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 고향은 항상 가슴속에….

by 김인경


내성적인 우리 아이들은 “세상에서 집이 가장 좋다”고 한다. “여름인데 바닷가 가서 며칠 놀다 오자”라고 말하면, “엄마 친구랑 가면 안 될까?”라며 딸이 대답한다. 아들은 옆에서 고개만 끄덕이며 누나 눈치만 보고 있다. “집 떠나면 고생이야! 우린 집에서 쉬고 싶어!”라며 정중히 거절한다.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학교에서 ‘수련회’ 관련 공문을 가지고 왔다. 당연히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했기에 아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아들 담임 선생님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어머니! 집안에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물으셨다.

"아니요! 아에게 무슨 일 있나요?"라며 학교에서 전화를 받은 내가 더 놀라서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어머니 아들만 수련회를 안 간다고 하는데 이유가 그냥 싫다고 해서요."라며 난감해하셨다.


하교 후, 아들에게 물어보니 "집이 가장 좋다. 자고 오는 거는 싫다."라는 것이다. 학생인 아들조차도 집이 가장 편하고 좋다는데 장기 외국 생활을 하는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현대 사회는 장기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이민, 사업 등으로 오랫동안 외국에 나가 생활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때,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국에 대한 향수병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향수병이란, 자신들이 태어나거나 자란 고향에 애정과 동경을 느끼는 현상으로, 고향과 관련된 추억, 문화, 풍습, 자연환경 등이 그리워지는 정서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대학원 시절, 영어 공부를 위해 1년간 미국에 갔었다. 미국의 시골 생활이 서울의 도시와 비교되면서 화려한 서울로 돌아오고 싶어 했다.


처음 미국행을 탔을 때는 영어 공부도 공부지만 꿈의 나라 미국 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기대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서울에 대한 동경만 남아있었다. 차가 없으면 어디도 갈 수 없는 우리나라 산골과 같은 생활이 제일 힘들게 했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흑인을 만났다. 당황해하는 나하고는 달리 흑인 남성은 "HI" 하며 반갑게 웃어주었다. 놀란 나는 “미쳤나 봐? 나를 언제 봤다고…."라며 흑인을 피해면서 중얼거렸다.


며칠 후, 교민에게 그때의 당황한 사실을 말했다. 그 친구는 웃으면서 ”미국 사람들은 식구들 외에 다른 이웃을 만나기가 힘들어서 누구에게나 만나면 반갑게 "HI"라고 해죠“라고 말했다.



나는 더욱더 서울에 오고 싶었다. 집 밖에만 나가면 사람과 상점이 늘어져 있는 서울이 너무 그리웠다. 향수병에 공부도 못하고 한국에 일찍 돌아온 기억이 있다.



여수 여행에서 만나 사장님도 오랜 외국 생활 속에서 향수병으로 고국으로 오신 분이다. 마지막 여생은 한국에서 지내고 싶으셔서 오셨다고 하셨다.



향수병은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정서적인 경험이다. 오랜 외국 생활은 자신이 자란 고향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한다. 자신의 문화와 비슷하고 편안한 곳에서 살고 싶은 욕망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적은 나의 경험으로는 경제력만 있다면, 세상에서 대한민국 서울이 제일 살기 좋고 편한 곳이란 생각이 든다. 암 수술을 여러 번 한 나는 비행기를 자유롭게 탈 수 없어 해외 생활이 불가능하지만, 현재 서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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