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모의 높은 기대와 자녀의 성적:인격과 능력 중심으로.

by 김인경

부모의 눈의 자녀에 대한 높은 기대가 얹혀있다면, 그 기대는 자식의 능력을 능가할 수 있다. 특히 성적이 최고인 우리나라 교육은 더욱 심하다. 학교에서 몇 등인지, 몇 등급인지, 공부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가치나 인격이 결정된다. 공부를 못하면 아무리 착하고 성실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인성이 모자라도 성적만 좋으면 모든 게 용서되는 나라이다.



2023년 7월 4일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의 기말고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코로나 이후로 시험 때는 시험 시간에 따라 등교 시간이 달라진다. 우리 아들은 고1이라 고3 시험이 끝나면 등교하기 때문에 12시까지 간다. 나는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 아들을 돌봐 줄 수가 없다. 아빠 또한 아침 7시에 출근을 한다. 결국 아들은 내 이쁜 딸이 아점을 먹여서 학교에 보내야 한다.



동생 아점을 먹이고 학교를 보낸 후, 딸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이쁜 딸! 아들 시험공부 열심히 시켜서 보냈지?"라고 물어보았다.


현재 아들은 모든 학원을 그만두고 인터넷 방송과 누나의 도움으로 공부하고 있다.

딸은 당황해하며, "몰라! 결과 보고 이야기해?"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왜 그래 딸? 무섭게...."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지금 말 못 해 오면 결과 보고 이야기해"라며 딸은 직설적으로 대답했다.


아들이 아주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중학교 때 성적이 점점 좋아졌다. 마지막 중학교 3학년 중간고사는 올백을 맞았고, 기말고사도 괜찮게 보고 졸업했다. 나는 조용하고 꾸준한 아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는 엄마이다.



일반 고등학교에 가라고 했지만, 아들은 S고등학교 과학 중심 반에 지원했다. 나는 과학 중심 반이 신청만 하면 아무나 가는 학교인 줄 알았다. 우연히 아는 학부모를 만나 S고등학교 과학 중심 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엄마 말로는 이 지역에서 부모나 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가 바로 S고등학교 과학 중심 반이라고 했다.


경쟁률이 이번에도 7대1이었다. 그래도 아들의 성적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올백도 맞은 경험이 있고, 수학 실력도 좋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뛰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아침 딸의 전화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내가 너무 무심했나? 어느 정도이기에 딸이 저럴까? 전화 오겠지?‘


아들이 시험 끝났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아들! 시험 보느라 애썼어. 잘 봤어?"라고 물어보았다.

"중간고사와 비슷한 점수야!"라며 아들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딸을 키우면서 시험 점수를 물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들에게는 가끔 물어보긴 했지만, 자세히 물어본 적은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몇 점인데?" 이 말에 아들은 아무렇지 않게 "50점대야"라고 대답했다. 놀란 나는 ‘잘못 들었을 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뭐? 무슨 과목이 50점이야?"라며 약간 격조 된 목소리로 다시 물어보았다. 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영어"라고 대답했다.



나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영어 학원을 보낸 적은 없지만, 중학교 때 아빠가 문법을 가르쳐주었고, 나는 본문을 듣고 받아쓰기를 충분히 시켰다. ‘중3 때 90점 이상에서 만점을 맞을 정도면 이 정도의 실력은 아닌데….’



나의 충격적인 어조로 "뭐라고? 영어가 50점대라고? 너 대학을 포기했니? 그 점수로는 아무 데도 못 가! 너 정말 중간고사에서도 50점 맞았어? 근데 왜 말 안 했어?"라며 흥분한 나는 계속 질문을 했다.


"했어. 4등급이라고…."라며 대답하는 아들은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다. 아들 반응에 화를 참지 못한 나는, "3등급이 아니고? 미친놈아 정신이 있어? 잘한다 잘한다고 하니깐 정신이 없구나! 아무리 이과여도 영어가 그 정도면 인 서울도 힘들어!"라며 처음으로 아들에게 막말이 나갔다.

항상 "내 멋진 아들! 사랑해! 우리 아들은 정말 모든 잘할 수 있어. 다음엔 조금씩만 성적을 올리자. 역시 내 아들이야!"라며 항상 격려만 해왔던 나는 격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나의 모습을 처음 본 아들은 당황해서 어떠한 말도 못 했다.




몇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들! 오늘 시험은 잊고 내일부터 시험 잘 보자. 시험 끝나고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 학원에 다닐지 말지? 공부 방법을 다시 한번 점검하자. 공부 열심히 하고 컨디션 관리 잘하고 잘자. 내 멋쟁이!"라며 다시 예전의 부드러운 말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응"이라고 대답하는 아들은 아직도 기분이 안 좋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자녀의 능력 이상으로 평가하여 부모가 무리한 기대를 하면 그 자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믿고 솔직하게 말했던 아들은 처음 듣는 엄마의 막말에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문제를 대화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내 자식에 대한 능력을 객관적인 평가로 바라보아야 한다. 아무리 성적으로 등급을 나누는 사회라 할지라도, 부모는 자녀의 잠재력을 믿고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여 자식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 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230704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