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이 순간이 좋다
피아나레 정기연주회 2부에 참석했다.
무대 위에서 아이들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나는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며 음악을 듣는다.
빠른 곡을 연주하는 아이,
느린 템포로 차분히 연주하는 아이.
속도에 따라 내 마음도 함께 움직인다.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 무대를 위해 연습했을까.
오늘의 이 경험이
아이들에게 작은 성공이 되어
다음 도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동래문화회관 대극장.
이 공간에 앉아 있는 내가 좋다.
한 시간 가까이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일상에서 벗어나
평소에는 듣지 않던 음률을 만난다.
귀가 반갑다.
스크린에는 아이들의 정보가 흐른다.
부모님의 추천곡으로 연주하는 아이도 있고,
이 무대가 처음이라 긴장한 아이도 있다.
검정 턱시도를 입고
페달을 밟으며 연주하던 한 남자아이의 옆모습이
유난히 진지하게 남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실수해도 괜찮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그 실수가 결국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들 테니까.
마치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 같다.
“미옥아, 실수해도 괜찮아.”
어른이 된 나에게도
이 말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시 배우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
그리고,
예빈이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작년과 달리 집에서 연습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곡은 빠르고 힘이 있다.
무대 경험 덕분일까.
예전보다 덜 긴장한 모습이다.
자신감 있게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이
참 의젓하다.
무대 위의 예빈이,
관객석의 나.
이 순간이 참 좋다.
딸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뭉클하다.
연주가 끝난 뒤,
예빈이는 관객석에 앉아
다른 친구들의 연주를 조용히 바라본다.
어떤 마음일까.
잘하는 것이 있다는 건 복이다.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하나의 능력이다.
고학년이 되어도
취미로 계속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예빈이.
전공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저 건강하게, 밝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라길 바란다.
연주가 끝나고
아버지는 외식을 하자고 말했지만
예빈이는
“쇼미더머니 재방 봐야 돼.” 하며
집으로 가자고 한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
정말 멋진 연주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