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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Sep 08. 2024

송아 안녕

16살 황송이가 떠났다. 2024년 9월7일 04:50.

결혼하고 남편과 송이와 셋이서 살았다. 송이가 혼자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너무 짖었다. 어머니가 시츄 아롱이와 요크셔테리어 영국이를 키우고 계셨는데도 송이를 키워주셨다. 어머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같이 잘자랐다. 몇년 전 아롱이가 떠났고, 2년 전 영국이가 떠났다. 심리적으로 불안해했던 송이 곁이 어머님은 마지막까지 지켜주셨다. 어머님은 송이의 빈자리를 많이 힘들어하셨다.

송이 사진은 한 달 전 사진이다. 최근 사진은 마음이 아파서 도저히 못 올리겠다. 작년 말부터 사료를 먹지 않으려고 했던 송이.

어머님은 안 먹으면 안 된다고 브로콜리와 닭가슴살과 같은 채소와 사료를 믹서기에 곱게 갈아서 아침 저녁으로 먹으셨다. 송이가 입을 안 벌리려고 하면 어머님은 송이 입을 벌려서 숟가락으로 죽같은 사료를 먹이셨다. 물도 주사기로 먹이셨다. 지극 정성으로 송이를 돌보셨다.

몇일 전부터 송이는 아예 아무것도 안먹겠다고 입을 벌리지 않았다. 어머님이 송이를 안고 있었는데 송이는 안은채로 소변을 보고, 대변을 비우더니 고개가 축 떨꾸었다. 어머님은 마음속으로 송이가 좋은 곳에 가라고 비셨다.

어머님댁에 가니 송이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송이가 문 앞에서 달려와 반겨주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어제 하루는 송이 생각에 슬펐다. 예설이가 송이는 영국이도 아롱이도 외할머니도 고모도 하늘나라에서 만났을꺼라는 말을 했다. 순수한 예설이의 말에 모두 다 같이 만난 모습을 상상해봤다.

순간 웃음이 났다.

우리 모두 여기서 그곳으로 언젠가는 가야한다. 언제 가는지 모를 뿐 간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나는 여전히 죽는 게 아직은 무섭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게 가장 두렵다. 먼저 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조금 덜 무섭게 느껴졌으면...

송아, 잘가. 우리집에 와줘서 너무 고마웠어.

잊지 않을게.

보고 싶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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