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갚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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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쩝

그는 화장을 고쳤다. 매번 하는 일이지만 이건 반복적인 노동이다. 그래도 이 꽃다운 의무로 그의 시선을 고르자. 미야모토 무사시가 밭을 갈듯이. 왜냐면 밥은 걔가 사는 거니까 난 그림으로 갚는다. 그게 이상해보일지는 몰라도 이곳의 문화다. ‘난 남동생한테 밥을 얻어먹은 적이… 거의 없는데……’ 처음 만난 남자한테 신세를 진다? 그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맞닥뜨린 키 큰 사람들이 내게 알려 준 농경제사회학이다.


샤워를 할까 샴푸를 할까 고민한다. 샤워를 하기에는 택시비가 모자라다. 샴푸를 택한다. 그리고 저녁인데 밤효과가 있어서 괜찮을거야. 술트름이 약간 나오는데 향기로운 치약으로 이를 닦는다. 치카치카. 귀신머리를 하고서 치카치카. 까악 퉷. 까악 퉷. 샴푸를 하고 머리를 감는데 하수구에 물이 안빠진다. 남자화장실보다 여자화장실이 때로 비위생적인 이유는 두가지 때문인데 첫번째가 나왔다.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은 이따 빼자. 지금은 머리를 나무같이 말리고 가마를 올려야 돼.


여자의 화장실이 남자의 화장실보다 가끔은 더 더러운 이유 두번째, 쌩얼과 풀메이크업 사이. 내게는 화장의 요령이 있다. 메이크업이란 밝기와 진하기를 X,Y 축에 둔 색깔고르기 놀이인데 채도란 상대방의 성욕을, 명도는 여성스러움을 의미한다. 색상은 내가 숨겨둔 뜻이지만 굳이굳이 오늘밤 그대를 위해서 분홍립스틱을 바르겠다는 노랫말까지 알려줘야 한다면 우리의 놀이는 꽤 길고 힘든 여정이 될수도 있다는 전망을 의미한다.


실제로 화장과 옷의 Sequence는 조금 섞이겠지만 머릿속 계획에서 옷은 화장의 종속변수다.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신을 빛나게 하는 것은 당신의 자신감’이다. 하지만 자신감을 두르기 전에 깔아야 하는 세션들의 화음이 그 혹은 그들의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을 결정한다. 힐끔거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나의 공식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 사람 사는데는 정답이 없다지만 년놈들 노는데는 정답이 있다고 본다.


내가 자신감을 어떻게 입었는지는 그와 Verval 핑퐁을 치다보면 드러난다. 그것까지는 설명할 겨를이 없다. 굉장히 여유롭게 일어났으므로. 신발은 운동화를 택한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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