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투자자는 아군인가 적군인가 6편

by 긴오이

대부계약이 체결되면 제일 먼저 무엇이 진행될까?

당연히 설계이다.


이 설계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인허가 절차를 위한 설계와 실제 사업을 위한 구조 설계가 그것이다. 사업자는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이 두 가지 설계를 진행한다. 보통 인허가 용도의 설계는 약식 설계와 비슷해서 실제 사업의 구조설계 중 건축심의에 필요한 몇 가지 대표 도안들을 뽑아서 만들게 된다. 이 건축설계와 더불어 각종 협의 도서들, 가령 개발행위허가, 환경영향평가, 경관심의 등에 필요한 도서들도 함께 작성된다.

행정 인허가 부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축부서가 중심이 되는데 건축부서가 대표가 되어 위의 각종 협의 도서들이 관련 부서 협의를 원만히 진행하였는지 확인하게 된다.

즉 경관심의는 완료되었는지, 개발행위 담당부서에서 다른 의견이 없는지, 환경영향평가는 통과했는지, 관련 부서들과 공문을 주고받는다. 이 모든 협의들이 완료된 상태를 확인하고 난 후, 설계상 문제가 없다면 최종적으로 건축허가를 내주게 된다.


사실 이 인허가를 얼마나 빨리 받아내느냐에 따라 사업 성공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사업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자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시행되야하는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5년 목표가 10년으로 늘어나면 부가적으로 바뀌는 것들이 어디 한 두 가지겠는가?


대부계약 후,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간다. 사업자는 당연히 시간을 돈처럼 아껴야 한다.

그런데 이 투자사업은 보통 우리가 집을 짓는 단순 건축하고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가령 집을 건축한다고 하면, 건축주는 먼저 자기 땅을 확보하고 설계를 진행하므로 건축 인허가 신청 당시 이미 실시설계는 마쳐진 상태이다. 인허가만 나면 바로 공사에 들어가 1년 안에 준공심사를 받는다.


그런데 투자사업은 제안 공모를 통해 사업자로 결정되고, 그리고 대부계약이 체결되어서야 비로소 설계가 진행될 수 있다. 500억이 넘는 시설사업이라면 못해도 설계금액이 십억 단 위가 넘어갈 텐데, 낙찰되기도 전에 설계를 진행하는 사업자는 상상할 수 없다. 단순 건축행위와는 달리 설계와 인허가에 소요되는 시간이 벌써 1~2년을 잡아먹는다.


따라서 '갑'은 사업 초기에 이 설계에 대해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



대부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선대부 후매각 방식에서 설계 진행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아시다시피 선대부 후매각 방식은 시간이 금인데 사업 진행을 늦추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어디까지나 '갑'의 입장에서 이 글을 서술하고 있으므로 - 애초 우리는 투자유치 담당자, 혹은 토지주로 상황을 설정하였고 - 만약 '을'이 의도적으로 일정을 꼬이게 만들고 있다면 그 속셈은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 그 속셈은 처음 제안하였던 사업내용을 바꾸려는데서 기인한다.

국공유지를 얻기 위해 제안 당시 공공성을 어필하였던 사업이 일단 허들을 넘어서자, 그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때가 바로 투자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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