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당신의 신을 믿고 이력서를 다시 쓰자 면접이 여러 군데서 잡혔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가장 조건이 좋은 곳이었는데 우리 기업들의 최신 기술들을 다루는 테크지였다.
이전에 경영자들, 파워피플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인물지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왜 그만뒀고 옮기는지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고 차장급으로 보이는 젊은 면접관이 물었다. “그러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왜 당신을 뽑아야 할까요?” 한참을 고민했다. 정적이 흘렀다. 뭐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답했다. “불쌍해서요” 정적이 깨지면서 면접관들이 웃었다. “아니 우리가 자선단체도 아니고…”
앞서 두 군데 면접을 더 봤는데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나의 출신지역과 학교에 관해서 연연하는 듯이 느껴졌다는 것, 그리고 ‘몇살이냐’고 물어봤다는 사실이다.
요즘처럼 돈 주는 사람이 갑인 시대에 이미 구직자의 이력서를 보면 출신 지역, 출신 학교, 출신 회사를 비롯해 나이를 알 수 있다. (참고: 성별은 대충 보면 안다. 자기소개서를 보면 그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가 다 담겨 있다.)
면접 질문은 서류를 통해 형성한 선입견을 수정하는 절차라서 출신 지역과 학교를 묻는 이유는 혹시 어디 출신이면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쏟는 질문이다. 그렇게 차별 받아본 사람은 안다. 혹시 상대방이 내가 어디서 왔다는 근거로 나를 섣불리 재단하는 게 때로는 힘든 일이라는 것. 한편으로는 동향 사람이라는 이유로 어깨동무를 하지만 뒷통수를 맞는다던가 남의 뒷통수를 갈겨야 한다던가 하는 일이 생긴다는 웃픈 현실의 애로사항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한국처럼 나이에 연연하는 나라에서 이 질문을 하는 것은 결정타를 날리기 위함이다. 생년에 월일이 적혀 있는데 왜 물어볼까?
나이는 세 종류가 있다. 만 나이와 부적합 나이 그리고 우리 나이다. 이를테면 나는 1994년 6월 2일 생인데 오늘이 2026년 2월 15일 이니 면접당일날 MS엑셀을 돌리면 기상예보의 오늘의 기온과 같은 숫자가 나온다. 글로벌 스탠다드인 것은 틀림없다.
다음으로 부적합 나이는 말했다가는 거절당하는 숫자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나이에 관한 기준이 매우 엄격했고 몇세가 된다거나 넘지 않았다거나 하면 안되는 것들이 여전히 있다. 예를 들면 여전히 군입대에는 나이제한이 있다.
마지막으로 윷놀이를 하면서 알게 되는 우리 나이다. 이 놀이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을 정도로 삐까뻔적한 요즘 게임들에 비하면 새삼 지나간 유행이고 시시한 민속놀이지만 설을 맞이하는 우리 교회 청년들은 윷놀이를 한다.
내가 가기로 한 곳에서는 알면서도 굳이 몇 살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게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