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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Jul 23. 2024

글머니

둘째 딸 예설이를 어린이집에 데리러 주러 가는 길이었다. 온가족이 6월부터 연습했던 에픽하이의 “트로트” 연습은 이제 끝났다. 예설이는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를 연습하자고 했다. 엘레베이터 안에서부터 음악도 없는데 가사를 불렀다. 차에 예설이를 태워서 안전벨트를 매고 어린이집으로 출발했다. 시간은 아침 8시 5분. 평소보다 5분 늦은 시간이었다. 어린이집에 가는 길에 하율이네와 소율이네 집을 지나간다. 오늘따라 예설이가 하율이 엄마는 딸이 셋이라서 힘들겠다고 했다. 나는 딸에게 물었다.


“예설아, 엄마도 딸이 둘이야. 나도 힘들어.”


예설이가 엄마는 셋이 아니라서 괜찮단다. 피식 웃음이 났다. 예설이도 나중에 엄마 나이가 되어서 자녀 키울 때 힘들면,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테니까, 엄마에게 도움 요청하면 꼭 도와주겠다고 했다. 예설이가 상상했는지, 씩 웃고 있는 모습이 백미러로 보였다.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거 딱 질색이니까>를 들으면서 60대 70대 할머니가 된 나를 잠시 생각해봤다. 어제 점심 때 하림 오리마을 식당에 갔는데 할머니 8분이 식사를 하러 오신것을 봤다. 나도 그 할머니들처럼 나이가 들면 어떤 모습일까?...


신나게 음악을 따라 부르면서 머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서 이 단어를 떠올렸다.


“글.머.니”


할머니가 아니라 글머니였다. 엄마는 글 쓰는 할머니가 될꺼야! 라고 말했더니 예설이가 이런다. “그럼 똑똑해지겠네.” 글 쓰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라고 예설이는 생각하는 모아양이었다. 엄마는 지금도 글 쓰니까 지금도 똑똑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예설이와 대화를 통해서 나의 글감을 찾았다.


비전이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다. 항상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바껴왔다. 2025년 나는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생각중이다. 글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가 두 명이 떠올랐다. 한 분은 <피터 드러커 자서전> 책에 소개된 피터 드러커의 할머니다. 드러커 작가님의 할머니를 통해 내가 본받고 싶은 모습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겪는 일에 관심을 갖고, 물어봐주고 챙겨주는 일이다. 두 번째는 아주 큰 쇼핑백을 가지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것처럼 나도 나누는 사람이고 싶다.


지난 토요일 내 사인회에 참석했던 분중에 와이 작가님이 계신다. 사인회장에서 같이 사인도 해드리고 사진도 찍었다. 와이 작가님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와 함께했던 사진을 올려주셨다. 그리고 태그도 보내주셨다. 그리고 9월에 사인회 예정이신 함해식 작가님께 사인을 받으신 책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주셨다. 와이 작가님의 배려깊은 모습을 보고 드러커 작가님의 할머니가 떠올랐다.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챙겨주는 일 말이다. 와이 작가님께 나는 따뜻함을 느꼈다. 나도 따뜻한 글머니가 되고 싶어졌다.


#점심시간 #자투리 #글쓰기 #글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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