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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 미술관 - 달빛녹취록(영원한 달빛)

대낮에 본 달빛

by 민경우

캔버스 위에 목탄으로 달빛을 표현한 작품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밤의 낭만'이라고 불리는 달빛에 매료되어 밤의 풍경을 그리는 화가가 있습니다. 바로 이재삼 작가님 이신데요. 이번에 사비나 미술관에서 <달빛녹취록 2020-2024>이라는 타이틀로 작가님의 개인전이 오는 4월 20일까지 열립니다. 작가님의 지난 4년간 작업했던 작품들을 최초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캔버스 위에 목탄으로 달빛을 그렸다는 점인데요. 사실 목탄이라는 소재는 가루날림이 심하고 나무를 태워서 만들었기 때문에 거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빛과 목탄은 매칭이 쉽지가 않죠.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목탄이 연필보다도 더 부드러운 표현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달빛은 예로부터 햇빛과 많이 비교되어 왔습니다. 햇빛은 스스로 빛을 낼 줄 알지만, 달빛은 스스로 빛을 낸다기보다 빛을 반사합니다. 햇빛은 쨍한데 비해 달빛은 은은하고 고요히 세상을 내리비추고 있죠. 가끔은 달빛이 신비롭게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달빛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될 때가 있습니다. 달빛은 행운과 풍요를 상징하면서도 개인의 내면의 변화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님은 작품을 통해 어떠한 내면의 변화를 표현하고 싶었는지 염두하면서 작품들을 감상해 보았습니다.


이재삼 개인전 <달의 녹취록 2020-2024> 포스터. 출처. 사비나 미술관


이번 전시는 4개의 층에서 진행 중이고 작가님은 각 층에서 달빛이 머무는 물, 달빛이 비치는 내면 그리고 목탄의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작품은 총 30여 점이 전시되어 있어요. 목탄, 검은색 그리고 달빛이라는 소재로 자연과 인간, 빛과 어둠 그리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먼저, 2층 전시실의 주제는 '수중월'입니다. 수중월은 물속에 비친 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하늘의 달이 실체이고 물속의 달은 그림자이지만, 이 그림자가 우리에게는 깊은 상상력을 제공하죠. 그래서 하늘의 달이 물속에 비칠 때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여기 2층전시실에서는 이러한 수중월을 표현하고자 전반적으로 자연적인 요소와 빛이라는 소재를 잘 활용하여 작품들을 신비롭게 만들어 줬습니다.


사비나 미술관. 이재삼 개인전 <달빛녹취록 2020-2024> 2층 섹션 전경, 출처 사비나 미술관.


2층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아주 큰 대작이 있습니다. 가로로 약 20m이고 세로로 5m가 조금 넘는 작품인데요. 바로 <달빛녹취록 Vol.5>입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답게 어두운 밤에서 자연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이었어요. 작가님은 김제 성덕마을에 있는 왕버들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연출했습니다. 작품을 실제로 보면 나무묘사를 너무 잘해서 사실주의 작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물속에 왕버들나무를 그린 예술적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풍경은 어디까지나 작가님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죠. 높이가 5층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장 높은 위치에 보름달이 그려 이번 개인전에 출품된 모든 작품을 비추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요.


이 작품을 보면서 '여기 사비나 미술관의 삼각형태의 구조와 매우 잘 맞는 작품이다.'라고 느꼈습니다. 사실 이 미술관은 다른 화이트큐브 형태의 갤러리나 미술관과는 구조적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건물자체가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죠. <달빛녹취록 Vol.5>는 수평으로 작품이 합쳐졌다기보다는 삼각구조의 꼭짓점 부분에 모서리가 꺾여서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요. 그 꺾이는 가운데 부분에 서 있으면 마치 어둠 속에서 달빛과 물안개가 저를 감싸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비나 미술관과 이재삼 작가님의 작품이 궁합이 되게 잘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어요. 아마 일반적인 갤러리에서 이러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면 이렇게 감싸주는 느낌을 받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과 미술관이 이렇게 궁합이 잘 맞아떨어지는 개인전은 사실 흔하지 않은데 직접 다녀오니 '이번에 내가 운이 참 좋았구나.' 하고 매우 만족했습니다.


<달빛녹취록 Vol.5>,545cm x 2270cm, Charcoal on Canvas, 2022-2024 출처. 사비나 미술관.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대작은 바로 <달빛녹취록 Vol.4>입니다. 가로길이가 무려 18m나 되는 이 작품은 미술관의 한쪽 벽을 아예 다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설명했던 작품은 작가님이 김제를 다녀와서 그린 작품이라면, 이번에는 경북 청송군에 위치한 '주산지'라는 호수를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입니다. 사실 몇 년 전에 실제로 주산지를 다녀와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제가 본 주산지는 청명한 가을 대낮 햇빛 아래의 호수를 보았다면, 작품에서는 밤의 주산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밤에 주산지를 본 적은 없지만,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어요. 작가님은 이 작품을 통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주산지와 물속에서도 굳건히 살아가는 왕버들나무를 통해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의 의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작품에서 물을 표현한 부분은 목탄이나 혹은 그 어떠한 재료를 쓰지 않았어요. 저는 이러한 상태를 '색깔이 없는 것도 색깔'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비워진 상태로 캔버스의 천 상태를 유지한 부분이 목탄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서 신기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커리어나 경험을 채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이렇게 비워내는 것도 있어야 또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으니 인생에서 '비우는 과정도 필요하겠구나'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새삼 느꼈습니다.


<달빛녹취록 Vol.4>,194cm x 1813cm, Charcoal on Canvas, 2022. 출처. 사비나 미술관.



경북 청송군에 위치한 주산지


2층전시실에는 이렇게 큰 대작 외에도 회학작품이 있는데요. 바로 <달빛>이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개인전에 포스터에 실린 작품이기도 한데요. 폭포수가 밑에 있는 바위로 떨어지는 모습을 달빛에 비춰서 표현한 작품입니다. 사실 여기 '수중월'을 주제로 한 2층전시실에는 폭포를 그린 작품들이 많지만, 제가 이 작품을 소개하는 이유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폭포의 역동성이 느껴져서 한번 다루고 싶었습니다. 2층에 있는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잔잔하고 고요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제가 느끼기에는 폭포가 바위 위로 낙차 하는 모습이 다른 폭포 회화작품보다 강하게 보였어요. 폭포수는 계속 움직이고 있지만, 달빛은 그 어떠한 변화에도 묵묵히 비추고 있습니다.


정말 묘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마치 시간이 폭포처럼 지속적으로 움직여도 묵묵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는 빛을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직은 내 글이 빛을 못 보고 있지만,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이 읽겠지...라는 바람을 가져보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신승리'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달빛>,182cm x 227cm, Charcoal on Canvas, 2024 출처. 사비나 미술관.




3층전시실의 주제는 심중월입니다. 심중월은 마음속의 달을 의미하죠. 작가님은 자연 속에서 생명과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을 표현하기를 원하셨는지 달빛 속의 꽃을 그린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3층의 테마는 '나무'입니다. 특히 꽃을 동반한 나무들로 구성을 했는데 옛 선조들이 좋아했던 대나무, 소나무, 매화 그리고 백일홍나무들을 소재로 작품들을 만들었죠. 보통 꽃이 그려진 작품들을 보면 엄청난 색채를 표현하거나 화려해서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지만, 작가님의 작품은 색채보다는 나무가 어떻게 달빛을 품었는지 이러한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비나 미술관. 이재삼 개인전 <달빛녹취록 2020-2024> 3층 섹션 전경, 출처 사비나 미술관.


3층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픈 작품은 2017년에 만든 <달빛>입니다. 멀리서 보면 12첩 병풍을 떼어놓아 전시를 한 작품 같은데요. 가까이에서 보면 매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화를 참 좋아해서 제 눈길을 이끌었습니다. 매화는 조선시대 때 매난국죽 사군자 중 하나로서 선비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매화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 전에 그 어떠한 꽃보다 제일 먼저 핍니다. 추운 겨울을 뚫고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것을 보면 강인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꽃말이 '고결한 마음', '결백' 그리고 '기품'입니다.


작품 속 매화는 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서 하얗게 빛이 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2층전시실 물을 표현하는 것과는 달리 하얀 매화를 아크릴로 색칠해서 더 환하게 보였어요. 그래서 달빛이 하얀 매화빛으로 변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의 말씀에 따르면, 풍경화를 그리는 것이 아닌 풍광화를 그린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3층전시실부터는 달빛을 더 표현하려고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매화가 봄에 가장 먼저 피듯이 먼저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달빛>,160cm x 720cm, Charcoal and Acrylic on Canvas, 2024 출처. 사비나 미술관.



다음으로 동백나무가 그려진 <달빛녹취록 Vol.2>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제일 처음에 소개했던 <달빛녹취록 Vol.5>과 비슷한 양상을 하고 있는데요. 이 작품 또한 대작이고 전시장 안쪽에 꺾어지게 배치해서 마치 야심한 밤에 동백 숲 속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을 두고 작가님께서는 광양에 있는 옥룡사지 터에 있는 동백나무 숲을 모티브로 그린 작품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섬세한 목탄의 질감을 통해 달빛이 숲을 비추는 순간, 작가님은 고요한 밤 풍경 속에 숨겨진 자연의 에너지를 표현하셨습니다.


멀리서 보면 밤하늘에 수놓은 하얀 별들처럼, 또는 우주 속에 있는 은하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까이 가면 아크릴로 칠해진 동백꽃도 보여 정말 다양한 매력이 있는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보다 조금 더 감성적으로 감상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테면, '달빛 속에서 동백나무가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발소리도 조심히 내면서 매우 조용히 감상했었죠. 이 작품은 작가님의 의도대로 동백나무 숲과 달빛이 교감하는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자연 속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우리가 속한 세계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인 흐름 속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달빛녹취록 Vol.2>, 227cm x 1820cm, Charcoal and Acrylic on Canvas, 2021-2022. 출처. 사비나 미술관.



매화와 동백나무 외에도 백일홍나무가 그려진 작품도 있습니다. 이 작품이 눈길이 끌렸던 이유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꽃잎이 없이 나뭇가지들만 있는 모습이에요. 작품을 보면 백일홍나무의 가지가 얽혀 있는 것이 보이죠. 작가님은 생명성을 나타내기 위해 마치 인체의 혈관이나 신경계의 뉴런을 연상하도록 표현했다고 전합니다.


이러한 작품의 내용을 듣기 전까지는 나무를 보고 인체의 혈관, 신경계를 표현했는지는 전혀 눈치를 못 챘어요. 그래서 이런 느낌으로 작품을 연출한 작가님의 기발한 발상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전시회를 가서 작품을 보면 작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일치할 때 더 나아가 작가의 철학과 나의 가치관이 잘 맞아떨어질 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이해하기가 쉽고 작품에 대해 공감이 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게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물건이나 소재들을 보고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이 작품처럼 백일홍나무를 보고 혈관이나 신경계를 그린 것이죠. 비록 공감이 가지 않을지라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스토리텔링으로 작품을 오랫동안 감상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예술의 힘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매우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달빛>,227cm x 545cm, Charcoal on Canvas, 2024 출처. 사비나 미술관.




4층 전시실은 2,3층에 있는 전시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요. 4층의 포인트는 '초기작'입니다. 작가님이 목탄 하나로 첫 발을 내디딜 때 시작했던 인물 포트레이드 시리즈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4층에는 작가님의 첫 마음이 있습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제작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검묵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목탄의 재료적 특성과 목탄화에 대한 작가의 예술적 탐구와 발전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사비나 미술관. 이재삼 개인전 <달빛녹취록 2020-2024> 4층 섹션 전경, 출처 사비나 미술관.


작가님의 초기작 중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달빛녹취록 Vol.1>입니다. 달빛에 비친 대나무 숲이 18m 정도 되는 전경입니다. 작품 제목에 이미 'Vol.1'이 적혀 있어 이미 눈치챈 독자분도 있을 텐데요. 2층, 3층에 있었던 목탄의 숲 시리즈, 달빛 시리즈의 첫 테마가 대나무입니다. 작가님은 목탄이라는 재료가 어느 정도 손에 익을 때 즈음에 숲을 그리게 되었죠. 숲에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 작가님은 그것을 끄집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곧게 뻗은 대나무 숲과 은은한 달빛의 대비를 통해 자연의 이중성인 강인함과 부드러움, 성장과 쇠퇴, 생성과 소멸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죠. 작가님은 목탄 터치의 강약 조절을 통해 대나무의 매끈한 질감과 달빛의 은은한 빛을 섬세하게 표현하였으며, 자연의 대조적인 속성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극대화했습니다. 이 작품은 다른 숲 시리즈와의 달리 숨어있는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대나무숲에 왜 고양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나무를 캣트리라 생각하고 마냥 재밌게 놀다가 갑자기 관람객이 나타나 부끄러워서 숨어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달빛이 대나무숲을 품고 있다면 대나무숲은 고양이를 품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달빛녹취록 Vol.1>, 194cm x 1554cm, Charcoal on Canvas, 2020-2021 출처. 사비나 미술관.



이 외에도 4층에는 작가님의 초기작들이 있습니다. 극사실주의적 기법이 돋보이는 인물화 <저 너머> 시리즈와 2022년에 그렸던 토끼가 의인화되어 멋진 모습을 하고 있는 작품도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십이지신을 굉장한 의미를 두죠. 누구나 띠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작가님은 예전에 기획전에 참여하는 계기로 그렸다고 전합니다. 이재삼 작가님의 버전으로 십이지신을 그린 작품 중 이번 전시에는 하나만 선보였습니다.


<월광천강지묘>, 227cm x 182cm, Charcoal on Canvas, 2022. 출처. 사비나 미술관.


이재삼 작가님의 <저 너머> 시리즈




이렇게 총 3개의 전시실에서 이재삼 작가님의 작품을 감상했는데요. 작품을 처음 딱 보았을 때 받았던 느낌은 어두웠고, 어둠 속에서 달빛은 저를 굉장히 고요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런 차분한 바이브 덕분에 그 어떤 전시보다 감성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죠. 작가님의 작품 속 달빛은 다른 빛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빛을 얘기할 때 우리는 '비추다' 혹은 '빛나다'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달빛은 '품는다'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작품들이 하나같이 달빛을 머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낮에 왕성한 활동을 하고 밤에 고요히 쉴 때, 달빛은 그다음 날을 위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어 편안하게 쉬게 도와줍니다. 그래서 가끔 밤하늘에 있는 보름달을 볼 때 뭉클하기도 합니다.


밤이 완전하게 어둡지 않다는 것은 지구를 맴도는 달이 태양으로 빛을 받아 반짝이기 때문이죠. 이 어두운 세상을 어떻게든 밝혀보려고 하는 달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전시였고 삶의 고뇌, 숭고함 그리고 희망이 느껴졌던 시간이라서 너무나도 의미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Lee Jaesam , Courtesy of Savina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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