중히 사과받고 싶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이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솔직히 의사 구하기도 힘들고 이런 일로 얼굴 붉히면 운영상 힘들어서요."라며 원장님은 사정했다.
더 이상 언쟁을 하고 싶지 않았던 나로서는
"알겠습니다. 원장님보고 이번은 넘어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원장실을 나왔다.
의사도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빠르게 취해 주는 것이 우선이다. 환자에게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 원장님께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모습이 지식인으로서 책임감 없는 태도가 안타까웠다.
환자도 병원에 가면 모든 걸 의사나 병원에만 맡기면 안 된다. 자기 몸과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처방받은 치료 약에 대한 효능과 효과를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항상 스스로의 몸은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누구도 나 자신을 책임져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