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위기협상 전문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이 길에 들어섰습니다. 2022년, 둘째 예설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 저는 휴직을 했습니다. 그 시절, ‘누군가의 생명을 돕는다면 그 희망이 예설이에게도 닿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제 안에 있었습니다. 복직 후, 우연히 메신저에서 위기협상 요원 모집 글을보았고, 협상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누군가의 생명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보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합니다. 듣는다는 건, 그 사람의 절망 속에 잠시 함께 머무는 일이니까요.
2023년, 협상 1년 차 때 서울에서 심화교육을 받았습니다.
그 후 몇 달 동안 배운 내용을 복습하며 ‘현장에 가면 어떤 걸 먼저 확인해야 할까?, 어떤 정보가 생명선이 될까?’
스스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때부터 출동 때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보고서에 하나씩 적용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반복이 제 협상가로서의 뼈대를 만들었습니다.
2년 차였던 2024년, 저는 전준혁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는 FBI 협상과정을 수료한 선배로, 10년 넘게 현장을 지켜온 분이었습니다. 선배의 말과 태도,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눈빛에서 저는 큰 존경을 느꼈습니다. ‘언젠가 저 선배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2025년, 협상 3년 차가 된 지금 현실이 되었습니다.
올해 봄, 10년 이상 협상 활동을 해온 선배님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날 이후 전준혁 선배는 자신이 공부한 자료와 노트를 제게 나눠주셨습니다. 저는 진짜 ‘배움’의 문턱에 선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공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노션을 만들었습니다. ‘협상 이론’, ‘소통 기술’, ‘강의 노트’, ‘멘토 프로필’, ‘현장 보고서’ 등으로 구분하여 종이 자료와 파일을 하나로 맞춰가고 있습니다. 작업은 쉽지 않지만, 그 과정이 곧 ‘전문가가 되어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5월에는 김효정 선배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때는 귀로만 들었던 내용을 다시 타이핑하면서 복습했더니 새롭게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정리’란 결국 ‘다시 배우는 과정’임을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협상 공부를 하며 가장 자주 떠올리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67번의 반복’ 입니다. 『Ego Authority Failure』의 저자 데릭은 “67번 반복하면 내 것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카카오톡 프로필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저는 위기협상 전문가입니다.”.매일 휴대폰을 켤 때마다 그 문장을 보며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아직 연차가 짧아도, 나는 이 일을 반복하며 성장 중인 전문가라고요. 전준혁 선배는 제게 ‘그 반복이 신경가소성을 만든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뇌가 바뀌기 위해서는 최소 66번의 루틴화된 습관이 필요하고,그 반복을 통해 새로운 길을 낸다고요. 저는 오늘도 반복합니다. 배우고, 기록하고, 또 되새깁니다.
돌아보면, 제 협상가의 길은 처음엔 ‘누군가를 살리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마음을 들어주고 싶다’는 다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마음이 저를 매일 단단하게 만듭니다.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헤매고, 성장 중입니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저는 위기협상 전문가입니다.”
그 말이 나를 지탱하고, 또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앤드류 후버먼(Andrew Huberman) 의 루틴을 찾아봤습니다.
그는 “도파민 수치가 급격히 떨어질수록 회복력이 강해진다” 는 원리를 바탕으로 아침 루틴을 제시합니다.
1. 일어나서 곧바로 햇빛을 쬔다.
2. 짧은 명상을 한다.
3. 근력 운동 중심의 아침 운동을 한다.
4. 소금물을 마신다.
5. 찬물로 샤워한다.
이 단순한 루틴 속에는 ‘뇌의 회복력’과 ‘몰입의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저 역시 협상가로서 매일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왜 전준혁 선배가 ‘뇌의 작동 원리’를 공부해야 한다 고 강조하셨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감정, 판단, 공감, 선택. 이 모든 것은 결국 ‘뇌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선배 협상가들의 프로필을 유심히 봅니다. 누구는 현장형이고, 누구는 이론가이며, 또 어떤 선배는 그 둘을 모두 아우릅니다. 저는 그 셋 중 하나로 한정되기보다, 현장과 이론을 모두 체화한 협상가가 되고 싶습니다. 우선순위를 세웠습니다.
세 가지 실천 목표
첫째, 지난 3년간의 교육 내용을 복습하고 자료화하기.
자료화를 해야 패턴이 보입니다. 분류가 되어야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그 매뉴얼이 있어야 현장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 복습하고 정리하며, 한 줄이라도 기록하려 합니다.
둘째, 출동 보고서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리뷰하기.
보고서는 ‘현장의 교과서’입니다. 교육으로 배운 원칙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실수가 반복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지금은 공부를 따라가기도 벅차지만, 일단 가능한 한 많은 사례를 모으고 분석하려 합니다.
셋째, 기본 이론을 깊게 파고들기.
FBI 협상 기본서와 황세연 교수님의 『위기협상론』을 하루에 조금씩 읽습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입니다.
매일 조금씩 읽고, 곱씹고, 써보면서 문장 하나하나를 제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와 함께 『Ego, Authority, Failure』를 완독하고, 리뷰하고, 현장에 적용해볼 계획입니다.
이후에는 전준혁 선배가 권해주신 『Psychological Aspects of Crisis Negotiation』 토마스 스트렌츠 교수의 저서(무려 353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를 읽으며
내용을 분류하고, 협상 현장에 대입해볼 생각입니다.
저는 세 가지씩 실천하고, 완료되면 다시 새로운 세 가지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반복과 점검의 루틴을 만들고 있습니다.
배움이란 결국 루틴의 누적이니까요.
지금도 저는 매일 아침 휴대폰 잠금 화면을 켜며 이렇게 되뇝니다. “저는 위기협상 전문가입니다.” 그 한 문장이 저의 오늘을 다시 시작하게 합니다.
혼자 공부했다면 아마 좁은 시야 속에 갇혀 있었을 겁니다.
저보다 10년 이상 앞서 협상 분야를 걸어온 선배님의 조언 덕분에 저는 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가르침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저처럼 이제 막 협상 공부를 시작하는 후배가 있다면
저 역시 그런 선배가 되어, 기꺼이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