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널브러진 구두의 보편성>

프롤로그

by 워쩝

김수비, 내 이름이다. 난 여자다. 이름으로 보나 말투로 보나 믿기지 않겠지만. 하지만 난 할말은 해야겠다. 어제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오늘부터 펼쳐지는 일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경위서를 작성할 것이다. 여러분들은 아무도 나를 모른다. 그래서 만약 내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지라도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 거리감이 괜찮다면 내게로의 접근을 허락한다.


오늘은 5시에 일어났다. 너는 착하다고 예쁘다고, 하나님이 어쩌고 하더니 결국 나보다 어리고 예쁜 여자한테 간 걔를 생각하면 토할 것 같다. 그렇다고 막 미워하지는 않을래. 왜냐하면 나도 그게 거짓말이라는 건 알았으니까. 서른이 됐는데도 처음도 아니고 친구 앞에서 울면서 신세한탄 투정 부릴 때는 지났다. 지나친 미움은 독이 된다고. 나도 알아. 안다고. 다시 잠이나 자자.


햇빛이 커튼을 뚫고 너무 강렬하게 들어온다. 5시에는 나가야 한다. 뭐하는 애였지? 기억도 안나. 그냥 사진만 몇 장 본 것 같은데 그것도 잘 모르겠다. 어차피 가봐야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가 뭐가 재밌다고 요즘 누가 영화관에서 영화 보냐고 그냥 “우리 집에 가서 넷플릭스봐요~!”라고 말하고 싶으면서, 또 웃긴 게 그러지도 못하는 쬐깐한 게 나오겠지. 뻔해서 지겹지도 않다.


서울의 밤은 늑대다. 우리엄마는 ‘나가면 자죽자죽이 돈!’이라고 항상 푸념했지. 아니 알려줬지. 이제는 정말 알 때도 된 것 같은데 매번 잘생긴 Server한테 속아서 애플페이를 열어주는 내가 밉다. 으이구 화상아. 진짜 이번달 한도가 얼마 안남았어.


어떨 때 보면 나도 그냥 남자이고 싶다. 화장실도 서서 오고가고. 힘든 점이야 많겠지만 적어도 여자랑 만날 땐 남자가 편한 거 맞잖아. 남자는 뭐? 와인이라며, 여자는 나이먹으면 상장폐지라며. 그런 웃기지도 않은 농담에 희희낙락 자기들끼리 낄낄 웃어대는 애들을 보면 사람같지도 않아. 정말 어디 없나. 나만 바라봐 줄 사람. 그 사람이 꼭 남자일 이유는 없는거지. 정말 그렇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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