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 자녀와의 상화작용과
가족 유대감 증진
퇴원하고 2주 만의 집에 와서 아이들과 저녁으로 치킨을 먹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못한 이야기를 하면서 딸이 후식으로 사 온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뜬금없이 딸이 "고스톱을 치고 싶다. 고스톱 치자!"라고 했다.
우리는 식사하다가도 갑자기 게임을 하고 싶으면 무조건 해야 한다. 내일이 시험이어도 우선 그 당시 욕구부터 풀고 본다. 오늘은 딸이 고스톱을 선택한 것이다.
나는 빨리 식탁을 정리하고, 딸은 담요를 식탁 위에 깐다. 아들은 화투를 이불 위에 펴놓고 2장으로 인정하는 공짜 피 3개만 골라 화투, 패들을 잘 섞어 게임 할 준비를 한다.
게임 할 때마다 각자가 할 일들이다.
나는 고스톱을 할 때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이겼을 때, 내 점수보다 상대방의 패를 먼저 보아라. 거기서 피박과 광박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내 점수를 계산해도 늦지 않는다.
피박 광박을 못 챙겨서 2,000원 받을 거 1,000원 받으면 상대는 너에게 고마워하지 않고 비웃는다. "병신 자기 것도 못 챙겨요!"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상대가 자본금이 없을 때, 네가 1,000원을 주면,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두 번째, 상대가 돈이 없다고 빚을 지거나 적게 주면 그만해라. 더하면 싸움 날 수 있다. 게임은 서로 즐기기 위해서 하는 거지 기분 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세 번째, 너희도 너희가 즐길 수 있는 금액을 게임 전에 정해놓고 해라. 정해놓은 금액이 떨어지면 그만해라. 즉, 게임 전에 '5,000원 만 가지고 해야지.'라고 마음먹었으면, 5,000원을 다 잃었을 때, 웃으면서 미련 없이 게임을 그만해라. 계속하면 기분 상하고 자신도 모르게 성격이 부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우리는 게임 할 때, 이 규칙들을 철저히 지킨다.
한 판이 끝나고 이긴 사람이 광박 피박을 챙기지 못하면 서로 놀리면서 웃음꽃이 핀다.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았을 때, 서로가 챙겨주지 않는다. 돈이 오가는 게임의 세계는 냉정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고스톱 게임은 아이들의 실제 계산력도 길러준다.
아이들이 고등학생, 대학생이니깐 계산을 잘하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수학은 잘해도 간단한 생활 계산에는 엉뚱한 소리를 잘한다.
딸이 "5,000원을 천 원짜리로 바꾸어 줘!"라고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누나에게 1,200원 받을 것이 있었는데 그 계산이 빨리 되지 않았다.
그냥 5,000-1,200원 하면 쉬워도 돈이 오가면 말 한마디에 헷갈리게 된다. 누나가 동생에게 5,000원을 천 원짜리로 바꾸어 달라고 했기에 자신이 받아야 하는 1,200원을 생각하지 못한 채 천 원짜리 5장을 준 것이다.
우리는 계산이 안 되는 동생과 아들에게 "바보냐?"라고 무시 반, 농담 반으로 이야기하면서 웃는다. 평상시의 수학에 자신 있던 내성적인 동생도 멋쩍은 듯이 웃는다. 나는 좀 더 강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기탄 수학 초등 2-3년거 다시 해야겠다. 5,000-1,200은?"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나면, 말 없는 아들도 현재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하게 된다. 나는 아이들과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이런 시간을 자주 갖는다. 이때, 아이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 현재의 고민을 생각 없이 말하게 된다. 나 또한 생각 없이 듣는 척하지만, 내 자녀들의 관심사와 걱정을 파악해 둔다.
대부분 고스톱 게임 하면, "노름"이라는 안 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노름 게임도 상황에 따라 잘 이용하면 가족 간에 더없는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다. 게임을 통해 가족 간이 의사소통 교류를 이루는 동시에 아들에게는 돈의 관리 능력을 가르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