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사실 오늘 예정된 글의 제목은 〈5천만 원으로 건물주 되기?〉였다. 나의 에쿼티가 고작 5천만 원이라는 고백과 함께, 그마저도 언니한테 빌린 돈을 갚으려고 수년간 모아뒀다가 다시 빌리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3화 만에 포기를 입에 올리게 되다니. 역시 이 글이 성공담이 되기는 글렀나 보다. 그렇다면 포기담도 나쁘지 않겠다. 하하하.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다. '경매'를 이용하면 감정가 또는 시세의 50~70% 가격으로, 단 10%의 보증금만으로도 건물을 살 수 있다는, 약간은 황당하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 경매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이겠지만, 나 같은 다른 세계 사람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내가 콕 찍은 '내 새끼'(이제는 남의 새끼가 되었지만)로 말할 것 같으면, 시세 약 4억짜리 건물을 1억 4천~1억 8천만 원에 낙찰받을 예정이었다. 보증금 10%인 1,800만 원에, 낙찰금액의 10%인 약 1,800만 원을 더한 총 3,600만 원만 있으면 내 새끼가 될 수 있었다. 나머지 80%는 은행 대출이 가능하다. 90%까지 된다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소문이고 80%는 내가 직접 확인한 숫자다.
아직 내 새끼도 아닌데 은행에 들러 경락잔금 대출을 알아보고, 친절한 직원과 눈을 맞추며 초보 중의 초보 질문을 퍼부어댔다. 다 헛짓이 되고 말았지만, 100% 헛짓은 아니었다고 믿는다. 세상 어딘가에 또 다른 '내 새끼'가 있을 수 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출 상담을 받아봤다는 것 자체가 공부였으니까.
잠깐, 경락잔금이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하자면—경매에 입찰해 낙찰을 받고, 먼저 낸 보증금 10%를 제외한 나머지 90%를 치르는 것을 말한다. 이걸 알아보려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제1금융권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에 수차례 전화를 돌렸다. 어떤 대출상담사는 "낙찰받고 나서 다시 연락하세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는데, 처음엔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직 입찰도 안 해본 사람이 "얼마나 빌려줄 수 있어요?"라고 물어봤으니 그분 입장에서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치킨도 주문 안 하고 "몇 분이나 걸려요?"라고 전화한 격이랄까. 그래도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콜포비아'를 또 한 번 이겨냈다. 처음보다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내 새끼를 떠나보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빈 여백을 채우기 위해 경매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 한다. 이 세계를 알기 전, 나에게 '경매'라는 단어는 부정적이었다. 막연하게, 경매로 돈을 버는 사람보다 경매로 재산을 날리는 사람 편에 감정이 더 기울었달까. 그런데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경매는 법으로 빚을 청산하도록 돕는 제도일 뿐이고, 명도(세입자나 거주자를 내보내는 절차)에 씌워진 나쁜 이미지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납득이 간 건 직접 경매 물건을 조사해 보면서였다. 채권자, 즉 근저당을 설정한 사람의 90%는 은행이나 대부업체였다. 요즘 세상에 개인끼리 돈을 빌리기보다 금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물론 그렇다고 마음이 깔끔해지진 않는다.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세입자인 경우가 많으니까. 경매로 집이 넘어가면 보증금을 100% 돌려받는 경우는 드물다. 1순위는 은행이고, 세입자는 남은 돈에서 조금 건지는 게 현실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은행보다 세입자에게 먼저 감정이입이 되는 게 당연하다. 나도 그렇다. 그 갈등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경매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다. 새로운 물건이 올라왔는지 확인하면서.
조선시대부터 상인을 천시하던 전통이 아직 남은 탓인지,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하지 않는다. 적금과 예금의 차이도 모른 채 대학생이 되고,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되는 일이 생긴다. '돈'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것엔 아직도 묘한 터부가 남아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평생 잘해야 집 하나 사볼까 말까 한 보통 사람들은 등기 확인이나 계약서 작성에 무지해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TV에서 유명세를 탔던 헬스장 사장님 양 OO 씨가 큰돈 들여 투자한 헬스장이 알고 보니 구청 소유였다는 황당한 사례도 그중 하나다.
상권이 죽은 골목의 낡은 건물 하나에 마음을 줬다가 놓쳐버린 경험이, 결코 나쁜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 습관처럼 올라오는 긍정 마인드가 오늘도 나를 다독인다. 나의 생활지수가 한 단계 올라갔다고, 토닥토닥.
부동산과 금융에 이미 조예가 깊은 분들이라면, 부디 이 성장을 기특하게 봐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