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벽증까진 아니겠지? 아닐 거야

이 전쟁 같은 청소

by 김종열

나는 청소가 싫진 않다. 아니 가끔은 재미있다고도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 내가 결벽증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자의적인 판단으로는 그것까진 아니지 싶긴 하다. 그러나 무얼 하다 보면 눈앞의 찌꺼기가 계속 눈에 밟히고, 올려둔 장식품이나 화분 따위의 위치가 조금만 비뚤어져도 그게 신경 쓰여서, 바로 해놓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걸 보면 전혀 아니라고는 못할 것 같다.


어쨌거나 청소하는 것이 싫지 않으니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한 워밍업 후, 제일 먼저 쥐는 게 권총처럼 생긴 청소기(이 청소기는 남자들의 전쟁 욕구를 슬그머니 충족시켜 주는 모양을 하고 있어서 많은 남자들을 청소의 세계로 뛰어들게 한 것 같은데, 여성들의 입장에선 이 청소기를 출시한 회사에 경의를 표해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이다. 이놈을 끌고 집안 곳곳을 수색하면 권총을 쏘는 듯한 기분과, 눈에 밟혀도 악착같이 참고 남겨둔 찌꺼기들이 쓱쓱 빨려 들어 가버리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청소 방식은 빗자루로 쓸고, 그다음으로 걸레질하는 것인데, 이 순서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 틀림없다. 아무리 세상이 바뀐다 하더라도 먼지를 먼저 닦고 그다음에 쓰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 고로 청소기로 쓸었으니 다음에 할 일은 당연히 걸레질인데, 참으로 고맙게도 요즘은 서서 닦을 수 있는 많은 기구들이 있어 이 또한 재미있는 일이다.


지금 사용하는 기구 전에 사용하던 놈은 스팀을 뿜어내며 닦아주던 것이었는데, 청소 도중에 물을 보충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전기선이 따라다니는 불편함이 있는 데다, 스팀의 기능이 시각적일 뿐이지 딱히 그렇게 훌륭한 건 아니어서 지금의 기구로 바꾸었다. 지금 이 녀석은 무선이어서 움직임이 간편하고 끊임없이 회전하는 걸레가 바닥을 뽀송하게 닦아주는데, 나는 닦아주는 본래의 기능보다 빙글빙글 도는 이 녀석을 끌고 지뢰 탐색하듯이 집안을 누비는 게 재미있다.


쓸고 닦는 행위를 재미있다고 했는데, 그게 재미있어 하고 싶어 죽겠다라든지 그런 의미는 당연히 아니다. 그냥 다른 노동에 비해 하기 싫은 정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오늘도 나는 내 눈앞에 보이는 작은 찌꺼기와 싸우고 있다. ‘지금 치울까?’ ‘그냥 둬야 하나?’ ‘내가 결벽증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