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3월 15일차]

동서

by 공감녀

★ 15일차 글감 (3.19 / 목)


[글감]


“형제자매(혹은 시가·처가 가족)에게 새롭게 발견한 장점은 무엇인가?”


[칭찬 실습]


“○○야(님)!! 당신의 그 배려심, 생각보다 훨씬 깊더라. 고마워.”




동서가 설 명절에 제사상에 올리라고 육포를 사 왔습니다. 차례 지내고 다 같이 나누어 먹었는데 비닐 포장을 벗기지 않은 육포 한쪽이 보였습니다. 속으로 ‘동서가 챙겨 가려고 빼놓았구나’ 생각했습니다. 먹다 남은 과자도 알뜰하게 챙겨 가는 사람이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못 본 척하고 있는데


“형님, 이건 민성이 주세요”


아르바이트하느라 집에 못 온 조카에게 주라는 거였습니다.


“그래? 고마워.”


고맙기도 했지만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건 생활의 여유,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는 뜻일 겁니다. 아이들을 봐주신 엄니 덕분에 맞벌이를 한 우리와 달리 동서는 혼자 육아를 했습니다. 엄니집에 얹혀사느라 집 걱정 없었던 장남과 달리 둘째 아들은 혼자 힘으로 결혼하고 집 마련하고 아이들도 키워야 했습니다.


그 알뜰하고 살뜰해야만 했던 사정이 늘 미안했습니다. 시동생은 한 직장에 진득하게 자릴 잡지 못했지만 그 집 식구들은 언제나 똘똘 뭉쳐 서로를 최고로 여겨주었다. 간호사였던 동서가 몇 년 전부터 간호조무사 자격증반 강사일을 시작하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시어머님 입장에서 같이 사는 맏아들보다 늘 둘째가 마음에 걸리셨을 겁니다. 해준 것 없이 혼자 벌어 애들 키우고 사는 빠듯한 살림살이며, 처가도 멀어 밑반찬 챙겨주는 장모도 없기에 늘 뭔가 더 해주고 싶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엄니 맘에 흡족하도록 동서네가 집에 오거나, 명절 때면 있는 것 없는 것 바리바리 다 싸주었습니다. 나의 친정엄마까지도 동서네 주라고 김치를 더 많이 해 주셨으니까요.


그걸 항상 감사해하고 고마워하는 동서지만 그런 것도 익숙해지면 당연해지는 게 사람 마음이 아닐까 싶어 마음에 가시가 돋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나는 겉으로 마음 넓은 맏동서 행세를 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건 아니지만 동서에게 가장 고마웠던 건 내 자식들, 그러니까 조카들을 이뻐해 주는 거였습니다. 나는 그러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어린 조카들이 마뜩잖아 이뻐 보이지 않을 때 그 마음을 감추려고 반찬도 덜어주고, 부식 거리며 과일 등 집에 있는 것을 최대한 덜어주었습니다. 속 좁은 큰엄마를 들킬까 봐 나름의 방책이 발휘된 겁니다.

오늘의 주제에 맞게 ‘새로운’ 것이어야 하므로 가장 최근 동서에게서 발견한 새로운 모습을 칭찬하며 그동안 애썼다고, 정말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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