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친절은 없다.

by 김종열

정착하긴 했는데 과연 정착한 게 맞나 싶은 의문이 슬금슬금 든다. 며칠 전부터 할배, 할매가 내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생각이 없는 할배는 나와 함께 사는 게 좋은 모양이고,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할매는 털 날림, 대소변 문제, 냄새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양새가 어쩌면 여기가 내 집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


좋은 일은 생각대로 되지 않지만, 나쁜 것은 걱정하는 대로 되는 게 세상사인가 보다. 느낌이 ‘쎄’한 어느 날 아침, 할매가 유난히 친절하게 굴면서 차에 태우더니, 보기만 해도 정신 사나운 초등학생이 두 명이나 있는 집에 나를 놓고 자취를 감춰버렸다. 역시 이유 없는 친절은 없는 법이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우리는 무생물이 아니고 우리에게도 감정이라는 게 있는데, 아무런 예고 없이 이러는 거. 이건 아니지 않나? 실의에 빠진 강아지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가능한 초딩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수밖에. 그리고 슬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릴 수밖에.


익숙함은 행복한 것이다. 익숙한 공간은 안락한 곳이고. 그렇게 내게 찾아왔던 익숙함과 익숙한 공간은 할배, 할매의 부부싸움과 함께 내게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게 행복한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듯이 불행한 일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때로는 의도치 않는 행운이 따르기도 하는데, 웃기게도 옮겨온 집의 작은 초딩이 내게 겁을 먹는다. 세상에 4kg도 안 되는 내게.


만사가 귀찮고 지독한 상실감과 배반감을 안고 웅크리고 있을 때, 자꾸 집적거리기에 한 번 ‘왕’하면서 앞 이빨을 드러내며 경고 했을 뿐인데…


그렇게 나는 내 앞 이빨의 위력에 자부심을 느끼며,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할매의 품에 안겨 생각이 없는 할배가 사는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원더풀!


* 개 세이(개+에세이, 개+say)는 반려견의 관점으로 쓴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