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이다. 함께 하는 분이 티샷한다. 잘 친 공이다. 공이 홀 컵 2~3m 부근에 멎는다. 이번엔 내 차례다. 앞서 치신 분처럼 잘 치고 싶은 욕심 탓일까? 미스샷이 된다. 경사진 언덕 풀이 깊은 곳으로 공이 가버렸다. 두 번째 샷을 한다. 겨우 홀 근처에는 왔지만, 아직 남은 거리가 4~5m는 되는 듯하다. 홀을 향해 신중하게 퍼트한다. 공이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렵게 파를 했다.
이번엔 앞서 치신 분이 퍼트한다. 홀인 되지 않아서 버디는 놓쳤지만 쉽게 파를 한다. 슬쩍 웃으며 농담을 던진다. “이래 파를 한 거나, 저래 파를 한 거나?” 함께 하시는 분도 너그럽게 받아준다. “그러게, 말이야.” 그러면서 다음 홀로 걸어간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같다고 다 같은 건가?’
과정이나 내용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니, 따져보면 옛날에도, 더 옛날에도, 더더 옛날에도 과정이나 내용보다 결과를 중요시했고, 때로는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어찌 되었건 상관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시대를 불문하고 결과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결과! 중요하다. 그러나 결과만 보고 어떤 일을 평가하고 사람을 평가하는 게 맞는 것일까? 운동 경기야 그게 맞을 수도 있다. 경기 내용은 이겼으나 결과는 졌다는 말처럼 허망한 것도 없으니. 그러나 사람 사는 건 결과만 봐서는 안 되지 않을까?
성실하게 재산을 차곡차곡 쌓은 사람이 있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무위의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도둑질, 사기, 협잡으로 재산을 형성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가진 재산의 양이 같다고 하여 재산의 의미가, 가진 사람의 인격이 같다고 할 수 있는 걸까?
큰 명예든 작은 명예든, 같은 명예를 가졌어도 존경받는 사람이 있고, 욕먹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그 명예를 가지게 된 과정과 그 명예를 지켜내는 능력이나 인품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명예의 크기가 같으니 같다고 해야 하는 건가?
살짝 억지스러운 예이지만, 세상을 바꾼 위대한 사상가나 발명가, 위대한 정치가 또는 예술가의 삶과, 아니다. 너무 거창하지 말자. 크든 작든 무언가를 이루었든지, 적어도 이루려고 애쓰다 죽는 사람이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무위의 삶을 살다 죽는 사람도 있다. 사망한 나이가 같다고 해서, 인생의 길이가 같다고 해서 인생의 의미가 같은 건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세상일은 결과만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물론 결과가 중요한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과정을 헐뜯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나.
파크골프장에서 “이래 파를 한 거나 저래 파를 한 거나?”라는 농담에도, 어렵게 타수를 지켰으니 다행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살짝은 과정이 좋은 상대에 대한 폄하가 담겨있을 수도 있으니 좋은 농담은 아니다.
그리고, 내용은 이겼지만, 결과는 졌다는 경기도 허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용이 좋은 팀의 승률이 당연히 높을 테니 말이다.
존경받을 삶의 과정을 살아온 사람을 존경하지는 못하더라도 깎아내리지 말자는 얘기고, 결과만이 아닌 과정도 보자는 얘기고,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지 말고 내면도 살펴보자는 얘기다. 같다고 다 같은 건 절대 아닌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