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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Sep 23. 2023

그냥

예설이 발레 가는 토요일입니다. 설이 콧물과 기침이 아직 있어 고민하다가 발레 쉬었습니다. 다음 주가 추석이라 2주 연속 쉬어야 하지만 예설이 컨디션을 위해 잘 쉬었다고 생각해요. 감기약 외에 다른 항암약은 쉬고 있어 감기약만 먹고 달콤한 오후 낮잠 같이 잤습니다. 설이 엄마는 예설이 재우고 예설이를 바라보면서 백혈병 관련 쓰고 있는 책 한 꼭지를 쓰기 위해 종이 위에서 끄적이고 같이 코 잤습니다. 일어나서도 설이 옆에서 또 종이 한 장 꺼내서 끄적이면서 일어났고요. ^^

저녁준비를 위해 남편과 예설이랑 손잡고 집 근처 장터에 다녀왔습니다. 단호박도 사고, 브로콜리도 사고, 양배추도 사고, 토마토도 사고, 케일도 샀어요. 남편이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한 바퀴 돌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 족욕하고 계신 윤슬길로 걸어서요. 예설이에게 얘기를 했는데 이러더라고요. 예설이가 엄마랑 있으면 엄마가 대장이고, 예설이가 아빠랑 있으면 아빠가 대장이고, 예설이가 할머니랑 있으면 할머니가 대장이래요. 그런데 예설이가 예빈이랑 있으면 예빈이 예설이 둘 다 대장이라고 해요. 왜 언니가 대장이 아니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해요.


"그. 냥."


아이가 순간적으로 한 말인데 저를 생각하게 하더라고요.

내가 살면서 그냥 한 일들이 뭐가 있지? 하면서요.


저 일 꼭 해야 해!!! 하면서 애를 쓴 일 말고, 그냥 마음이 가서 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어요. 독서와 글쓰기가 떠올랐어요. 처음에 책 읽을 때 정말 좋아서 읽었는데 읽으면서 욕심이 생겼어요. 365일 365권 읽기 프로젝트도 했어요. 책 읽는 재미도 있었지만 책을 빨리 읽어 버리는 욕심을 냈어요. 글쓰기도 좋아서 쓴 글이었는데 쓸수록 베스트셀러 작가를 생각하더라고요. 글쓰기와 독서 둘 다 지금은 저에게 그냥 하는 일이 되었어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도 하루에 3시간씩 독서시간을 채우는 것이 저에게는 목표가 더 이상 아니에요. 그냥 좋아서 매일 허락한 시간에 쓰고 읽어요. 마음이 편해요. 내일 죽는다고 해도 오늘 그렇게 살 거니까요.


예설이가 알려준 "그냥"이라는 단어 속에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 그냥 가져봅니다. 그냥 한번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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