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범 공무원일까
매년 경찰관 중에서 모범 공무원이 탄생한다. 올해는 부산에서 19명의 모범공무원이 나왔다. 그중에 나도 있다. 모범공무원증을 받았다. 나를 돌아본다.
나는 지구대에서 관리반이다. 관리팀장님과 함께 지구대에서 일한다. 우리 관리팀장님은 사하서에서 경감 승진하고 오셨다. 관리반을 오래 하셔서 지구대 업무를 잘 아신다. 관리팀장님이 계신 날은 왠지 든든한 생각이 든다. 팀장님이 휴가 가실 때는 급한 일이 생기면 전화해서 여쭤본다. 그만큼 나에게 팀장님은 의지가 많이 되는 분이시다. 관리팀장님께서도 오래 전 모범 공무원이 되셨다. 나에게 작년부터 모범 공무원에 도전해보라는 말을 해주셨다. 작년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정신적인 물리적인 시간이 없었다. 예설이가 백혈병 집중 치료 중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4월경 경무계에서 메신져가 왔다. 모범 공무원에 도전할 사람은 미리 알려달라는 연락이었다. 관리팀장님은 계속해서 도전해보라며 넛지를 하셨다. 해볼까?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공문이 내려오려면 시간이 좀 남아서 준비할 여유가 있을 거라는 팀장님의 말 때문이었다. 경무계 담당자에게 해보겠다는 연락을 하고 퇴근했다. 다음날 출근하니, 서류를 3일 안에 제출해야 한다고 하셨다. 도전하겠다고 말을 했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3일 안에 서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작년에 모범 공무원에 도전한 효정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팁 하나를 얻었다. 공문 목록을 먼저 프린트해서 어떤 공적을 선택할 것인지 먼저 정하라고 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내가 기안한 공문 목록을 검색해서 모두 프린트했다. 생각보다 많았다. 이 목록으로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일단, 형광펜으로 프린트할 공문을 칠했다. 크게 부서로 나누었다. 여청계, 관광대, 지구대. 이 세 개의 부서에서 근무했던 공적으로 제출하기로 정했다. 나는 주말에 사무실로 출근해서 형광펜으로 칠한 공문 제목을 보면서 프린트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생겼다. 공문 프린트하는 시간이 내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많이 걸렸다. 남편이 출근해야 해서 프린트를 다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혹시 시간이 나면 공문 목차를 프린트해줄 수 있는지 남편에게 부탁했다. 남편은 자신의 휴게 시간을 반납하고, 제출할 공문을 프린트해서 다음날 나에게 주었다. 감동이었다.
남편에게서 받은 서류를 집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시간 순서에 맞게, 부서에 맞게 다시 분류했다. 생각보다 이 시간도 오래 걸렸다. 아이들 아침 챙겨주고, 서류 분류하고, 점심 챙겨주고, 서류 분류하다 보니, 저녁 차릴 시간이 다가왔다. 서류 분류가 끝나고, 남편에게 아이들 식사를 부탁하고, 지구대로 향했다. 공적 조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10장 가까운 조서를 치는 것도 3시간 이상 걸렸다. 일단 초안을 완성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 재우고, 다시 여러 번 읽어보면서 고쳤다. 다음날 일찍 출근해서 공적 조서를 수정했다. 내가 수정하는 사이, 신 부팀장님께서 제출할 서류를 책으로 만들어주셨다. 그렇게 제출할 서류와 공적 조서를 10시까지 아슬아슬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예전에 근무했던 부서에서 주요 업무를 바인더에 정리해두었는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면 성폭력팀이 신설될 때 발령과 신설부서 물품 요청, 교육 들 일괄 정리해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여청계, 관광경찰대, 지구대별로 나는 업무 바인더가 있었다. 2024년 지구대 관리반 바인더도 다시 정리중이다.
모든 것은 운도 따라야 한다는 말이 기억난다. 나는 운이 좋게 19명 안에 들었다. 부산청 게시판에 뜬 명단을 보고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김재주 계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스물 아홉 살 신임순경일 때 휴일 없이 같이 일했던 계장님이 생각났다. 계장님 덕분에 일을 참 많이 배웠을 때였다. 나는 어리버리 황순경이었는데 김재주 계장님은 꼼꼼하셨다. 서무 일을 가장 많이 알아갔던 시간, 나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니, 지금의 황경위까지 되기 까지 많은 동료와 상사분을 만났다. 개성이 모두 달랐고, 강점도 달랐다. 공통점은 한 가지는 꼭 배웠다는 사실이다.
모범 공무원이 되어 이 상을 받은 이유는 앞으로 다른 동료들의 어려움을 돕고, 내가 만나게 되는 시민의 어려움을 도우라는 뜻으로 받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제껏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일했듯이 나도 사람을 돕는 한 명의 경찰관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모범 공무원이 된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사람을 돕는 미옥이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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