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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잘못 끼워진

요란한 스타트

by 손영화

급조된 흔적이 역력한 커리큘럼은

괴이했고 로직도 없었다.



수업은 아웃 소싱된 인도업체를 통해 온라인(Zoom)으로 진행되었다.

IT 지식도, 경력도 배경도 없던 강사는


막 걸음을 내디딘 무지랭이 초짜부터

IBM DB 전문가, 20년 경력 프로그래머, 전직 인도 대학 강사까지

한 곳에 모아 비빔밥처럼 비벼놓고


누구에겐 기초도 안 되는,

누구에겐 생소하고 난해한 개념들을

인도 영어로 국어책 읽듯이 읊었다.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지만

Salesforce 기초를 다진다는 명목으로

Git hub, Command line, HTML, CSS. JavaScript를 6 만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무상으로 제공된 온라인 학습 플랫폼 Code Academy를 통해, 그것도 거의 자습으로.


단시간에 생소한 수학적 개념과 복잡한 논리가

뼈 속까지 문과인 내 뇌 속으로

양동이로 들이붓든 쏟아져 들어오니

과부하가 걸려 뉴런 말단 시냅스들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건 차라리 고문(拷問)이었다.


눈처럼 쌓이는 스트레스로 촉진된 노화

거울 속 비친 내 몰골을 점점 노인으로 만들어갔다.

최악이었다.


저질 수업보다 더 지치게 하는 것은

로드맵의 부재(不在)였다.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길 잃은 목자에 이끌리는 양떼가 되어

맹목적으로 좇아가는 우리는 늘 불안하고 망막했다.


'이 고생 끝 저 너머에 무지개가 정말 있을까'


수업이 끝나면 접촉은 없고 접속만 있던 디지털 환경 속 모두는 가로등 꺼지듯 사라졌다.

generation 1.jpg Zoom 온라인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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