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부 후매각(先대부 後매각)

투자자는 아군인가 적군인가 - 4편

by 긴오이
선(先)대부, 후(後)매각


이쯤에서 이 대부계약의 정체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줄로 안다.

그간 시·군유지를 이용한 개발사업은 대개 '매각'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좋은 조건의 투자제안이 들어오면 사업 검토 후,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시·군유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러한 매각 방식의 개발사업은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목적사업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매각이 이루어지고 난 후, 투자자가 사업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마땅히 제재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 매각 계약시 환매특약(사업진행 불가시 환수)을 걸어놓곤 하지만, 앞서 「공무원이 땅을 알아야 하는 이유」 편에서도 밝혔듯, 소유권이 이전된 토지에 대해서 다시 환수하는 절차는 결코 만만치 않으며, 승소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래서 최근 검토되고 있는 것이 「선(先)대부, 후(後)매각」 방식이다.

말 그대로 우선 대부계약을 체결하여 토지사용권을 부여하되, 기간 내 목적사업을 준공하지 못하면 대부계약은 그대로 종결되고, 토지는 원상 복구하는 방식이다. 개발방식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으나 법률적으로 가능하며,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안전장치도 마련되고, 더불어 대부료 수입도 덤으로 챙길 수 있으니 앞으로 대부분의 개발방식이 이 흐름을 타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선(先)매각 방식에 비해 훨씬 장점이 많다.




아직 「선(先)대부, 후(後)매각」방식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일부 자치단체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을 뿐이다. 완료된 사업들이 없어서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기도 어렵지만, 좋은 모델이 탄생하면 이 방식에 대한 문의와 벤치마킹들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사업자 측에는 다소 불리한 개발방식이 될 수도 있기에 이 개발 방식이 보편화될 수 있을지는 눈여겨볼 지점들이 있다.


특히 사업자 측에서는 이 「선(先)대부, 후(後)매각」방식이 사업의 기초자산인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금융이 요구하는 신용보강이나 신탁계약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차 떼고 포떼고 식의 개발사업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지점에서 사업자 입장을 고려하는 것은 어디까지나「선(先)대부, 후(後)매각」방식에 대한 시장의 생소함에 대한 옹호일 뿐, 시장은 곧 이러한 사업방식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고 적응할 것이다. 목마른 쪽이 우물 판다고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할 필요 없이 단숨에 토지 협의를 마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그에 맞는 금융과 대주단을 찾아내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금융과 파생상품들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어떤 환경에서든 곧바로 답을 찾아낼 것이다.

아울러 그 답을 찾아내야 국공유지를 활용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국공유지는 절대 공짜 밥상이 아니다.



이전 03화돌려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