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너구리

by 긴오이

너구리 라면 속에 외삼촌은 아직 살아계시지

너구리 다시마 귀퉁이에

꼬득하고 살아계시지


늦은 밤 라면을 끓이면

외삼촌은 꼭 다시마 끝을 꼬득 하고 조금 씹으셨다

외삼촌은 그 다시마가

전라 완도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계셨을까

또, 꼬득 하는 그 소리는

엉뚱하게 건너방의 식욕을 자극하러 갔다는 것을

알고 계셨을까

어린 나이에 외가로 유학 나온 나

아직 외가가 낯설고, 밥도 낯설고

다시마처럼 바짝 긴장하여서

외가에 폐가 되지 말라는 엄마의 말씀

밤 부엌에 들어 라면 봉지 뜯을 용기는 없고

날더러 끓이라면 좋았을 텐데


오늘

한 밤 출출하여

너구리 한 마리 배를 가르니

반듯하니

단단하게 굳은 그 표면에는

어느덧 부드럽게 흔들리는

물살의 흐름이 보이는 듯도 한

그 외가의 다시마가 누워있다




이전 24화젊은 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