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위를 걸으며 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를 봤다. 속도는 조금 빠르게, 경사는 3.5.
이제는 이 시간이 익숙해졌다.
운동이 끝나갈 무렵, 첫 재판 장면이 나왔다.
신이랑 변호사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표정을 증거로 제출하겠습니다.”
순간 멈칫했다.
법적으로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표정’을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말이 낯설고도 신선했다.
그 장면이 마음에 남아서 이 드라마의 작가를 찾아봤다.
그리고 한 문장을 만났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구원은 시작될 수 있다.”
그 문장이 오늘 나를 붙잡았다.
나는 지구대에서 행정 업무를 하기도 하지만,
협상가로 현장에 나갈 때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
벼랑 끝에 선 사람,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
그들에게 내가 하는 일은
결국 끝까지 듣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 ‘듣는 일’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누군가의 표정이 증거가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말과 침묵, 숨소리까지도
모두 하나의 진실일 수 있지 않을까.
협상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 세상은 다시 살아볼 수 있는 곳이 된다.
오늘 아침,
드라마 한 장면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었다.
그래서 고마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