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아니, 내 시작은 언제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아니, 내 시작은 언제나 창대하였으니

by 김종열

‘일반적으로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한다.’

‘아침 식사는 대부분 가볍게 한다.’

일반적으로, 보통은, 대부분, 이런 말들은 우리 사회에서 상식적이고, 평범하고, 보편적인 사람들이 행하는, 또는 행하지 않는 행위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나 역시 상식적으로 살려고 애쓰며,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상식적이지 않으며 보편적이지 않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내 아침 식사가 심하게 창대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서 때려 먹는다든가, 엄청 럭셔리하게 차려놓고 먹는다던가 뭐 그런 건 아니고, 또한 창대하다는 것도 내가 규정해놓은 -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행위에 대해 어떤 규정을 해놓고 산다. 헌법처럼 명문화해 놓는다던지 그런 건 당연히 아니지만, 머릿속에 또는 가슴속에 정해진 그 무엇이 있다는 의미이다. - 양보다 많다는 것이다.


일단은 물부터 한 잔 한다.(이건 몸에 좋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일 게다.) 다음으론 사과 등의 과일을 한 두 조각 먹는다.(예전에는 식사 후에 과일을 먹었는데, 식후에 먹는 게 안 좋다는 게 새로운 이론이란다.) 다음엔 지긋지긋한 변비로부터의 해방을 갈망하는 요거트, 다음엔 찐 마늘과 흑 마늘을 마지막으로 애피타이저는 끝.


아침 메뉴는 늘상 평범하다. 밥, 국, 김치, 나물, 생선 등을 먹는데, 아침 식사를 하지 않거나, 우유 한 잔, 과일 한 조각, 떡 하나 등으로 때우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과연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밥 먹었으니 끝? 아니. 언제부턴가가 디저트라는 게 식문화로 자리 잡지 않았던가. 그런데 나이 든 사람들의 디저트는 거의 대부분 약 또는 영양제이니, 나 또한 상식적이고, 평범하고, 보편적인 사람으로서 그렇게 하지 않을 도리는 없어 보인다.

종합비타민을 주전 멤버로 하여 심해 상어에서 추출한 뭐라고 하는 것, 콜레스테롤을 어떻게 한다는 것, 벌집에서 채취한 그 무엇에다, 강황까지 토핑처럼 얹어 먹는데, 그 양도 어마하지만 이렇게 막 섞어서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아침마다 의심하면서 아침마다 먹는 행위는 계속된다.


약까지 먹었으니 끝? 그럴 리가. 면역력을 증진시킨다는 홍삼까지 한 잔 해주시면 창대하고 창대한 아침식사가 드디어 끝이 난다.


이 모든 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나를 심하게 챙기는 아내로 인해 행해지는 것이지만, 가끔은, 아니 자주 ‘나는 내 아침 식사만큼 창대한 인생을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슬그머니 부끄러워지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