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의 후유증 : 죽음의 그림자와 삶의 빛깔
유방암의 후유증 : 죽음의 그림자와 삶의 빛깔
오늘은 2023년 8월 9일이다. 아스팔트 위에 달걀을 깨뜨리면 후라이가 될 정도로 뜨거운 더위는 조금 사그라들고 태풍이 상륙할 거 같다는 뉴스로 아침부터 시끄럽다. 날씨는 오랜만에 햇빛 쨍쨍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 창밖의 바람 소리가 새벽의 고통을 날려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 갈 때에는 더위가 한풀 꺽여 있었으면 좋겠다.
한숨과 고통에 얽힌 새벽, 나는 또 한 번의 죽음의 고통을 느꼈다. 6월부터 식욕이 떨어지면서 살이 조금씩 빠지고 있었다. 거의 5키로 가까이 빠진 듯하다. 여자로서는 기쁜 일인 건 틀림없다. 유방암 수술 한 번 할 때마다 3키로 정도씩 찐 살로 몸이 많이 무거웠었다. 살이 빠지니 몸도 가벼워지고 보기도 좀 더 나아진 듯하다.
이번 입원하고는 먹는 양이 좀 더 줄은듯하다. 움직이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운동하러 나가면 너무 덥고 1층은 소란스럽다. 좁은 1층을 몇 번 돌면 괜히 직원들 눈치도 보인다.
그렇다고 소화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2-3일 전부터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약간 쓰렸다. 먹는 도중 배가 조금만 부르는 느낌이 오면 숨을 쉬기 어려우면서 허리가 아파 왔다. 심할 때는 온몸에 식은땀이 나면서 앉아 있기조차 힘들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면 식사를 멈추고 잠깐 쉬었다가 식판을 치웠다. 아프다는 표현이 맞는 건지 불편하다는 표현이 맞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숨이 막혀오면서 몸이 꺼지는 기분이 든다. 혈당이나 혈압이 떨어졌을 때, 갑자기 공항 장애가 오는 느낌이랄까?
몇칠 전부터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엘레베이터만 타도 식은땀이 나면서 숨이 머질 것만 같았다. 중간에 '내려야 하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의사 선생님은 "한의학적으로 담이 많고 몸이 자꾸 약해져서 그렀습니다"라고 하시면서 스트레칭을 많이 하라고만 한다. 나는 충분한 스트레칭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정도로는 적은 걸까?' 병원의 배려로 4인실 병실에는 나와 딸 둘밖에 없다. 나는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뛰고 딸과 같이 배운 춤 연습도 해본다. 그럼 숨도 차고 충분히 했다고 여기는데 '부족했을까?'
어제는 딸이 생리를 한다며 병원 밥에 불평을 했다. 먹고 싶은 것을 시키라고 했더니 떡볶이를 고른 것이다. 로제 떡볶이를 좋아하는 나는 딸에게 로제 떡볶이를 시키라고 했다.
떡볶이가 오기 전에 저녁 식사가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볶음이 있어 거기에 밥을 비벼서 딸 거와 내 거를 다 먹었다. 배가 차는 느낌이었다.
조금 있으니 딸이 떡볶이를 들고 오는 것이다. 저녁을 먹었어도 떡볶이의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았다. 배가 어느 정도 찼기에 그만 먹었어야 했는데, 나와 아들은 젓가락을 가지고 와서 같이 먹었다. 국물을 좋아하는 나는 로제 소스 국물까지 수저로 떠먹었다. 오징어튀김을 국물에 뭍혀가며 배가 불러 있었음에도 맛나게 먹었다. 너무 많이 먹었다는 것을 느꼈다. 가슴 위까지 차오르는 게 답답함이 왔다.
딸에게 "오랜만에 과식 했네... 살이 1키로 이상 쪘어... 힘들게 뺀 살 인데.."라며 서로 웃으면서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하루 종일 전자책에 올릴 글들을 수정하고 준비해서 부크크에 올리느라 새로운 글을 쓰지 못했다. 비록 전자책일 망정 처음으로 내 이름 달고 인터넷 출판사에라도 올려본 것이다. 지금은 심사기 간이라 글이 아직 올라오지는 못했지만, 아주 큰일을 한 듯 기분이 뿌듯했다.
글을 한 편 쓰고 싶었지만, 어제 밤을 꼬박 세운 나는 몸이 늘어져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클래서101 강의를 켜 놨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서 윙윙거리다 잠을 10시 정도부터 잔 것 같다. 오랜만의 정상적인 잠이었다.
새벽에 갑자기 심한 통증으로 눈을 떴다. 화장실을 먼저 다녀왔다. 갑자기 몸에 식은땀이 나면서 머리부터 허리까지 말할 수 없는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가슴은 화끈화끈 거리면서 조여오고 등과 허리에는 이상한 통증으로 몸을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나는 비상벨을 눌렀다. 새벽에 가끔 통증이 오면 간호사실로 나갔지 비상벨은 가급적 누르지 않는다. 비상벨을 누르면 방의 불을 켜고 의료진들이 오면 새벽에 주위 사람들은 잘 수가 없다. 하지만 오늘은 몸을 꼼짝할 수 없었고 내 머리는 미로로 들어가는 느낌과 통증으로 죽을 것만 같았다. 간호사가 왔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조금 지나자 통증이 약간 갈아 앉고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가슴의 화끈거림은 위가 헐어서 일어나는 증상이다. 나는 겔포스 같은 짜 먹는 약을 달라고 했다. 한방이라 있을리 만무하다. 간호사는 한약 겔포스 같은 약이라며 가루약을 가지고 왔다. 그 약을 먹고 30분 정도 지나 잠이 든 것 같다.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아침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새벽의 고통을 떠올려 보았다. '이렇게 고통 받다고 죽는 거구나! 내가 얼마나 이런 고통을 견딜 수 있을까? 심한 병도 아니였는데 몸이 약하니 이 정도도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복합적인 통증으로 오는구나!'
위가 부어 화끈거리는 통증은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면서 학원할 때부터 힘들면 오는 증상이다. 소화에는 별 무리 없어도 음식을 먹고 난 후, 뭔가 약간 불편함을 느낄 때,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위내시경 검사를 해보면 위가 부어서 빨갛게 헐어있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치료 방법은 간단하다. 겔포스 같은 짜 먹는 위장약을 며칠 먹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편한 음식을 며칠 먹으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여 위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없어진다.
하지만 지금 내 여건이 그렇질 못하고 있다. 밤마다 기운에 딸려 잠을 잘 못잔다. 먹는 약에 잠 잘 오는 약을 충분히 넣었다고는 한다. 너무 피곤해서 누우면 몸은 '잠을 자야해!'라고 말하고는 있다. 잠을 자기 위해 핸드폰도 끄고 불도 끈다. 하지만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진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을 엎치락 뒷치락 하다가 다시 일어나서 핸드폰을 켜고 이것저것 찾아본다. 이렇게 밤을 지세우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침이 되면 허리가 아파서 눈을 뜬다. 일어나기 싫어 좀 더 누워있지만, 아침의 햇살과 분위기는 더 이상 잠이 오게 하지는 않는다.
항상 피곤에 쪄들어 있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지치고 힘들다. 집에 있을 때는 잠을 자고 싶어서 산책도 하고 사우나도 간다. 몸이 피곤해서 누우면 잠이 안 온다.
이런 날이 많아지면 몸이 점점 차가워 지면서 다시 암이 온다. 암을 4번이나 걸려보니 나에게 있어 암이 언제 찾아오는지도 느껴진다. 현재 나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잠이다. 내가 잠을 자면 아이들도 남편도 병원에서도 나를 깨우지 않는다.
힘들게 잠에 들면 꿈에서 시달리다가 일어난다. 무슨 꿈인지도 모르고 계속 무언가를 하다 일어난 기분이다. 자고 일어나도 머리가 개운하지 않다. 정말 꿈을 꾸지 않고 편안한 잠을 자고 싶다. 죽으면 된다고 하는데 살아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일까?
오늘도 나는 개운하지 못한 하루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라"는 몇몇 의사 선생님의 말을 떠올려본다. 오늘도 나는 아무일 없이 아들 딸들과 함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오후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