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의 고통과 희망:유방암 환자의 또 다른 전쟁
주사는 병원 생활에서 입원환자가 피할 수 없는 치료 방법 중 하나이다. 환자로 입원한 경험이 있다면, 주사를 한 번쯤은 맞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주사를 맞는 고통, 주삿바늘이 주는 두려움과 잠깐의 공포감을 환우들은 안다.
나는 주사 맞는 것을 그리 싫어하거나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병원 생활이 길어질수록 주사 맞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주삿바늘만 보아도 머리부터 팔까지 반응한다. 주사 맞는 것이 가끔은 무섭기까지 하다.
어떤 일을 처음 경험할 때,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면 점점 적응되어 익숙해진다. 그런데 왜 유독 주사만큼은 맞을수록 더 싫어지는 걸까?
유방암이란 손님이 내 몸으로 찾아온 지 10년이 되었다. 처음 암이 발견된 것은 2014년 12월이다.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10년 동안 4번의 암 수술을 하고, 암과 싸우면서 점점 더 힘든 삶을 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시간이 갈수록 몸은 더욱더 약해지고 입원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더 많은 듯하다. 유방암 치료를 위해 주로 한방병원에 다녔던 나는 주사는 양방병원에서 검사나 수술 등 꼭 필요할 때만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방병원에 와서도 주사를 거의 매일 팔에 꽂고 있다.
반복되는 수술과 많은 양의 하혈로 기운이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이때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보는 양방 약은 혈관에 직접 투입하는 영양제이다. 몸의 상태에 따라 영양제도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다. 예전에는 500ML을 5~7시간이면 다 맞았다. 지금은 몸이 약해져 약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점점 늦어지면서 24시간 이상을 꼬박 맞아야 한다.
주사 속도를 조금만 빨리해도 숨이 차고 머리가 아프며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심지어는 안 맞을 때보다 더 기운이 빠지고 움직이지 못할 때도 있다. 나는 느끼지 못해도 몸은 힘들고 지쳐서 어떤 치료를 시도해도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거다. 영양주사를 맞기 시작하면 보통 1~3일 동안 연속으로 맞는다. 몸이 좋을 때는 한 병만 맞아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몸이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많은 양을 투여해도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즉, 똑같은 약물을 건강한 사람은 100% 다 흡수하는 반면 몸이 약한 사람은 10%도 흡수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환자들을 더 예민하게 만든다. 건강한 사람, 즉 주사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아픈 사람들과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주사를 자주 맞는 경우, 주삿바늘을 꼽는 부위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주삿바늘이 병원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 부위를 찾아 놓아야 한다. 잘못 맞은 링거 주사는 부위가 부어오르고 오랜 시간 통증으로 고생한다.
주삿바늘을 놓기 가장 좋은 부위는 손목 윗부분에서 팔꿈치 중간 정도이다. 주사 줄을 감아도 손을 사용해도 바늘이 잘 움직이지 않는 곳이다. 나는 유방암 환자라 왼쪽 팔에는 주사를 맞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오른쪽 팔, 매번 같은자리에 주삿바늘을 놓게 된다.
이젠 혈관도 아는지 내 눈이 주삿바늘을 보는 순간 혈관들이 숨어버린다. 어렵게 혈관을 찾아도 지금은 피부까지 반응한다. 주삿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갈 때 선생님 말씀으론 피부가 질기다고 해야 하나? 바늘이 들어가는 느낌이 너무 둔탁하다고 해야 하나? 잘 들어가는지 의심하면서 주사 놓을 때 팍 찌르는 것을 망설인다. 나는 무슨 말인지 알 거 같다. 그래서
"걱정하지 말고 그냥 쭉 넣으세요! 끝까지 밀어 넣으세요. 멈추지 말고.”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아…. 잠시만요…. 계속 넣으라고요?" 간호사 선생님들이 망설이면서 물어본다.
"네…. 그냥 끝까지 넣고 피가 안 나오면 주삿바늘 돌리지 말고 바로 빼주세요."라고 말하면서도 항상 웃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대화가 편하고 주사 놓는 간호사 선생님들도 부담을 덜 느끼게 된다.
"환자분이 저희보다 더 잘 아시네요."라며 성공하면 웃으면서 말한다. 하지만 하고 나서는 다들 안도의 숨을 쉰다.
"정말 우리보다 더 잘 아시네요? 들어가는 게 안될 줄 알았는데…."라고 간호사 선생님은 다시 한번 말한다.
"많이 맞아보니깐 나 스스로 알게 되네요. 보호 본능이라고 해야 하나? 고마워요!"라고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한다.
"아프지 않으셨어요? 매우 아팠을 거 같은데…."라며 간호사 선생님이 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한다.
"매번 같은 곳이라 그런지 맞을 때마다 더 아파요. 오늘은 눈물이 핑 도네요. 그래도 한 번에 성공했으니까 괜찮아요."라고 웃으면서 마무리한다. 간호사 선생님도 안도의 한숨과 성공의 기쁨으로 "잘 들어가는 거 확인되니깐 괜찮을 것 같아요. 고생하셨어요."라고 말하면서 병실을 나간다.
주사를 잘 놓는 능숙한 간호사가 오면 웃으면서 한 번에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초보 간호사의 경우, 몇 번을 맞아야 성공할지 알 수가 없다. 현재 아픈 것도 서러운데 주사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이 동반되는 건 환자들의 말 못 하는 또 다른 고통이다.
신입 간호사가 왔는데 혈관도 좋지 않아 주사 맞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머리카락까지 삐쭉삐쭉 서는 답답함이 가슴까지 차오른다. 신입 간호사도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다.
특히 나처럼 항상 주사를 많이 맞아야 하는 경우는 더하다. 내 오른쪽 팔은 주삿바늘 자국이 항상 보인다. 주사를 많이 맞아본 사람이나 간호사분들이 보면 마약 한 거처럼 한 줄로 구멍이 몽실몽실하게 보인다.
주사를 빼거나 퇴원해서 집에 와도 주사를 놓았던 자리에 멍이나 구멍 난 모양을 보는 나는 마음이 저려온다. '이 생활이 언제쯤 끝이 날까? 나에게 끝이란 존재할까?'
하지만 이런 주사 자국들이 한편으로는 나에게 힘을 준다. 한 줄로 오른쪽 팔에 있는 주사 자국들은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면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가족들과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기운을 준다. 나의 귀한 아들딸과 잠시라도 편안하게 웃으면서 생활할 수 있는 지탱할 힘을 준다. 몽골 몽골 한 주사 자국들을 감사한 자국이라 생각하면서 다음에 또 맞을 수 있도록 열심히 마사지도 해준다.
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