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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Jul 10. 2024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닌 존재에 관한 문제입니다.

인생수업 30페이지에서

삶이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삶을 살아왔다. 항상 무엇을 하고 있었다. 10대 말부터 목표를 설정하면서부터 그랬다. 목표를 설정할 때의 장점은 그 목표로 인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과 추진력이 생기고, 이전보다 성장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단점은 그 목표로 인해 그 외의 일에는 시야가 좁아지고, 어떤 일이나 사람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다. 나는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았다. 10대말, 20대, 30대 쭉 그랬던거 같다. 삼십대 후반쯤에 지인의 피드백에 내가 브레이크가 걸린 적이 있었다.

"미옥아, 넌 흰색 도화지야.

어떤 색을 입혀도 넌 해내지.

하지만 잘 생각해야해. 어떤 색을 입힐지."

나는 살면서 흰색 도화지라는 말이 가끔 떠올랐다. 잊을만하면 떠올랐다. 나에게는 일종의 브레이크였다. 삶을 쭉 이어나가기 전에 되돌아보고 생각하는 쉼표였다. 2022년 8월부터 예설이가 백혈병 치료 시작할 때도 나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둘째 예설이를 살리는 것. 그 어느때보다는 절실했고 간절했다. 이때까지 배운 모든 것을 예설이 치료할 때 적용했던 것 같다. 자기암시, 글쓰기, 마인드 컨트롤, 명상, 확언 등등. 위기협상팀에 합류하게 된 것도 내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살면서 미리 계획한 것과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의 차이가 있었다. 의식적으로 노력한 것과 편안하게 하는 것의 차이는 뭘까? 일단 내 마음의 조급함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빨리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하는 마음가짐말이다. 나는 조급한 마음이 생기는 목표라면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 목표를 이룬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기에. 그 다음 목표를 향해서 나는 나아갈 것이고, 그 조급함은 사라지지 않고, 내곁에 있을테니까.

삶이 행위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라면 어떻게 존재하면 좋을까. 가만히 있는 게 존재하는 걸까? 존재가 뭘까?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존재란 실존의 객관과 주관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더 어렵다. 현실에 실제로 있음,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외계에 객관적으로 실재함. 이렇게 국어사전에 풀이되어 있다.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현실에 있지 않다는 말 같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현재에 있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무언가를 하지 않고 존재한 때는 언제일까? 생각해보니 하루 중에 존재했던 시간은 별로 없는거 같다. 항상 바쁘다. 출근 전에는 내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의 아침을 차려준다고 바쁘고, 출근해서는 일에 집중한다고 바쁜다. 퇴근해서는 저녁 차린다고 바쁘고, 채과식 장보러 간다고 바쁘다. 아이들 케어하고 저녁시간에 운동하고, 잘 준비한다고 바쁘다. 하루는 단순한데 뭔가 분주하다. 항상 그렇다. 그렇다면 나는 존재하기 위해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명상하는 시간을 조금 늘려보면 어떨까. 점심시간에 글쓰기와 책을 읽는 대신 앉아서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해보면 어떨까. 저녁 시간에도 저녁 차리기 전에 단 5분이라도 잠시 누워서 존재해보면 어떨까? 걸을 때 사물을 느끼면서 멀티 하지 않고, 걸어보면 어떨까. 온 마음으로 나를 느끼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보면 좋겠다. 그래도 설거지할 때와 인터벌 달리기나 자전거 탈 때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보는 시간은 빼고 싶진 않다. 그 시간은 나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다. 좋아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마음껏 보지 않지만 그 시간 만큼은 내 영혼에게 물을 주고 싶으니까.

존재하자. 행위에 너무 몰입하지 말고 오감을 느껴보는 하루를 보내자.

나의 감각을 알아차려보자. 웃자. 편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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