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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Jul 11. 2024

내 파이

한 남자가 건강이 몹시 안 좋은 70대 후반의 자기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얘야 난 만족한단다. 내 삶은 멋지고 완벽했어. 더 이상 내 모습이 생기로 가득차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난 이미 이 여행에서 많은 것을 누렸어. 삶이란 마치 파이와 같지. 부모님께 한 조각,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조각, 아이들에게 한 조각, 일에 한 조각. 그렇게 한 조각씩 떼어 주다 보면 삶이 끝날 때쯤엔 자신을 위한 파이를 한 조각도 남겨 두지 못한 사람도 있단다. 그리고 처음에 자신이 어떤 파이였는지조차 모르지. 난 내가 어떤 파이였는지 알고 있단다. 그것은 우리 각자가 알아내야 할 몫이지. 난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 이 생을 떠날 수 있단다."

"내가 죽을 때쯤엔 나도 할머니처럼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어요."

"네가 어떤 파이인지 알기 위해 죽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단다."

-인생수업 35-36페이지-

인생에서 파이 한 조각씩 때어주는 삶. 나는 얼마의 파이를 때어주면서 살았던 걸까. 나의 마지막은 어떨까. 나도 이 할머니처럼 내 삶이 멋지고 완벽했어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할머니를 읽으니, <피터 드러커 자서전>에서 읽었던 드러커의 할머니가 생각난다. 교통사고가 나서 운전자가 자신을 병원으로 옮기려는 순간에도 농담을 하신다. 자신이 그 차에 타면 운전자가 오해를 받을 꺼라며. 드러커 할머니를 통해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사람들에게 나누는 삶에 대해서도 생각했었다. 인생수업에서 읽었떤 70대 후반의 할머니는 파이 이야기를 하신다. 내가 가지고 있는 파이는 몇개인지, 그 중에서 나는 몇개를 나눠주었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만약 한 달 밖에 살지 못한다. 1년 밖에 살지못한다. 이런 말을 의사로부터 들었다면 나는 내 인생을 정리할 수 있을까? 내 주변 정리를 평소에 하지 못한것을 후회할까? 죽음이 도대체 뭘까. 모두에게나 오는 죽음인데 내 주변을 봐도 그 죽음을 대비 하는 사람은 없다.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렇다면 죽음은 준비가 필요한 일인가? 아니면 닥치면 준비해도 괜찮은걸까.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꺼 같다. 위 할머니가 네가 어떤 파이인지 알기 위해 죽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하셨던 말처럼 나의 죽음도 준비를 어느 정도는 해두는 것이 좋을꺼 같다. 내 순서가 되었을 때 덜 당황하고, 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 지구별에 온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하려고 온 걸까? 아니면 존재하려고 온걸까? 아니면 배우려고 온걸까? 내 심정은 지금 이 순간도 뛰고 있다. 나는 건강을 위해서 생활습관을 들인다. 잠도 7시간 자려고 하고, 채과식도 챙겨먹고,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도 한다. 배찜질도하고, 스트레칭과 마사지도 한다. 통증 없이 덜 아프게 살고 싶다. 생활습관을 통해서 어느정도는 커버가 가능하다. 바른 자세로 걷는다. 노력한다는 말이 맞겠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진행중이다. 포기하지 않고.

<돌품>이라는 드라마를 시청중이다. 정치 이야기이다.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반복한다. 주인공들은 그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  주인공들은 자신의 파이가 어떤 것인지 알았을까? 알고 싶기는 했을까. 잘못된 목표, 신념이 가져다주는 비극을 봤다. 박동호 대통령은 자신이 죽은 후까지도 생각해서 일을 마무리했다. 자신의 죽음 이후까지도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꼼꼼하게 그래야만 했던 걸까. 한 사람의 삶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그 사람의 추억, 시간, 생각, 두려움, 외로움, 간절함, 목표, 소중한 사람들, 고독, 친절함, 덧없음 까지.

나는 아직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거듭해서 하는 생각이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 뜬구름 잡는 머릿속 생각이 아니라 손으로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본다. 글안에는 내가 있다. 예전의 나도 있고, 지금의 나도 있다. 시간이 지나서 그 글들이 이어진다면 앞으로의 나로 나아가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글을 읽으면 예전의 나를 발견할 때 색다름이 있었다. 2021년 질문에 대한 글을 썼는데 경우문예 책에 출간되었다. 3년 전의 내 글을 읽으니 지금과 다른 생각을 했던 내가 다르게 보였다. 이 생각을 나날이 달라진다.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이 자꾸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생각인 것은 틀림없다. 지난 내 생각과 마주할 때의 낯설음, 요즘 자주 느낀다. 같은 제목으로 지금의 내 생각으로 쓰고 싶어졌다. 어떤 글을 나올지 궁금하다.

나는 내 파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파이 한 조각을 만들러 오늘의 여행을 시작한다. 때어주는 것도 파이겠지만, 더하는 것도 내 몫이 아닐까. 나는 새로운 파이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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