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오일장

by 긴오이

사구장이라고

끝자리 4일과 9일, 장이 열린다는

양양에는 아직도 오일장이 선다


예전에는

더러 임산부들도 눈에 띄고

아이 손잡고 장보는 엄마들도 많았다는데

지금은 가슴에 개 한 마리씩 안은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양양 오일장

올 봄에도 할머니들이 산나물처럼 돋아서

개두릅을 펼친다

꿀고구마 한바가지도 할머니를 따라왔다

수수와 조, 땅콩이며, 서리태는

투명 봉지 머리끈을 질끈 묶었다

박스 안에 당근이며 오이며 호박도 담아 넣고

선인장과 다육이도 볕을 보고 웃는다

미꾸라지 미끌미끌 비좁다고 거품을 물고

영지버섯, 상황버섯, 석이버섯이

비닐랩에 감겨 라임을 맞춘다

통영 거제에서 굵은 멸치, 잔멸치가

장구경을 왔구나

장돌뱅이 정선 더덕이

웃통을 까고 하얀 텃새를 부린다

가마솥 기름속에 튀김 통닭이 차력쇼를 하고

당귀, 도라지, 감초, 느릅나무, 토사자, 산수유가

자기는 됫박으로 카드결제가 된단다

열무, 대파, 쪽파가 한 단씩 붉은 허리띠를 두르고

산지 직송이요 구호를 외치면

한해 유급된 사과, 배는 묵었다고 떨이에 만원

장터 명물 어묵향이 꼬불꼬불 퍼져가는

여기는 양양 오일장


그 옛날 4일부터 9일까지 항일운동이 극에 달했다는

장꾼으로 몰래 가장해

대한 독립만세를 외쳤다는

4일과 9일이 되면

무엇이 마음들을 끌어당기는지

농사철 농기구도 내려놓고

저출산과 고령화가 모여드는 오일장

삶이 소(沼)를 이루는 오일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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