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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손을 건네는 방법 Take my hand!

하나이 유스케 Give a Hand, Take a Hand

by 민경우

전시회에 작품 감상하러 가서 전시서문, 작품의 캡션이 없는 전시를 감상해 본 적 있으신가요? 개개인의 감상을 날 것 그대로 존중하고자 어떠한 설명도 없는 전시회가 열렸는데요. 작품을 감상할 때 창작자의 의도보다 있는 그대로 감상하는 것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재밌게 감상해서 이렇게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현재 신세계 갤러리 청담에서 하나이 유스케 개인전이 오는 3월 15일까지 개최됩니다. 작가님은 일본에서 활동 중이시고 회화작품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작품들을 많이 남기십니다. 뿐만 아니라 나이키, 반스, 그리고 디자이너 치토세 아베가 운영하는 사카이 등등 다양한 유명한 브랜드와도 함께 협업하시는 현대미술가이시죠.



특히 이번 작가님의 개인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국내에서 최초로 열리는 전시입니다. 전시 타이틀은 <Give a Hand, Take a Hand>이고, 2024년도에 완성된 회화작품들과 설치미술, 조형을 포함해서 총 50여 점의 <무제> 작품들이 출품되었습니다. 전시 제목에서 느껴지는 점은 서로 손을 맞잡고 세상을 함께 헤쳐 나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작가님은 서핑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하셨어요. 독특한 색감과 캐릭터 디자인으로 현대사회에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키십니다.




사실 미술인이 아닌 일반 관람객들이 어떠한 정보도 없이 작품들을 감상하기에는 다소 '불친절한 전시'라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관람하면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직접적이기 때문에 크게 무리 없이 전시를 잘 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작품 속 인물들이 인상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제 눈에 가장 먼저 띈 작품은 'Tommorow Will Be Brighter'라고 적힌 회화작품인데요. 얼핏 보면 5 가지색 이하로 쓴 포스터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작품 속 문구와 반짝이는 별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였으나, 그 안에 인물은 마치 이 문구를 의심하듯이 인상을 쓰고 있죠. 이러한 인물표현에서 작가님의 설캐스틱한 유머러스함이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은 사실 불안정하고 확실한 거는 없습니다. 작품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의심은 있지만, 반짝이는 별에서 희망이 있기를 바라는 듯했어요.


이 작품을 보면서 특별한 기법은 보이지 않았지만, 색도 적고 문구도 눈에 확 들어와서 '이번 전시 포스터로 쓰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미래에는 더 나아졌으면 좋겠네요.



다음으로 가족처럼 보이는 세 사람이 나오는 작품입니다. 색감은 좋지만, 앞 작품과 마찬가지로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다만, 응시하는 모습이 그림 보러 온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보인 거 같았어요. 마치 지금까지 고립되어 살다가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서 경계하고 있죠. 하지만 사람 위에 있는 말풍선들은 귀여웠습니다.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매일 같은 사람들만 봐서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하고픈게 아닐까 싶었어요.


가끔씩 사회는 점점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들을 이방인이 아닌 적으로 돌리게끔 만든다는 느낌이 있어요. 사실 만난 적 없는 사람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아예 모르는 사람인데 세상이 삭막한 만큼 다가오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먼저 의심부터 하게 만들죠. 그래서 작가님은 이러한 현대사회를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실 가운데에 보면 조형작품이 있습니다. 세 명의 사람들이 협력해서 'Hope'이라고 적힌 초록색 풍선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죠. 그냥 막연히 봤을 때는 현대사회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잡을 수 없는 게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들의 표정을 보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요. 처음부터 그릇된 마음으로 초록색 풍선을 잡으려고 하다 보니 잡히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님 처음에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하였으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국 풍선이 잡히지 않아서 지친 마음에 표정이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 생각은 전자에 더 가까운데요. 희망이라는 건 사전에 찾아보면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긍정적인 태도에서 오는 결과죠. 하지만 브론즈로 만든 이 동상을 보면서 그들은 '희망'이 아닌 '욕망'을 잡으려고 하기에 못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동상 뒤에 있는 회화작품에서 추론할 수 있었는데요. 동상에 있는 모습 그대로 그림을 그렸고 배경이 검은색입니다. 이 배경 색깔이 그들의 검은 속내를 보여주는 듯했어요. 욕망이라는 게 사실 '거짓 희망'이라고도 하는데, 어쩌면 초록색 풍선은 '거짓 희망'을 묘사했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우리의 욕망은 채워도 채울 수 없는 것이기에 동상에 있는 세 사람들도 못 잡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제는 하나이 유스케 작가님의 드로잉 작품을 소개하겠습니다. 드로잉 작품은 2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그중에서 눈에 띄었던 드로잉은 도토리 들고 있는 다람쥐 작품이었어요. 다람쥐는 숨은 숲의 조경사라고도 불려집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기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을 숨긴 걸 모른 체 잊어버린다고 그래요. 그래서 그 잃어버린 도토리들은 나중에 나무가 되어 자라나게 되죠. 그 도토리들 덕분에 숲이 풍요로워집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다람쥐는 의도하지 않게 무의식적으로 나무를 심는 친환경 활동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배경지식으로 드로잉 작품이 나오게 된 작품인 거 같아요.


작품 속 다람쥐의 표정을 보면 자연을 지키기 위해 결의에 찬 표정을 보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책임감을 가지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인상 쓰고 표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만 보다 귀여운 다람쥐가 나타나서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었어요.






긴 복도를 지나가면 설치미술도 있습니다. 해변가에 있을 법한 집이 있어요. 작가님이 서핑을 좋아하다 보니 그러한 콘셉트로 만들어진 작품 같았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현대사회에서 인간사이의 공감과 연대에 대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바다를 좋아하니 환경에 대한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따스한 느낌과 인류애가 보이는 작품들도 있어요. 솔직히 작가님의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은 아닙니다. 하지만 동물이 나오는 그림에서는 꼭 안고 있거나 조금 어색하지만 어깨동무를 하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구상에서 함께 공존하고는 있으나 동물학대나 무분별한 사냥 등등 인간이 해서는 안될 행동에 대한 깊은 반성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모습과 연대에서 더 나아가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을 보호하려는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작품들은 색이 적고 어떻게 보면 정말 단순할 수 있는데 그 안에 내포되어 있은 의미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두 손이 나온 작품을 소개할게요. 이번 전시 타이틀 때문인지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작품 같았습니다. 마치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밑으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을 구해주기 위해 손을 뻗은 것처럼도 보입니다.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저의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내가 나락으로 가고 있을 때 나에게 손을 건네준 사람이 누구였을까?' 아니면 만약에 '나중에 내가 밑바닥으로 떨어지면 누가 나를 구해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작품과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내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손을 뻗을 수 있는 그런 남자가 되고 싶네요.



이제 마지막 작품을 소개하겠습니다. '가스라이팅'이 연상되는 작품인데요. 언제부터인가 현대에 매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던 사회문제입니다. 하다못해 요즘에는 각종매체에서 유머러스하게 희화하해서 사용되기도 하죠. 가스라이팅이 정말 무서운 점은 회사, 연인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상대방 심리를 조작해 버리니깐 벗어나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인데요. 작품을 보면 양 옆 있는 사람들이 가운데 있는 사람을 가스라이팅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말풍선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가운데 사람의 말 풍선은 실이 엉켜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게 마치 가스라이팅을 통해 혼란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재 본인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인 것 같아요. 작가님의 작품들은 거의 다 현대사회의 연대와 인간사이의 연결을 표현하는 게 많지만, 살면서 필요 없는 관계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이번 전시를 위해 갤러리 벽에다가 아주 큰 드로잉 작품을 직접 그리셨고, 거북목이 인상적인 나무로 만든 직장인 조각상도 있습니다. 하나이 유스케의 국내 첫 개인전인 만큼 다양하고 볼거리가 많았던 전시회였습니다.







오프닝 첫날 방문하신 작가님이 밝히셨던 이번 전시 주제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찬가"입니다. 옆 사람과 손을 잡는 순간 이 세상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음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하셨는데요. 손을 내밀고 잡는 행위는 단순한 물리적 접촉을 넘어, 인간 사이의 공감과 연대의 본질은 드러냅니다. 주로 이러한 주제로 작가님의 작업 전반에 걸쳐 반복됐으며, 이번 전시에서 특히 강렬하게 드러납니다.


앞서 말했듯이 개인전에 출품된 모든 작품의 제목은 <무제>입니다. 드로잉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아크릴로 그렸죠. 가벼운 마음으로 갤러리를 방문했지만, 생각보다 작품 수도 많았고, 체험형의 설치미술과 커다란 브론즈 동상 그리고 벽화까지 하나이 유스케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했던 다소 불친절한 전시였지만, 개인의 감상을 존중하는 작가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덕분에 전시 리뷰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크게 어려움 없이 매우 편하고 자유롭게 적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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