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사무엘상

by 워쩝

아직 X발 남았다. 시온은 담배곽을 흔들었다.

찐담배도 충분히 맛있지만, 역시 담배는 연초만한게 없다.

‘날 보고 찡그리지 말라고.’ 시온은 힐끔거리거나 켁켁거리는 사람들에게 짜증이 났다.

학교는 흡연구역을 마치 원형 무대처럼 만들었다. 더 적나라한 비유를 들자면 홍등가의 여자들이 전시돼 있는 것처럼 서서 피워야 하게 설계했다.

“무대 위에 서서 조명을 받으면 관객한테는 아무 흠도 안보여요”

시온의 머릿속에 어느 테레비 프로에서 전원책이 해준 한마디가 떠올랐다.

삐가리가 돈다. 꽁초를 버리고 한국 현대시의 미학 수업으로 향한다. 졸업학기 마지막 수업이다. 금요일이라 학교에는 사람이 없다. 강의에도 막판이라 사람들이 안온다. 강사는 출석에 대해서 괘념치 않는 것 같다.

수업은 장정일의 ‘약속 없는 세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을 향해 달려갔다. 역시 시온의 눈은 기나긴 산문시에서 섹슈얼한 코드에서 꽂혔다.

‘우리들은 첫눈에 반하기를, 너무 잘하는 세대. 남자들은 길거리에서 아무 여자나 잡아 강간을 하고 여자들은 잘난 사내를 애태우며, 그 완강한 근육 속에 천천히 잡혀들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혼음으로 젊음을 다 떠보낸다.’

뇌가 멈춘 사이 여자 강사가 한 학기 내내 맨 앞자리에 앉은 시온에게 들리게 소리냈다.

“술 마시고 싶다…”

술 마시자고 말해볼까? 시온은 고민했다.

시온은 시험 시간 내내 고민했다. 같이 술 마시자고 말할까 말까. 말할까 말까.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하는 시인의 시에 관한 비평을 적어야 하는 시험지 초두에 이렇게 썼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

교수와 시온만 남은 순간까지 겁나게 답안을 적어내려갔다. 시험지를 다 걷은 교수는 시온의 책상을 똑똑 두드렸다. 정리하고 일어났다.

교수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장장 세페이지에 달하는 헛소리를 써놓은 답안지를 건넸다.

‘술 마시고 싶다…’

속으로 킥킥대며 강의실에서 나왔다. 저녁에는 소개팅(?)을 나가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몸으로 갚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