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가를 내고 경은 언니와 함께 교육대학교에 다녀왔다.
주제는 〈10대에게 권하는 수학〉이었다.
강사는 강의를 이렇게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사례와 개인적인 경험을 들려주었는데, 나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이렇게 바꿔보았다.
“어떻게 하면 협상을 잘할 수 있을까?”
요즘 내가 협상에 꽂혀 있긴 한가 보다. ^^
부모가 수학 불안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의 수학 공부를 도와주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딱 나였다.
그래서 예빈이를 수학 학원에 보낸 선택이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한 문제를 여러 번 풀어보고, 어떤 생각이 더 좋은지 계속 고민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다른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 같았다.
요즘 내가 반복해서 읽고 있는 기사가 있다.
“Psychologists find police resilient despite tragedy”라는 기사인데, 여러 번 읽을수록 생각이 달라진다.
곱씹을수록 깊이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아마 같은 맥락일 것이다.
강의 중에는 수학 흥미 그래프도 보여주셨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기에 흥미가 크게 꺾이는 모습이 보였다.
‘예빈이는 언제쯤 저 시기를 맞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오면 오늘 강의장에서 들었던 말처럼 꼭 이렇게 말해줘야겠다.
“예빈아, 너 수학 잘하는 것 같아.”
강사는 수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수학을 잘하는 친구가 멋있어 보여서 자연스럽게 수학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다.
협상 강의를 들을 때, 유독 강의하던 강사가 멋져 보였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협상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실패, 회복, 성취의 경험이 정신적 형성 과정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도 깊이 공감했다.
수학 성적이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간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낙담하지 않는 체력을 이미 경험한 것이라고 했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힘든 일, 감당하기 벅찬 일을 겪고 나면 삶은 극에 달하면서도 결국 이어진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다시 올라갔을 때, 예전과는 다른 깊이를 갖게 되는 것 같다.
또 하나 오래 남는 이야기가 있다.
강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수학 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교실에서 일어나 소개되었던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
햇살의 방향까지도 말이다.
그날 이후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게 수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다.
고등학교 때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장려장을 받았을 때, 솔직히 부끄러웠다.
이민을 다녀온 사람이라는 시선이 싫었다.
다음 대회를 준비하면서 깨달은 건, 문제는 영어가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아버지 캠코더로 내 모습을 녹화하며 말투, 억양, 제스처를 하나씩 고쳤다.
그 뒤로 대상을 몇 번 받았다.
그때 처음으로 ‘나도 하면 된다’는 생각이 스쳤다.
어린 시절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강의에서는 둘이서 할 수 있는 ‘강 건너기 게임’도 소개해 주셨다.
주사위 두 개로 하는 게임이라 예빈이, 예설이와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좋은 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그 학원을 끝까지 따라다닐 필요는 없다고 했다.
자신의 속도로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맞지 않는 학원은 결국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으니, 자신과 맞는 강사를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또 하나 와닿았던 말.
모르는 것을 질문하기 위해 학원이나 과외를 활용하라는 이야기였다.
학원은 보통 선생님이 진도를 이끌어간다.
생각해보니 정말 괜찮은 관점이었다.
모르는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스스로 깨닫게 된다고 했다.
부모가 정답을 몰라도, 들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말에 100% 공감했다.
말로 표현할 때 학습 효과가 커진다는 점 역시.
나도 내가 공부하는 내용을 말로 정리하는 습관을 더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틀린 문제는 바로 풀리지 않으면 다음 날로 넘기라고 했다.
다음 날 20분, 그래도 안 되면 또 다음 날.
사흘째에는 답안지를 보거나 질문을 하라고 했다.
낑낑대며 고민했던 시간이 왜 틀렸는지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행동강령으로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 역시 한 가지 자료를 반복해서 읽고 곱씹는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우!
오답 노트에는
틀린 이유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 두 가지만 적어도 충분하다는 말도 좋았다.
강의의 마지막 말은 오래 남는다.
부모의 역할은 답안지가 아니라 안전한 연습자라는 것.
가르치기보다 먼저 듣는 것.
모르는 것을 찾기보다, 아이가 알고 있는 것을 표현하도록 돕는 것.
앞으로 더 자주 이렇게 말해줘야겠다.
“예빈아, 너는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