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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Aug 02. 2019

성장하지 못한 어른

당신의 삶은 균형 잡혀있나요?  - 시소 타기에서 느끼는 평행의 중요성


집 근처에 놀이터가 있다.


놀이터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정글짐, 시소, 그네 등을 이용하면 금방 하루가 지났다.

매번 반복된 놀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무탈하게 흘렀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곤 했다.

오늘 하루도 잘살았구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구나.


시소를 탈 때면 항상 한쪽으로 균형이 쏠리기 마련이었는데 그럴 때면 다른 아이들이 앞에 앉아서 양쪽의 균형을 맞춰보곤 했다.

그래도 균형이 맞지 않을 땐 뒤에 앉은 아이가 일어서거나 가운데에 가방 등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는 것으로 균형을 맞췄다.

그러다 시소가 내려간 쪽에 앉아있던 아이가 예고 없이 일어설 때면 반대편 아이들은 엉덩방아를 찧곤 했다.


성인이 되어보니 인생 역시 시소와 같다.


누구나 삶마다 균형이 중요하다.

일이 좋고, 공부가 좋았던 가장은 비록 사회적 성공과 물질적인 보답은 받을지언정 가족으로부터의 신뢰와 친분을 잃을 수 있다.

사랑에 빠져있던 고등학교 3학년의 아이들은 결국 학교를 빠지기까지 하였는데 그 결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었다.


살다 보면 우리를 매혹하는 것들이 있다.

순간적인 선택으로 그것들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곤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사랑에, 일에, 학업에 올인한다.


그것만 얻으면 모두 해결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럴 때는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반드시 이성적으로 정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올인은 반대편에 있던 다른 것들이 엉덩방아를 찧어 한순간 깨져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균형을 잡지 못하며 살았던 것 같다.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늘 구분하려 하였고 더 중요한 것에만 신경을 써 나머지 것들은 뒷전이었다.


뒤돌아보니 많은 것들에 상처를 주고 나 또한 상처를 받아오며 살아왔다.

사랑함에도 일상이 바쁘다 보니 사랑을 주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헤어졌던 만남도 있다.

과거의 나는 늘 사랑에 올인하지 못했는데 시소놀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늘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갈망이 강했는데 아직 제대로 된 성취를 얻지 못했다는 생각이 있었다.

25살에는 그를 만날 때 늘 구상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나의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즈음 그의 사소한 습관을 꼬투리 잡아 헤어지자고 했다.


그와 나의 삶, 두 가지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은 불안함에 나는 늘 사랑은 나의 모든 삶이 안정되면 시작할 일로 여겼다.


20대의 나는 용기가 없었고 그래서 솔직하지 못했다.

바쁘다는 말도, 너를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않고 이별을 그의 탓으로 돌리려 했다.

그래야 내가 편한 마음으로 내 삶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또한 나의 모든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한편으론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는 나의 마음의 크기와 다를까봐, 괜히 아닌 척 덜 좋아하는 척했다.


상처 받을 마음이 두려워 나를 보호하는 것에 급급했기에 늘 균형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균형이 어느 순간 깨져버리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릴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생각했다.


앞에 가방을 올려두고, 묵직한 돌로 균형을 맞추려 했던 초등학생에 비해

오히려 28살의 지금, 덜 성장한 것은 아닐까.



성장하지 못한 어른이다.

균형을 맞추지 못하며 살아온 어른이다.

삶에 대해, 사랑에 대해, 관계에 대해, 혹은 마음에 대해 균형 있게 돌보며 살아오지 못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아니면 늘 뒷전이 되어야 했던 두 번째, 세 번째의 중요한 것들에 미안하다.


너희도 마찬가지로 내 삶에서 가치 있는 존재였는데, 정말 소중했는데.

너무 소중해서 혹여나 깨져버리진 않을까 싶은 마음에 미뤄뒀던 마음이었다.


서른이 1년 4개월 남았다.

서른이 되기 전까지 삶의 균형을 되찾아보겠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추후 후회 없는 삶을 위해.

그리고 비록 순위에서는 '덜' 중요한 것이었지만 사실은 삶에서 없어선 안 되었던 것들을 위해.


어릴 적 균형을 맞추며 놀았던 시소놀이처럼

천천히, 조심스럽게, 엉덩방아를 찧지 않도록

30대부터는 균형 있는 삶을 살려한다.


놓치는 것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크기가 크지는 않도록.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보다는 잘 살았다는 생각으로 자기 위안을 할 수 있도록.


나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의 주변 사람들도

모두가 균형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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