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이 꼬이는 스텝

투자자는 아군인가 적군인가 - 5편

by 긴오이

이제부터는 로드맵에서 제시된 일정이 어떤 식으로 꼬이기 시작하는지 예를 한번 들어보겠다.


사업자가 국공유지 활용 제안 공모에 1순위 협상자로 선정되어 최종 대부계약까지 체결하였다고 치자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대부계약은 보통 5년 기간으로 체결되는데, 사업자가 최초 1년 단위부터 사업의 고삐를 바짝 틀어쥘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계약서상의 '을'은 대부 계약일로부터 1년 이내에 대부 목적사업을 시작해야 하며'에 의해 근거해 서둘러 진행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럼 생각해 볼까?

만약 을이 1년 이내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5년 대부계약의 1년 차에 800억 상당의 투자유치 건을 쫑시킬 자신이 있는가?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양측의 매끄러운 투자양해각서 사인과, 그 각서를 들고 나란히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과, 그리고 대대적인 경기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효과를 광고하는 1면의 헤드라인들이 지나갈 것이다. 현시점에서 캔슬(cancel)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진 마시라. 이것은 가장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에 불과하니까.

매년 적지 않은 대부료를 납부하면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사업자는 없을 것이다. 선대부 후매각 조건하에 진행되는 사업이 차질을 빚는다면 반드시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 사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판단은 그 이후다.

그리고 대부분 그 사정은 용인할 만한 범위일 것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1년 이내에 대부 목적사업을 시작하여야 하며'는 이른바 용인될 수 있는 일정의 범위에 속한다고 말한 것도 모두 이러한 연유이다.

맨 처음 글의 프롤로그에서 '일정'이 가지는 어정쩡한 스탠스라는 것도 모두 같은 연장선이다.

아직 사업의 초기라는 점, 그리고 그 사업이 가지는 기대효과, 그리고 나아가 사업자의 용인될만한 이런저런 사정까지 감안하면, 사업 1년 차의 '일정' 변경은 대부분 그냥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일정이 꼬이는 지점도 바로 여기부터다.


어떤 징조가 나타났을 때 거기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상대방이나 제 3자에게 일종의 시그널을 준다. 비록 용인될 수 있는 범위라 할지라도 계약서상의 저 문구는 구속력을 지닌다. 갑은 설령 이를 눈감기로 너그러이 마음먹었더라도 반드시 경고의 어투를 날려야 한다.

"유감입니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일정이 미뤄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을 전달하는 뉘앙스는 천차만별이다. 이것을 정말 프로답게, 경고답게 - 차후에 이런 일정의 딜레이가 한번 더 생긴다면 감수해야 할 불이익의 정확한 수치를 - 전달하는 것은 전적으로 갑의 역량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에 자신 없다면, 차라리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문서(확인서)등의 공신력에 기댈 것을 추천한다.


이는 사업자 측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그리고 계약 간의 관계에서 빈틈은 곧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어느 영화에서처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가령 처음 이 '1년 이내에 대부 목적사업을 시작하여야'를 그냥 넘기면, 다음 추진 일정표의 그것도, 그다음 것도 그렇게 미뤄질 수 있다. 최종에는 '을'은 대부기간 내 영구시설물을 준공하고'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처럼, 이 준공시점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이다.

계약 종료 기간이 다가와서가 아니라, 기간의 어느 시점에서도 절대 입에 올릴 수 없을 만큼 불가항력의 영역임을 반드시 주지 시켜야 한다. 차후 연장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은 새로운 의사결정이며, 의회 승인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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