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단톡방 알람을 껐다, 나는 지금 동면 중이다

쉬는 게 아니라 웅크리는 중입니다

by 공감녀

오늘도 경매 사이트를 열지 않았다. 사실 의욕상실과 허탈함을 방치하는 중이다. 그게 아니라도 바쁘고 신경 쓸 일도 많다고 억지로 위로 중이다. 잠시만 쉬면 다른 기회가 또 올 거라고 낙담 비슷한 낙관 중이기도 하다.

단톡방 동무들의 낙찰 소식, 계약 성공, 개업 축하 글들. 그동안은 진심으로 응원의 글과 마음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응원이고 자시고 나를 추스르는 게 먼저다. 다시 기회가 올까 하는 의심과 기대를 버무린 뒤죽박죽 뭉치를 일단은 외면하는 중이랄까.


그래, 쉬어가는 참에 호스텔의 전망이나 다시 한번 복기해 보겠다. 어차피 누워서 천장만 보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2025년은 한국 관광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고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기념비적인 해였다고 한다. 방문자 수 약 1,920만 명.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2019년(1,750만 명)을 약 10% 상회한 수치이다. (참고:한국관광공사(KTO) 데이터랩) 이는 모두가 예상하듯이 K-컬처의 영향으로 드라마, 음식, 뷰티를 목적으로 한 개별 여행객이 급증했고 미국, 일본, 동남아, 구미주 관광객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내가 관광 데이터랩이라는 곳을 찾아 들어가 검색을 해볼 줄 꿈이나 꿔 보았던가. 불과 몇 달 전의 나는 관광 통계에 이토록 두근거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은 확실히 관심이 생겨야 눈이 열린다.


2026년은 ‘2,000만 명 관광객 시대'를 안착시키는 해가 될 거라 하는데 우리 스승님은 3000만 명 방문을 예상하기도 했다. 스승님이 틀리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나는 특히 더 틀리지 않길 바란다. 특별한 것은 서울은 기본이고 강원도(양양, 강릉), 제주도, 부산 등 지방 거점 도시로의 외국인 분산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워케이션, K-콘텐츠 기반의 체험형 관광도 주요 트렌드로 꼽힌다.


숙박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대형 호텔보다는 독특한 컨셉의 호스텔, 한옥 스테이, 로컬 감성 숙소에 대한 외국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그 잔치에 숟가락 좀 얹어 보겠다는 건데, 잔치는 벌어지고 있고 숟가락도 있는데 상이 아직 없다. 역시, 아무나 할 수는 없는가 라는 자괴감이 슬슬 올라오는 중이다. 뭐 그렇다 해도 이런 세상 변화를 알면서 가는 게 즐거움이 되기는 한다.

공부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플랫폼도 있다. 기껏해야 네이버나 아고다, 여기어때 정도가 내 세계의 전부였는데, 이왕 주저앉은 김에 복습 겸 정리해 본다.


우선 국내 유일의 합법 내국인 공유숙박인 위홈 (Wehome)이 있다. '정부 인증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다는데 뭔 소린가 하니 우리나라 법상 일반 주택(아파트, 빌라 등)에서 숙박업을 하려면 외국인 손님만 받아야 한다. 한국인을 받으면 불법! 이 때문에 많은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 몰래 내국인을 받다가 벌금을 물었다고 한다. 위홈은 "우리 플랫폼 안에서는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할테니, 내국인도 합법적으로 받게 해달라"고 정부를 설득했고, 특례를 인정받았다. 쉽게 말해, 규칙을 어기는 게 아니라 규칙을 바꿔버린 것이다. 대단한 배짱이다.


두 번째는 글로벌 점유율 1위인 에어비앤비(Airbnb)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켜는 앱이다. '현지인의 삶 체험'이 컨셉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다. 호텔은 2인 기준이 기본인데, 에어비앤비는 3~4인 가족이나 친구 그룹도 한 공간에서 조리까지 하며 머물 수 있다. 골목, 시장 근처, 조용한 주택가 등 위치도 다양하고 장기숙박에 유리한 경우도 많다. 내가 무사히, 하늘의 도움으로 개업을 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입점할 플랫폼이다. 제발 그날이 오기를.


세 번째, 전통적인 온라인 여행사의 양대 산맥인 아고다(Agoda)와 부킹닷컴(Booking.com)이다. 전 세계 모든 종류의 숙박시설이 모이므로 노출량이 압도적이다. 아시아권은 아고다, 유럽, 미주권은 부킹닷컴이 강세라고 한다. 단점은 가격 비교가 치열하고, 호스트와의 교감보다는 시설과 가격으로 선택받는 경향이 크다는 것. 수수료도 높다. 돈을 벌려고 시작하는 건데 수수료로 많이 나가면 억울하지만, 노출이 돈이니 어쩌겠는가.

마지막으로 국내파 예약 앱인 야놀자 & 여기어때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내 숙박 앱이다. 내국인 예약률이 압도적이라 프라이빗 룸(2인실 등)을 운영한다면 효과적이다. 다만 모텔·펜션 이미지가 강해서, 외국인 배낭여행객을 타겟으로 삼기엔 다소 어색한 옷을 입는 느낌이다.


시장은 준비되어 있다. 아니, 점점 더 유리하게 무르익어 가고 있다. 그런데 나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또 울컥해진다.

지방에 살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 수요와 내가 직접 연결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 종로, 홍대, 명동, 성수동은 꿈도 꿀 수 없다. 하지만 누가 빌딩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했나. 서너 칸 숙소에 고객님들을 초대하는 소박한 사장님이 되어보고 싶을 뿐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 정도면 꽤 행복할 것 같다.

그래, 이 글을 다 쓰고 얼른 경매 싸이트 뒤지러 가보자. 억억 소리 나는 그림의 떡 물건들도 열심히 받아서 살펴보자. 보다 보면 눈이 트이고, 눈이 트이면 기회가 보인다고 믿기로 했다.

단톡방 알람은 언제 다시 켤까. 아마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바로 켜야겠다. 글을 쓰면서 마음이 좀 가다듬어졌다. 동무들의 축하 글을 다시 읽을 준비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그들의 기쁨을 빌려 버티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동면 중이지만, 심장은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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