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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우 Mar 06. 2024

Blinded Freedom

눈이 아닌 내면의 자아로 세계를 감지하고 신비로운 서사 이야기

갤러리 스페이스 수퍼노말은 오는 3월 12일까지  이효연의 개인전 <Blinded Freedom>을 열었어요.


이효연(b. 1973) 작가는 스웨덴 왕립 미술학교에서 학업을 마쳤고, 작품들이 북유럽 회화의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유럽 회화의 특징을 설명하자면, 기후 특성상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 그림이 많고 분위기와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습작4, Oil on linen, 162x130.3cm, 2013, 출처 스페이스 수퍼노말

<습작 4>에서는 흰 수건을 눈을 가린 무용수가 춤을 춥니다. 왜 눈을 가린 걸까?라는 의문점으로 작품과의 대화가 시작이 됩니다.


작가는 '인간이 눈을 가리면 어떤 심정일까'라는 가정 하에 무용수의 눈을 가렸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그림에 옮기면서 작가는 "시작에 제한이 있을 때 인간에게 고통은 어떻게 다가올까?"라는 의구심에서 시작했지만 눈을 감아야 비로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작품을 보면 많은 색이 들어가지 않았고, 입고 있는 옷도 무채색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림의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우울하게 나타냄으로써 무용수의 창작의 고통을 훨씬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풍경의 내면화(Internalization) 작업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경, 162cm X 130.3cm, Oil on linen, 2010. 출처, 스페이스 수퍼노말.


직접적으로 눈을 가리지 않고 욕망에 눈이 먼 상태를 의미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세속적인 삶과 경험은 우리의 눈을 현혹합니다. 눈은 욕망의 또 다른 이름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눈으로 본다는 것은 욕망의 관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동경> 작품은 거리에서 본 풍경을 작가 특유의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눈먼 욕망의 대상을 바라보는 이에 대한 시선도 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쇼윈도는 자본주의 상품시장이 갖는 화려하고 과장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회색의 거리에서 조명 아래 놓인 드레스를 크게 부각하고 더 두드러져 보이는 화려한 색감이 사람의 욕망을 더 강하게 연출합니다. 작품을 보면 여자아이가 드레스를 보고 있습니다. 나이대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욕망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음을 나타냅니다.


이효연 개인전을 본 후, 2007년에 개봉했던 네덜란드 영화 타마르 반 덴 도프 감독의 영화가 떠올랐어요. 물론 영화 내용은 욕망에 관한 내용이 아닌 앞의 못 보는 남자주인공과 온몸에 상처투성인 여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이지만, 영화 속 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네 손길로 느끼는 세상이 눈으로 보는 세상보다 더 아름다워.'


'제일 순수한 사랑이지, 진정한 사랑은 눈으로 보이지 않아'


미술, 영화, 음악은 한 페이지라는 걸 새삼스레 느끼게 되는 전시였어요.


첼로, 72.7cm X 60.6cm, Oil on linen, 2024. 출처, 스페이스 수퍼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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